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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무기력과의 싸움입니다”
금속노조 대한이연지회 양선배 동지(사진)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말을 꺼내기 전에 자기 검열을 하는 듯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했다. 그는 ‘솔직히 자신감이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라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분명했다. 더욱 강화되고 있는 자본의 공격을 깨기 위해서는 단위사업장 안에서 움츠리는 것이 아니라 조직노동자들이 하나로 단결해 전국적이고 대중적인 파업을 이뤄내는 것, 그것이 지금 유일한 해답이라는 것을! 그래서인지 그의 고민은 깊어보였다.
2012년 6월 경고파업과 7월 15만 파업, 8월 총파업이 예고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파업 결정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어떤지?
글쎄요.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통진당 사태, 이어지는 보수세력들의 공격으로 사실 현장에서 파업 얘기가 본격화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다가 파업선언은 했지만 현장을 어떻게 조직해나갈 것인지, 투쟁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어떤 투쟁들을 배치할 것인지가 없다보니 현장에서는 아직 감이 없죠. 더욱이 6·28경고파업도 금속은 확대간부 파업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현장의 관심은 솔직히 떨어집니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지난 몇 년간 ‘선언’과 ‘철회’를 반복해왔다. 최근에는 총파업이라는 말이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이를 두고 2012년 역시 ‘뻥파업’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이야기들도 나온다.
소위 총연맹이나 금속노조 지도부에 대한 현장의 신뢰는 없다고 봐야죠. 그건 지난 몇 년동안 누적된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신뢰가 생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금 문제는 계속된 불신의 누적, 투쟁의 연속적 패배가 가져온 현장의 무기력입니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자본이 복수노조 허용을 악용해서 노동조합을 끊임없이 흔들어대죠. 경제위기 이데올로기는 노동자들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 있어요. 그러다보니 현장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죠. 저는 이번 투쟁은 이 무기력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얘기를 들으니 ‘파업은 선언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렇다면 파업을 어떻게 조직해나가야 할까?
지난 몇 년동안 금속노조가 파업 돌입해도 2만 파업이 대부분이었어요. 완성차가 포함된 파업을 언제 했었나? 그런데 이번에는 완성차 투쟁한다고 모든 일정을 거기에 맞췄단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완성차 파업이 관건적일 수밖에 없어요. 이건 냉정한 현실입니다. 문제는 2012년은 진정한 의미에서 ‘총파업’, 대중적인 정치파업이 필요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선전선동’만 있고 행동은 없어요. 나를 포함해서(웃음)... 금속만 보더라도 지역지부 사업장 대표자들, 간부들과 파업 성사를 위한 풍부한 토론이 필요해요. 또한 현장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파업 조직화가 함께 가야죠. 또한, 곳곳에서 투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곳저곳에서 터져주면 좋겠어요. 시간 정해놓고 ‘준비, 땅’하는 것으로만 매몰되는 게 아니라 ‘싸움이 점점 번져나가는구나’하는 거 말예요.
전국에 파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현장간부들,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
투쟁할 때 흥이 나야 더 열심히 하게 되잖아요. 그러려면 이 투쟁이 내 투쟁이어야 하고, 투쟁요구가 내 요구여야 하죠. 그리고 같이 하는 동지들이 있고, 치열하게 고민도 나누고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기발한 아이디어도 내놓으면서 그야말로 ‘흥’이 나야죠.
또, 이번 파업은 단위 사업장 대표자들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 조건이 어려워도 현장 대표자들이 함께 각오하고 결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짐을 나눠지듯 말예요. 그런데 서로 눈치 보면서 누가 먼저 짊어지는 걸 기대한다면 이번 싸움 실패할 거라고 봅니다.
자본과의 싸움 이전에 무기력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현장 조건 이전에 현장 대표자들, 간부들의 각오와 결의로 이 무기력을 부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 임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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