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노위 정세와 전망 초점>그리스 재선거 결과와 계급투쟁

그리스 재선거 결과와 계급투쟁

 

경제위기와 긴축정책이 가한 고통

 

2010년 5월 1일 그리스 정부는 1,100억 유로의 1차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EU와 IMF가 요청한 긴축안을 밝히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1차 구제금융의 구체내역을 보면, 이자율은 무려 5%나 되었다. 그리스 재무부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그리스 정부는 2014년까지 2,450억 유로를 트로이카로부터 지원받을 예정인데, 2012년 5월 21일까지 1,476억 유로가 집행되었다. T. Papadopoulos가 웹사이트 iskra.gr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돈 중 130억 유로만 정부에 들어가고 750억 유로는 원리금 상환, 그리고 595억 유로는 채권소유자나 은행으로 분배되었다.

 

또 긴축안은 공공부문 15만개 일자리 삭감, 임금 15% 삭감, 연금 삭감, 소득세 증세, 기업이윤에 대한 세금 신설, 사치세와 죄악세(주류세나 담배세), 부가세 인상으로 연간 300억 유로(그리스의 GDP는 2,300억 유로밖에 안된다.!)를 절감하는 계획이었다.

 

그리스 민중의 삶에 대하여 트로이카를 앞세운 세계자본가계급의 공격은 단지 빌려준 돈의 회수나 변제의 보장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 즉 IMF가 강요한 긴축정책에는 정부지출을 줄이기 위한 복지의 축소나 공공부문의 임금축소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전체 자본가계급에게 수혜를 주는 해고수당과 최저임금의 철폐, 그리고 단체교섭권의 무력화까지 들어 있다.

 

이처럼 부채위기를 빙자하여 강행되는 트로이카의 공격은 독점자본의 도구인 EU와 유로존의 유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본가계급의 착취율과 이윤율의 회복을 위해 노동자계급의 몫을 빼앗고 후퇴시키기 위해 진행되는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자본가계급의 철면피한 공격의 일환이기도 한 것이다.

 

특히 GDP 대비 재정적자 연 3% 이내, 정부부채 60% 이내를 유로존 가입조건으로 하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사회보장 지출 등 정부지출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또 1국 1표제가 아닌 강대국의 지배적 의결권, 자본이동의 완벽한 자유 등등은 EU와 유로화가 유럽독점자본의 도구임을 의미한다.

 

트로이카의 구제금융은 참으로 가혹한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시행되었다. 그 결과 실업률은 2010년 11월 13.9%에서 2011년 11월 20.9%로 치솟았고(피고용자는 390만 명, 실업자는 103만 명, 비경제활동인구는 442만 명), 청년실업률은 48%, 여성 실업률은 24.5%에 달하였다. 이러한 실업의 증가는 공공부문에서 해고된 15만 명을 포함한 중소회사의 도산에 기인한다. 임금은 2009년 이후 25%가 삭감되었는데, 공공부문과 공공관련부문의 임금은 각각 15%와 30%씩 삭감되었다. 2012년 2월 트로이카가 강요하여 시행된 최저임금 삭감은 22%(청년노동자는 32%)이고, 공사 부문의 연금은 10-12%가 삭감되었고, 사회복지지출은 50%가 감소할 예정이고, 부가세는 23%로 치솟았다. EUROSTAT에 따르면 사회빈곤층은 28%(303만 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은 그리스 노동자민중의 살기 위한 투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2010년부터 분출한 이 투쟁들은 본질적으로 현단계 자본주의인 신자유주의 세계화 축적체제에 대한 도전이자 국제금융독점자본과 최전방에서 벌이고 있는 투쟁이다.

 

2008년 12월 반란투쟁 ~ 2010년 5월 1차 긴축반대 총파업 투쟁

 

그리스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은 경찰과 사소한 말다툼 끝에 중학생이 사망하자 전국의 학생과 도시하층민이 참여한 2008년 12월 반란투쟁에서 시작되었다. 이 투쟁은 지난 20여 년간 지속되어온 신자유주의의 공격으로 광범위한 청년실업 등 미래에 대한 절망만이 아니라 교원평가와 일제고사 등을 비롯하여 경쟁만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반란이기도 하였다.

