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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2호>노동자 밀집지역의 패배 노동자 정당은 없었다!

 

영혼을 팔아넘긴 대가
국회 13석 확보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모조리 패배했다. 수도권 의석확보를 성과라고 평가하지만 그것은 민주당이 양보한 지역구이며, 따라서 통합진보당이 자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특히, ‘진보 국회의원’을 두 차례나 배출해왔고, 현대자동차가 위치해있으며 새누리당과 1:1로 치러진 울산 북구의 패배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현장의 의구심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한 이경훈 전 현대차 지부장의 예비후보 출마는 통합진보당의 계급적 성격 자체를 의심케 했으며, 현대차 지부의 현장조직들 역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반대했다. 통합진보당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근거로 삼는 울산에서의 득표율 상승은, 수도권 중심의 의석확보가 중산층의 지지를 업고 이루어졌음을 감안한다면, 국참당과의 합당을 통한 소부르주아의 지지 획득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결국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대표성마저 잃고 민주당의 하위파트너로 전락했다. 후보조정이 불가능한 대선에서, 통합진보당은 민주당에 더욱 종속될 수밖에 없다.
주주자본주의를 추구하는
노동자당을 본적이 있는가?
노선 문제를 보면, 노동자 밀집지구에서의 패배는 더욱 명확해진다. 통합진보당 정책은 비정규직 철폐도, 정리해고제 철폐도 아니었다. 통합진보당의 중심 공약인 ‘재벌해체’, 즉 30대 재벌을 3천개로 분할한다는 것은 전혀 계급적인 노선이 아니다. 예컨대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노동자 파업을 비난하기에 바빴던 참여연대-경실련 류의 시민단체들은 소액주주운동과 함께 소유/경영의 분리 및 업종전문화의 맥락에서 제출한 게 바로 재벌해체론이었다. 그러나 재벌의 분해를 통한 ‘자본가들 사이의 공정한 경쟁’과 비정규직 철폐·정리해고제 철폐라는 노동계급의 절박한 요구는 어떤 상관도 없다. 그렇기에 새누리당마저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소유경영 분리 및 소액주주의 권리보장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국가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재벌해체’는 시장경쟁 강화를 통해 주주의 자산증식(주식가치 상승)에 기여한다는 ‘주주자본주의’의 목표에 불과하다. 09년 여름, 쌍용차 주식을 가진 사람이 쌍용차에 대한 조속한 폭력진압을 바랐듯, 자사주를 가진 노동자는 ‘파업을 자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주주자본주의’라는 환상은 노동자 스스로 자신을 착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데도 이정희는 “맞춤형 재벌개혁으로 진정한 주주자본주의를 실현하겠다”라고 말했다. ‘주주를 대변하는 노동자당’이 말이나 되는가? 문제는 황당하기까지 한 저 발언이 결코 실수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의회주의에 기대면 기댈수록
민주노총은 정책공조와 여소야대에 기반해 한번에 10가지의 과제를 100일안에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김영훈 위원장은 총선 이후 ‘여소야대가 파업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며 다시 8월 총파업을 공언했지만, 위력적 파업이 불가능하면 다시 민주노총은 대선 심판론에 모든 것을 걸 것이다.
이렇게 의회주의는 노동계급의 투쟁력 자체를 갉아먹고, 그렇게 스스로 투쟁할 힘이 없어진 현장은 다시 의회주의에 기대게 된다. 이렇게 <의회주의→현장공동화→의회주의 강화>라는 악순환을 거듭했던 것, 그것이 지난 10년의 역사다. 그러나 가장 위력적인 총파업들은 의석 하나 없이 이루어졌다. 계급투쟁을 갉아먹는 의회주의를 분쇄해야 한다.

노동계급의 오른쪽 날개에서
부르주아의 왼쪽 날개로
민주당은 총선 패배가 ‘당의 좌경화’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미 FTA, 강정 해군기지 문제 등에 있어 통합진보당에 양보한 결과 중간층이 이탈했고, 그것이 민주당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후 이어질 민주당의 우경화는 명백하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은 민주당의 우경화에도 불구하고 충실한 대선 야권연대를 수행할 것이다.
투쟁하지 않고 얻을 수 없는 때다. 한국에서 위기 폭발이 지연되고 있을지라도 국제적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리스 청년실업률은 51%에 달하고, 스웨덴 청년실업률 역시 25%에 달한다. 우리가 자본주의의 위기를 외면할 지라도, 위기는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사회주의 정치세력화가 절박한 문제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백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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