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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사노위 : 10호>[강령논쟁] 여성,생태 문제는 계급해방만으로 자동 해결되지 않는다

 

[강령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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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사노위는 강령안을 마련하기 위해 3개의 초초안을 놓고 토론중이다. 이에 3가지 견해를 전국의 노동자 동지들과 함께 하려 한다. 독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
이번 주제는 ‘여성,생태,소수자에 대한 태도’이다. 필자에 따라 분량 상 각각의 주장을 모두 다루지 못하거나, 소상히 다루지 못한 점을 독자들께서 이해하시길 바란다. 사회주의의 시각에서 위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지 같이 고민하였으면 한다.
1. 현실사회주의 국가의 성격 규정과 태도, 평가에 근거한 사회주의 운동의 전개 방향
2. 혁명의 주체형성 전략
3. 여성, 생태, 소수자 대한 태도
4. 전쟁, 한반도에 대한 태도

 

 

여성,생태 문제는 계급해방만으로 자동 해결되지 않는다

 

인류 대부분의 역사에서 여성은 억압, 차별, 소외되어 왔다. 자본주의에서도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견고한 결합 속에서 여성 억압과 차별은 재생산되고 있다. 여성 노동자의 70% 이상이 비정규․저임금 노동자로 자본에 초과착취당하고 있다. 기혼여성 노동자는 여기에 덧붙여, 가사․육아노동 등 재생산노동을 무임으로 행하며, 이중 노동(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한, 여성해방은 이뤄질 수 없음을 말한다.
 
그러나 여성억압과 차별이 이뤄지는 공간은 직장(노동)과 가족 안에서만이 아니다. 여성의 몸과 성과 사랑을 매개로, 이데올로기로, 법․제도․관습의 영역에서 총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몸과 정신에 대한 폭력인 성폭력,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중규범, 여성차별적 성별분업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따라서 여성해방은 남녀노동자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억압과 착취를 끝장내는 계급해방과 육아와 가사노동의 사회화만으로는 온전히 이뤄질 수 없다.
 
1917년 러시아혁명은 여성에 대한 차별적․억압적 법제도를 철폐하고, 자본주의적 계급관계를 철폐하며, 여성의 생산노동 참여와 가사․육아노동의 사회화를 통해 여성해방에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진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가부장제와 성별분업구조가 유지되면서, 러시아의 여성들은 지금의 자본주의 여성과 비슷하게 직장과 가정에서 이중노동에 시달리고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온전히 해방되지 못했다. 즉 러시아혁명의 경험은 자본주의 극복만이 여성해방의 근본토대를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자본주의 극복이 자동적으로 여성해방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러시아에서 여성해방의 미완성은 스탈린주의 반혁명 때문이 아니라, 뿌리깊은 가부장제의 유지와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운동의 부재가 낳은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생태파괴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연파괴는 자본주의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 규모가 세계적이고 그 파괴의 수준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이르렀다는 점에서, 자본주의는 인류역사상 최대의 반생태 체제이다. 이는 보다 많은 이윤을 위해 ‘보다 많은 생산과 보다 많은 소비체제’를 강요하는 자본주의의 필연적 결과이다. 게다가 생태파괴의 결과가 모든 계급에게, 모든 나라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생태파괴의 영향은 이 피해에 미처 대처하지 못하는 빈곤층과 제3세계(남반부)에 집중적이고 재앙적인 피해를 끼치고 있다. 따라서 생태문제는 계급문제이고,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이다. 그래서 생태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철폐해야 한다.
 
그러나 생태재앙은 자본주의 철폐 그 자체만으로는, 또는 생태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나 산업(예;핵발전소)에 대한 노동자통제만으로는 극복될 수 없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와 비견되는 1980년대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보여주듯이, 자본가계급이 없는 사회도, 생태적 관점이 없다면 동일한 대재앙을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소련은 진정한 사회주의가 아니었고, 원전에 대한 노동자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터졌다는 결론은 원전사고나 생태문제 해결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
 
생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자연을 정복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극복하고,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이라는 관점, 인간이 자연과 유기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생태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전세계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화석에너지를 재생가능한 대안에너지 체제로 바꿔야 한다. 유전자 조직과 공장식 축산업, 농약과 화학비료로 범벅이 된 농화학농업을 유기농업으로 바꿔나가고, 지역을 기본단위로 식량생산과 소비가 생태적으로 순환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 투쟁들을 자본주의 철폐의 전망과 목표 아래 결합시켜 나가야 한다.
 
여성문제와 생태문제는 계급모순 철폐(자본주의 극복) 이후 이뤄져야 할 먼 미래의 과제로 미뤄두거나, 노동과 자본간의 직접적인 투쟁보다 부차적인 문제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사회주의운동은 모든 사안과 문제에 대해 계급적 관점을 갖되, 계급모순 환원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여성과 생태문제 해결의 선도적 주체로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여성과 생태문제에 대한 입장을 마련하고, 실천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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