 

2010년 투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2월 24일 총파업에는 민간부문의 70-100%, 공공부문의 20-50%가 참여했으며, 3월 3일 정부가 국가의 구조조정을 위한 첫 번째 조치를 발표하자 양대 노총인 ADEDY(공공부문노조 총연맹)과 GSEE(민간부문노조연합)는 3월 3일과 3얼 11일 부분파업 및 1일 파업을 전개했다. 이 투쟁에는 아나키스트와 청년학생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2010년 투쟁의 정점은 5월 투쟁이었다. 5월 1일 정부는 1,100억 유로의 1차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EU와 IMF가 요청한 긴축안을 밝히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 긴축안은 5월 5일 통과되었는데, 이에 맞선 투쟁이 일어났다. 메이데이 행진에는 노조와 좌파, 아나키스트, 공산당 지지자 수천 명이 참가하여 아테네 시내를 행진하였다. 5월 5일 새로운 긴축표결을 앞두고 사상 최대의 시위대가 참가하였다. 전국적으로 운송(항공, 열차, 여객선)과 교육, 병원 등을 포함한 총파업이 시작되었고,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테네를 행진하였다. 시위대는 의회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가 근처에 있는 재정부 건물과 마핀 은행을 화염병을 던져 방화하였고, 이 화재로 은행에서 갇혀서 일하던 은행원 3명이 질식사하면서, 지배세력의 전면공세가 시작되었다. 이로써 5월 5일 정점에 오른 1차 긴축반대 총파업 투쟁은 동력이 소진되면서 마무리된다.

 

2011년 분노한 사람들의 투쟁 ~ 2012년 2차 긴축안 반대 총파업

 

5월 투쟁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파업과 저항은 있었으나 총파업투쟁을 적극 조직하지 않으려 하는 양대노총 지도부로 인하여, 5월 이후 노동자투쟁은 힘있게 조직되지 못하였다. 또다시 대규모 저항이 일어난 것은 2011년 들어서이다. 2011년 2월 23일, 메르켈이 요청한 대출 재협상에 대해 10만 명이 넘는 시위와 파업이 재개되었다.

 

2011년 5월 25일 스페인 투쟁에 자극받아 ‘신타그마의 분노한 사람들’이란 페이스북 페이지에 9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연대를 표시하고 수천 명이 모였다. 전국의 주요도시에서 시위와 점거가 일어났다. 시위는 6월 말까지 상승하였다. 특히 5월 29일(범유럽 평화시위의 날) 10만 명이 모였고, 전 계층이 참여하였다. 시위는 전국적이었고, 5월 28일 7,000명이 모였고 광장에 텐트가 세워졌다. 인민의회도 계속되었고 다양한 사람이 발언하였다. 의회가 아닌 인민에 의한 신헌법, 부정한 부채의 거부, IMF협약 폐기, 부자에 대한 중과세 등이 주장되었다. 6월 5일(12일째)(제2차 범유럽 시위의 날) 20만 명이 광장에 모였고, 인민의회에서는 스페인 점거대와의 교신도 이루어졌다.

 

6월 28일 새로운 긴축조치가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에 맞서 의료, 운송, 교육,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48시간 파업과 시위가 시작되었고, 국회 앞과 시내 중심가에서 경찰과 충돌하였다. 점거투쟁은 8월 경찰에 의해 해산되었지만 11월까지 시위와 행진, 호텔 점거농성 등의 투쟁이 계속되었다.

 

2012년 2월 7일 그리스 정부가 3월 20일까지 1,3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위해 공공과 서비스부문의 일자리 축소 등의 긴축조치를 발표하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양대 노조가 24시간 전국적 총파업을 시작하였다. 4월 4일 약국을 경영하다 은퇴한 77세의 연금수령자가 국회 앞 신타그마(헌법) 광장에서 긴축에 절망하여 자살하자 다시 시위가 시작되었다.

