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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51호> 전국의 산이 코오롱 이웅렬 뒷동산?

전국의 산이 코오롱 이웅렬 뒷동산?

‘정리해고=나쁜 기업’운동을 일구는 안양분회

 

 

재계 23위,
78명 인건비 때문에 회사가 망해?
 
2005년 코오롱에서는 78명의 노동자가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 됐다. 재계 23위였던 코오롱자본은 노동자 78명을 자르지 않으면 공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이밀었고 노동부는 이를 용인했다. 벌써 9년. 노동자들은 정투위를 구성해 투쟁을 시작했다. 자본은 대화거부와 손배가압류로 대응했다. 2012년, 해고노동자들은 이번에야말로 끝장내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과천으로 상경해 지금까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자본이 드디어 반응하다!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끝장투쟁을 시작한 해고자들, 천막 지킴이 최일배 동지는 그 누구보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강조하는 사람이다. 희망광장, 희망뚜벅이, 투쟁사업장이 모여 만든 공동투쟁단 등 그는 사업장을 뛰어넘어 수도권 곳곳을 뛰어다녔다. 과천 농성장을 거점으로 삼고 투쟁하는 곳이라면 달려가는 그의 연대정신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공대위가 구성됐고 매주 집회를 이어나갔다. 그럼에도 9년이나 된 장투사업장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코오롱 정투위와 공대위는 ‘코오롱 불매 원정대’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코오롱 불매 투쟁에 나섰다. 
수도권 5대산(관악산, 북한산, 도봉산, 청계산, 남산)에서 등산객들과 ‘정리해고=나쁜 기업, 해고자복직’을 이야기하며 불매운동을 시작하자 드디어 코오롱 자본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102개 산에 대한 불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고 가는 곳마다 코오롱 관리자들이 졸졸 쫓아다니며 우리를 감시하고 나선다. 우와! 코오롱 자본이 불매운동이 무섭긴 무서운가보다.
 
 
작은 실천이지만
‘정리해고=나쁜 기업’ 확인 
 
사노위 안양분회는 코오롱 불매 원정대에 참여해 함께 산에 올랐다. ‘정리해고 기업은 나쁜 기업이다. 사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반응은 몇 마디 대화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 충북, 경기지역에서 1인 시위와 인증샷이 SNS를 통해 확대되고 다른 지역으로까지 퍼져나가면서 이제는 원정대가 가지 않아도 코오롱 불매운동 현수막을 들고 산을 오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운동을 하다보면 전국적 정세를 쫓느라 허덕이고, 지역에 투쟁사업장이라도 생기면 집회로 정신이 없다. 모임을 해도 정치토론으로 머리를 싸매고, 저마다 하는 일에 쫓기다보면 각자의 활동을 서로 점검해주는 것도 잊고 지날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정작 지역사람들과 ‘자기 공장 뛰어넘기’를 위한 조직적 실천을 도모하는 게 만만치 않다. 정세적으로 중심이 되는 투쟁에 결합은 해도, 지역 현장에서 벌어지는 투쟁으로 머리가 깨져도, 일상적으로 삶속에서 노동의 문제를 함께 풀어내고 대중과 만나는 실천은 너무나 부족한 게 현실이다. 
코오롱 불매운동은 그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불매 원정단이 산에 올라 등산객들과 정리해고 문제를 이야기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왜 불매운동을 하는가를 이야기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함께 간 우리 역시 회원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소통한다. 자기 일에만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실천이지만 현 시기 핵심적인 노동문제인 정리해고-비정규 문제에 대한 자기 실천을 고민케 한다.
그렇게 한 달이 넘었다. 산악부를 조직하고, 회사 동료들을 모으면서, 지역 활동가들이 단합을 위해 산을 찾는다. 그 속에서 대중들을 만나고, 정리해고-나쁜 기업을 알리고 함께 공감하는 실천을 벌인다. 장투사업장으로 치부하면서 얼굴이나 한 두 번 비추고 말았을 코오롱 정리해고철회 투쟁은 작은 실천으로 이렇게 다시 부활하고 있다. 
 
류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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