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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자들의 기지개
종북논란
2002년 5월 “월간조선” 조갑제는 [편집장의 글: 친북좌익 400만 시대 한국의 보수세력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보수우파의 안일함을 비판하며 질타했다. 당시는 ‘노무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고, 이것을 불길한 징조로 파악한 조갑제를 필두로 한 극우세력들은 안달이 나서 이회창을 포함한 보수우파 전체에게 ‘노예의식’을 운운하며 절박함까지 보이기도 했다.(조제갑의 불안처럼 노무현이 당선되었으니 조제갑씨는 참 탁월했다) 그 당시 조갑제의 글에 대해 보수우파까지도 꼴통극우에 포함될까 경계하기까지 했다. 10년이 지난 2012년 5월, ‘친북논란’은 ‘종북논란’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10년 전 조씨가 섭섭할 만큼 현직 대통령과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까지 나서며, ‘국가관’이내 ‘의원제명’이내 언급하며 통진당 사태를 계기로 전체 사회의식을 전환하려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80년 쿠데타, 독재세력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입을 대고 광주학살주범이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이 와중에 경찰은 비전향 장기수가 GPS 교란장치를 북에 넘겼다고 깨방정을 떨다가, 수사과정의 과장과 왜곡이 밝혀지면서 아직 검찰보다는 공안몰이에 한수 아래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도 했다.
다시, 검열의 시대
문제는 기득권 세력이 항상 불리하면 주문처럼 외치는 친북의 담론을 넘어 종북, 국가관에 대한 얼개가 사회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보수야당의 대표인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포함해 제도권 정치인들조차 검증 받아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고, 일반대중 역시 은근히 자기검열과 대상검열(혹시 종북세력에게 이용당하는 것 아닐까?, 진짜 뭐가 있는 거 아니야?)을 하기 시작해, 10년 전의 조씨의 글과 다를 바 없는 악의적 선전선동이 세상에 먹히고 있다.
검찰의 통진당의 당원명부 탈취는 이미 심리전에 승리했다는 검찰의 자신감의 표현이며, 해방연대 등에 대한 탄압은 이 분위기에 편승해 이쪽저쪽 건드려 입신을 하고자하는 공안세력의 기지개다.
이에 소위 일부 진보세력은 이에 대한 적극적 논쟁과 대응을 하기보다는 이러한 프레임에 걸려 오히려 과거와 현재의 운동적 가치를 모두 폐기하자고 목청을 높이고 바짝 엎드리고 있다.
색깔공세가 강화되는 토양
메카시적 모략은 언제나 시도되지만,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런 공세가 계속 지속되는 것이 오히려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빨갱이 공격”은 언제나 있었음에도, 현재와 같이 공격의 자신감이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을 무엇이냐는 것이다. 물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구조적 원인이 가장 크겠으나, 이것은 지난 60년간 상존한 것이므로 새로울 것은 없다. 오히려 저들의 공세는 대항 세력의 이론적 혼란과 노동자계급의 현실적 힘의 약화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 더불어 정치적 대항력을 자유주의 세력에게 의존함으로써 독자적 저항력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의 개폐 논의가 한창일 때는 제한적일지라도 독자적인 ‘진보정치’가 성장하고, 노동자투쟁이 숨죽이지 않을 때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때’ 아닌 색깔공세는 없다. 언제나 권력과 자본은 색깔을 문제 삼았고, 문제 삼고 싶어 한다. 그 ‘때’가 무르익지 못하게 했던 것은 단호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었음을 상기하자.
김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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