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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28호>삼성백혈병 이젠 끝내야할 때

삼성백혈병 이젠 끝내야할 때

 

반올림 장안석

 

2월 6일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산보연)은 2009년부터 3년간 조사한 「반도체 제조 사업장 정밀 작업환경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 3월 6일 반도체산업 최초의 직업병 노동자 고 황유미가 세상을 떠난 이후 진행된 정부 조사는 ‘백혈병을 일으킬 벤젠 등 유해물질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핵심적인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 결론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 불인정’하고 노동부는 ‘방치’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결과는 조금 달랐다. 사실상 정부가 반도체공장의 노동자들이 백혈병을 일으키는 물질에이 노출됐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1) 반도체공장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 백혈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공기중에 발생 2) 하지만 그 물질은 부산물로 미미한 수준이며 3) 특정 공정에선 폐암 등을 일으키는 ‘비소’가 노출기준의 6배 넘는 수준으로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물론, 산보연의 최종적인 결론은 ‘부산물’이며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노동자의 몸과 삶이 정부로부터 얼마나 부산물 취급을 받는지 알 수 있다. 발암물질은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노출돼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한, 2009년부터 3년간 측정한 것에서 백혈병 유발 물질이 발견됐다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은 그 수준이 훨씬 심했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 더구나, 회사의 허락을 득하여 회사가 제공하는 일정과 조건에서 측정했을 때 그 결과는 사실상 자본이 직업병을 은폐하고자 하는 의지가 작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니, 2007년 3월 6일 이후부터 시작된 이 싸움이 2010년 6월 23일 행정법원에서 일부 승소(고 황유미, 고 이숙영 산재인정 판결)하지 않았다면, 정부는 여전히도 발암물질은 없다며 자본의 편을 들었을 것이다. 삼성 역시, ‘부산물’이며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으로 동의하며 조사 결과를 ‘인정’해주는 행태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반도체 직업병 노동자와 산재사망노동자들이 은폐되지 않도록 싸운 직업병 노동자와 그 가족들, 함께한 많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여전히 은폐되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지금 이 시간에도 삼성뿐 아니라 모든 일터에서 노동자들은 병들고 다치고 죽어나가고 자본은 은폐하고 정부는 동조하고 있다. 정부가 인정하거나 조사 결과로 직업병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서 365일 일하는 우리가 우리의 일터를 드러내고 바꾸는 활동, 우리의 몸과 삶을 드러내는 활동을 끈질기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있는 일터에서부터 자본과 정부의 은폐 꼼수를 드러내고 지역차원에서 같은 업종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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