 

이렇듯 그리스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은 긴축안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총파업과 2011년 5월의 분노한 사람들의 점거투쟁으로 표현되는 투쟁, 즉 조직된 대오가 아닌 소시민이나 도시하층민이 자발적으로 연대하는 투쟁양상이 교차하거나 결합하면서 진행되었다. 올해 5월과 6월의 선거에서 시리자(SYRIZA/급진좌파연합)의 약진은 이런 투쟁에 기반한 바가 크다. 그리고 그리스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은 올해 선거국면을 맞아 정치세력들 간의 대리전으로 수렴되었다.

 

 

그리스 1,2차 총선 결과

 

앞서 살펴본바 대로, 그리스의 계급투쟁은 경찰과의 사소한 말다툼 끝에 중학생이 사망하자 전국의 학생과 도시하층민이 참여한 2008년 12월 반란투쟁, 2010년 5월 5일 시위대의 화염병에 의한 은행방화로 은행원 3명이 질식사한 후 곧바로 동력이 소진된 1차 긴축반대 총파업투쟁, 소시민과 도시하층민들이 주로 참여한 2011년 분노한 사람들의 투쟁, 2012년 2차 긴축안 반대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5월 6일과 6월 17일의 총선국면이 이어졌다.

 

2012년 5월 6일 치러진 그리스 총선은 트로이카가 강요한 가혹한 긴축정책 하에 그리스 민중들의 고통과 불만이 어느 때보다도 큰 상황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당연히 지난 30년 동안 나라를 망친 양대 집권세력인 PASOK(사민당)과 ND(신민주당)의 몰락을 가져왔다. 2009년 총선과 비교하여 양당의 지지율은 77.39%에서 32.03%로 무려 60% 가까이 하락하였다. 또한 이 선거에서 좌파의 지지율은 15.59%에서 30.69%로 배가되었는데 그 대부분은 반긴축의 슬로건을 앞세워 제2당으로 부상한 SYRIZA(4.60%->16.78%)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9년 총선에서 5.89%에 불과하던 우익들의 지지율이 19.93%로 증가한 것이다. 중도보수가 잃어버린 30.86%는 좌파에게 15.10%, 극우를 포함한 우파에게 14.04%로 나뉘었다. 5월 6일 총선의 최대의 수혜자는 극우를 포함한 우익들인 것이다. 경제위기는 히틀러의 집권을 위한 기회였듯이 좌파와 함께 극우의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다시 보여 주었다.

 

6월 17일 재선거는 부채위기의 해법을 둘러싸고 ‘유로화냐 드라크마화냐(즉 유로존 잔류냐 탈퇴냐)’의 선택을 강요한 보수당인 ND와 ‘긴축이냐 SYRIZA냐(반긴축이냐)’를 앞세운 SYRIZA의 양강 대결이었다. 양당은 각각 10.81%와 10.11%의 지지율을 증가시켰지만, 우익과 중도보수와 좌파의 지지율 증감을 보면 각각 -3.92%, 3.26%, 2.42%로 우익의 일부가 보수 쪽으로 이동한 것 외에는 대부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주변의 표가 결속한 것이다. 그리고 ND와 SYRIZA간에 박빙의 승부를 겨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참가율이 65.10.%(2007: 72.1%, 2009: 68.9%)에서 62.47%로 오히려 떨어진 것은 부르주아 선거 속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층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2012년 총선과 재선거의 결과를 통해서 좌파는 15.59%에서 33.11%로 두 배나 성장했음에도 보수는 49.49%, 우익은 16.1%를 점하고 있다. 즉 대중의 대부분은 여전히 지배계급인 보수우익의 영향력 하에 있다. 이번 선거로 ND와 PASOK, DL로 성립되는 연립정부는 트로이카로부터 약간의 떡고물을 선사받겠지만 그것은 결코 대중의 불만과 분노를 만족시킬 수 없고 따라서 조만간 연정은 위기에 처할 것이다.

