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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3호> 10.27 비정규대회 -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발표

10.27 비정규대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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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26일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처음으로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대회를 하던 그 날,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이용석 열사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분노가 치솟았다. 그로부터 9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비정규직 문제를 호소한다. 굶고 올라가고 뛰어내리고 버텨왔던 비정규직 투쟁의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10여년의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는 전체 노동자의 문제이며,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임을 우리 모두는 알게 되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2012 비정규대회

 

그 투쟁의 토대 위에서 2012년 10월 27일 비정규노동자대회가 약 2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역에서 열렸다. 올 대회는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이 모이는 대회가 아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바라는 모든 노동자와 민중이 모이는 대회였다. 민주노총과 노동, 시민사회, 법률, 인권 등 8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 만들기 천만선언 공동행동”이 만들어지고 천만선언을 준비하면서 조직한 ‘10만 촛불행진’이다. 이 날은 정규직든 비정규직이든, 앞으로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학생이든, 실업자이든, “노동자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함께하는 자리였다.
‘10만 촛불행진’은 아직 조직이 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말걸기를 하는 자리였다. 지금까지는 조직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이제 비정규운동은 900만 비정규직을 향해 말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권리가 있으며, 숨죽이고 있는 것으로는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 ‘10만 촛불행진’에서는 노동자 권리의 기준을 밝히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초안)’을 발표했다. 세계 인권선언처럼, 비정규직 권리헌장을 만들어 이에 부합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을 제안한 것이다. 사회헌장 운동에 함께 참여해, 일하는 사람들이 권리를 보장받는 투쟁을 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계약 형식에 대한 맹목적 순응, 개별화되어 있는 두려움, 해고와 생존의 고통을 뛰어넘어, 권리의 주체로 자신을 세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현장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꿔야

 

어떤 이들은 ‘비정규직이 없는 사회가 가능하냐’고 묻는다. 이들은 노동자의 힘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투쟁으로 권리를 찾아왔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이들의 ‘방향성’이다. 나만의 요구 쟁취가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의 권리를 쟁취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투쟁을 전체 노동자의 보편적인 요구로 발전시키고 폭넓은 연대와 투쟁을 만드는 것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구호의 목표이다.
비정규직이 권리를 향해 현장에서 투쟁하는 것만으로는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이 오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현장에서의 권력을 바꾸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온다. 그렇기 때문에 2012년 10만 촛불행진은 지금까지 현장에서 분투해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아직 숨죽이고 있는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치인들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가 정치의 주체가 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확신을 갖자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10만 촛불을 계기로 더 많은 이들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함께할 수 있도록 알리고 조직하자.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우리의 거대한 힘을 확인해보자.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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