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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유로존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유로존의 위기
6월 10일 유로존국가들은 스페인에 1천억 유로(145조원)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결정했다. 이 결정은 2시간 30분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구제금융 규모와 시기를 둘러싸고 유럽 긴축정책 전도사들과 피말리는 신경전을 했던 그리스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그것도 1천억 유로라니! 이를 두고 다수 언론들과 경제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위기 진정’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토록 재빨리 스페인 은행들에 구제금융 지원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의 일부였던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중심부의 정치권력자들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중심부로 옮겨지면서, 유럽의 위기가 다시 세계경제위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례없이 결정된 전제조건 없는 즉각적인 구제금융, 미국 오바마와 연준의 유럽을 향한 거센 요구, 중국·인도·브라질 등 중심 신흥국들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 등은 바로 지배세력의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혹한 긴축을 통해서도 기존 자본주의체제 유지 어려워
문제는 스페인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이 위기는 일차적으로 유로존의 ‘붕괴’를 염려할 만큼 더 깊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사실 스페인은 이미 3차례에 걸쳐 가혹한 긴축정책과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경제는 마이너스 경제성장으로 돌아선지 오래다. 실업률은 전체 노동자의 1/4을 넘어섰고 청년실업자는 50%에 육박하는 등 그야말로 스페인은 노동자민중들에게 ‘암흑’과도 같았다. 그럼에도 부동산 거품으로 무수하게 뿌려진 은행대출은 60%이상 부실대출로 돌아왔고, 부자들은 은행에서 돈을 빼내갔다. 지난 1분기동안 스페인 은행들에서 970억 유로(140조)의 외자가 빠져나가는 등 디폴트 직전까지 내몰린 것이다.
전전긍긍하는 지배자들
상황이 급박해지자 집권연장을 노리는 오바마는 불똥이 미국으로 번질까 전전긍긍해하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금리인하로 경기부양책 실시를 전파하고 나섰다. 한국 MB정권과 새누리당 역시 비상대책 운운하며 추경예산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럽은행 역시 금리인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긴축에서 다시 ‘부양’으로 옮겨갈 분위기다.
한편, 조건없는 스페인 구제금융 결과를 보고 아일랜드, 그리스 등 기존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 역시 구제금융 재협상을 전면화할 기세다. 이렇듯 ‘긴축’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자본주의를 지탱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장주의자들은 다시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두려움이 아니라 대안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해법이 있을까? 이제 경제관료들은 다시 자본주의 4.0을 들먹이고 있다. 기존 신자유주의 전략에 기초한 자본주의체제의 종언, 자본주의 새로운 탄생을 주장하고 있다. 시장주의자들은 그리스와 스페인의 유로존 탈퇴, 긴축정책 유지, 재정통합으로의 이행을 말한다. 케인즈주의자들은 인플레이션을 감수하고서라도 성장기조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일부 긴축에 반대하는 운동세력들은 ‘채무불이행과 유로존 탈퇴’를 요구하며 환율조정을 통한 경기 부양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둔 곳은 위기를 지연시키는 일시적 방편일 뿐이다. 현 유럽의 상황은 위기의 지연책(이제 사용할 방법도 별로 없다)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유로존의 향배는 스페인, 그리스 노동자민중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자민중들의 격렬한 투쟁의 확대, 동시에 대안사회로의 이행에 대한 좀 더 급진적인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 될 것이다. 유럽은 다시 ‘뜨거운 여름’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유럽의 역동적 정세는 조만간 우리에게도 현실화될 것이다.
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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