 

 

각 당 지지율 변화

 

 

2009, a

2012.5, b

2012.6, c

b-a

c-a

유권자

 

9,949,401

9,951,970

 

 

참가율

68.90

65.10

62.47

-3.80

-2.63

우익 합계

5.89

19.93

16.01

14.04

-3.92

ND

33.47

18.85

29.66

-14.62

10.81

PASOK

43.92

13.18

12.28

-30.74

-0.90

보수중도합계

77.39

46.53

49.79

-30.86

3.26

SYRIZA

4.60

16.78

26.89

12.18

10.11

KKE

7.54

8.48

4.50

0.94

-3.98

ANTARSYA

0.60

1.20

0.33

0.60

-0.87

진보좌파 합계

15.59

30.69

33.11

15.10

2.42

소계

98.87

97.15

98.91

 

 

 

재선거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시리자가 우선회했다는 점이다. 시리자가 5월 선거에서 제시한 10개항의 선거강령은 트로이카의 대리인인 PASOK과 ND의 정치가 그리스 민중의 삶을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긴축안(양해안) 취소, 부채 재협상(지불 중지와 부채조사 후 부당한 부채의 취소), 재산가와 고소득자에 대한 높은 과세, 군축, 반부패’가 선결조건이며,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사회적 생태적 기준에 맞는 그리스 사회와 경제의 회복과 재건에 착수할 것을 밝혔다. 취약자, 실업자, 연금수령자, 무주택자를 우선할 것이며 공공재를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SYRIZA의 공약은 6월 17일 재선거를 앞두고 대폭 후퇴하였다. SYRIZA는 ‘임금삭감의 동결, 최저임금 삭감의 취소와 월 751유로로의 회복, 급여의 긴축 이전 수준으로의 점진적인 회복, 실업수당의 회복’ 등 14개 항의 즉각 실천을 담은 ‘6월 1일 수정된 선거공약’이 발표되었다. 긴축조치의 완전한 회복, 임금삭감없는 일자리 나누기와 주 35시간 노동제를 철회한 것이다. 또 6월 11일 발표된 경제강령은 은행국유화가 아닌 주주재구성을 통한 공적 통제를 발표한 것이다. 이는 동요하고 불안해하는 소부르아충의 지지를 얻어 집권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것이었고, 시리자의 노선적 모호함과 정치적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그리스의 좌파세력들

 

그리스에는 여러 좌파정치세력들이 활동하고 있다. 1918년 출범한 KKE(그리스공산당)는 1968년 유로코뮤니즘적 계열이 분리된 이후에도 활동하는 오래된 정당이다. 1988년, KKE, KKE로부터 분리된 유로코뮤니즘 조직, 그리고 다른 좌파들이 모여 선거연합인 Synaspismos(좌파진보연합)를 만들었다. 그러나 1991년 KKE가 탈퇴하자, Synaspismos는 1992년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급진좌파(renovative, democratic and radical left)의 정당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2003년에는 ‘운동과 생태의 좌파연합’(Coalition of the Left of Movements and Ecology)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특히 Synaspismos는 민주적 사회주의, 생태, 여성주의, 반군국주의의 이상과 가치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으며, 다원주의와 인권을 타협할 수 없는 신념으로 삼는다고 밝히고 있다. 시리자(급진좌파연합)는 이 Synaspismos가 주축이 되어 만든 다양한 좌파들의 ‘반신자유주의 선거연합전선’이다. 총체적으로 SYRIZA와 Synaspismos는 제도내 좌파라고 할 수 있지만, 보다 의회적인 상층부와 변혁지향적인 다양한 소정파들로 이루어져 있다. ANTARSYA(변혁을 위한 반자본 좌파연합)는 다양한 혁명적 좌파들이 투쟁과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공동전선당이다.

