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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쇄신’의 실체를 보여준 새로나기 특위
통진당의 선거부정 사태 이후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치 지난 중앙위원회 결정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들이 총사퇴하고 당 쇄신안을 만들면 다시 진보정당으로, 노동자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것처럼 ‘쇄신’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 5월 23일 구성된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이하 새로나기 특위)’는 △민주주의와 소통 △새로운 가치와 노선 △노동정치 등 3차에 걸친 토론을 통해 혁신을 위한 기본방향을 재정립하겠다고 했다. 과연 토론을 통해 드러난 통진당 ‘쇄신’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패권주의가 자라난 토양을 외면
첫 번째 주제였던 ‘민주주의와 소통’은 패권주의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을 뿐 이를 극복할 대안에 대해서는 형식과 절차들만 제시되었을 뿐이다. 그들은 패권주의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게 된 본질적인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 당원과 노동자들을 오로지 동원의 대상으로만 보고, 위임의 정치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의회 진출에 모든 것을 목매는 대리주의-의회주의 문제가 패권주의를 자라나게 한 토양이라는 것을 그들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었다.
이같은 대리주의, 계파정치의 만연은 통진당 뿐만 아니라 모든 의회주의 정당들의 공통된 속성이다. 이들에게는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직접정치(노동자 민주주의) 실현보다, 의석 나눠먹기를 통한 권력 분점이 훨씬 절실했다. 계파정치가 계급정치를 압도하는 정당에서 노동자 민주주의의 핵심인 ‘직접정치’의 실현은 요원할 따름이다.
종북의 악마화, 자유주의 노선 득세
두 번째 주제인 ‘당의 새로운 가치와 노선’ 문제는 또 어땠는가? 여기서는 주로 ‘종북’ 또는 ‘북한에 대한 태도’가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이른바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하는 구 당권파 세력의 잘못되고 낡은 정치노선은 보수언론에 의해 ‘종북’이라는 이름으로 현상화됐다. 이에 더해, 공안당국의 혹독한 탄압은 극적으로 통진당 내 자유주의 노선의 득세를 불러 일으켰다. ‘종북’세력만 청산하면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커다란 착각이, 결국 노동자정치와는 무관한 자유주의 분파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자본가 정치인들과 한 배에 올라탄 통진당은 그 시작부터 난파를 예고하고 있었지만, 이들 자유주의 노선의 득세는 ‘가짜’ 진보정치의 침몰을 더욱 앞당기게 되었다. 이미 자유주의 분파들은 애국가 논란을 시작으로, 한미FTA 문제에 이르기까지 당내에서 부르주아적 견해를 대변하는 자신들의 소임을 더욱 공세적으로 가져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노동정치와 결별 고백
세 번째 주제인 ‘노동정치’와의 결별이냐, 재구성이냐도 뜨거운 화두였다. 새로나기 특위는 토론회를 통해 배타적 지지방침에 대한 재고 가능성과 노동중심성 강화를 위한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거듭 부연하고 있다. 토론자들 역시 노동중심성의 강조와 노동운동의 혁신을 역설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부설정책연구소 노항래 원장은 “노동 중심성은 토론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을 바로 세우는 것은 민주노총의 역할이고, 청년 운동도 청년 유니온의 일이다. 비정규 노동 문제 역시 그들 노조의 일이다.”라며 당과 노동운동을 명백히 구분했다. 그리고 ‘혁신’에 있어서는 새로나기 특위는 ‘노동’의 관점이 아닌, ‘일반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고 있었다. 결국 노동정치와 결별하고 국민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셈이다.
결론적으로, 통진당의 ‘쇄신’이란 노동자정치로부터 탈주이자 계급성이 실종된 ‘국민정당’으로의 공식적 이행과 다를 바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통진당에 대한 단호한 결별 뿐이라는 게 너무나도 명백해지지 않았는가!
임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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