 

선거 다음날인 5월 6일, KKE는 ‘사민주의적 강령을 가지고 있는 SYRIZA는 독점과 제국주의 연합과 대결 없이 인민을 위한 보다 나은 처지가 있을 수 있다’는 듯이 퍼뜨리고 있다면서, 자본주의 정치체제의 개량은 현장에서 대중적 조직과 투쟁에 함께하는 인민들과 대치할 것이라면서, SYRIZA의 좌파정부안에 대한 어떠한 협력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KKE는 ‘EU와 IMF 틀 내에서의 부채 협상, 긴축안에 대한 재협상, 점진적인 불이행 거부, 부채협상과 양해안의 종식, 완전하고 안정된 고용, 무상의 공공 의료, 교육, 복지, 공적 사회안정체제, 이윤에 대한 45% 과세’ 등을 선거강령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노동자계급과 인민의 권력(Popular(People) power)’을 제출하면서 시리자와 다른 대안을 내놓았다.

 

ANTARSYA는 6월 17일 선거강령에서, ‘부채협상의 직접적이고 일방적인 종식, 양해안과 관련 법률의 취소, 부채와 이자지불의 즉각 중지, 유로의 즉각 탈퇴, 경제와 사회의 민주적․ 노동자적 통제’를 제출했다. 동시에 ‘EU와 유로의 탈퇴는 대중적 정치를 위한 유일한 길이다. 공공재는 노동자의 통제 하에 생산적 잠재력이 이용되어야 한다. 자금의 해외도피를 막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와 함께 보상없는 은행 국유화, 모든 전략적인 산업부문의 즉각적인 보상없는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 군사예산과 군비계획의 동결, 자본과 재산에 대한 직접세, 주식이전에 대한 높은 과세, 인종주의와 파시즘에 대한 반대 및 노동자 연대와 국제주의, 제국주의와 전쟁 반대’를 제출했다. 그리고 시장의 의회적 독재를 깨뜨리는 첫 번째 조치로서 즉각적인 직접민주주의, 인민의회의 보장 등등을 제출하면서 SYRIZA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밝혔다.

 

이렇듯 그리스 좌파세력들 내부에는 EU에 대한 태도, 선거강령, 좌파정부 구성안에 대한 태동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시리자가 6월 재선거 국면에서 우선회하면서 시리자와 나머지 좌파조직들간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각 정치세력이 갖고 있는 대중적 기반도 다르다. 그리스의 양대노총인 ADEDY(공공부문노조 총연맹)과 GSEE(민간부문노조연합)는 대부분 PASOK계열이고 이들은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의 상층부처럼 투쟁을 억제하는데 헌신해 왔는데, KKE는 노조투쟁에서 노동자계급을 동원하고 투쟁하는데 앞장서는 세력이다. 이에 비해 Synaspismos를 비롯한 다른 좌파들은 노동계급 내에 뿌리나 동원력이 없다. 2008년 학생반란이나 2011년 분노한 사람들의 투쟁에 많이 연대했고, 이번 선거에서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KKE의 지지층을 잠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KE는 2008년 학생반란 때 가장 먼저 항의시위를 조직했지만 방화와 약탈로 변하자 이를 비판하였고 분노한 사람들의 투쟁에는 소부르주아적이라고 규정하고 연대하지 않은 일이 있다.

 

따라서 계급투쟁 양상과 그리스 좌파 내부의 쟁점들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한국의 운동세력들에게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위기는 유예되었을 뿐, 더 급진화된 투쟁이 필요

 

노동자계급(총 취업인구의 60%), 영세자영업자(20%), 실업자(실업률 20% 이상)는 트로이카의 야만적인 억압과 수탈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자본의 ‘유로존 탈퇴’라는 위협을 뛰어넘는 계급의식을 획득하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투쟁의 미성숙을 의미하는 것이고 좌파 정치세력들이 정치적 전망을 분명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로 성립되는 연립정부는 트로이카로부터 약간의 떡고물을 선사받겠지만 그것은 결코 대중의 불만과 분노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조만간 연정은 다시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좌파는 자본에 대한 단호한 대결 태세를 갖춤으로써 대중을 조직하고 투쟁을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이번 총선은 그리스 좌파 정치세력과 노동자민중들에게 ‘계급투쟁의 진전’이라는 과제를 고스란히 남겼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