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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2호>그리스 위기, 미로 속에 갇힌 세계경제

갈팡질팡 그리스 롤러코스터 세계 증시 
 

EU 등의 구제금융 안에 대한 그리스 총리의 국민 투표제안과 철회, 총리 신임투표 등 그리스 정치권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세계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양 출렁거렸다 그리스 총리는 의회에서 재신임 기준을 간신히 넘겼지만(재신임에 필요한 151표에서 2표를 더 얻었다) 총리가 제안한 연립정부에 대해 야당은 부정적이고, 구제금융안을 둘러 싼 갈등으로 온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구제금융 안에 대한 저항은 즉각 일어났다. 지난 달 19일 공공부문의 파업으로 대중교통은 물론 우체국, 법원, 세관 등도 업무를 하지 않는 등 사회 전 부문이 멈추었다. 시위는 시위자가 1명 사망하는 등 계속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그리스 정국에 안절부절못하며 위기의 불똥이 번지지 않기만 바라고 있으나, 낙관할 수가 없다. 2008년 기준으로 유로존(유로통화권 17개국)에서 그리스의 경제규모(GDP)는 3.1%에 불과함에도 세계경제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그리스가 위치한 발칸반도가 세계대전을 촉발한 세계화약고였다는 점에서 그리스 위기는 자못 비장하다.
 
유로존의 비극

 

유로존은 1999년 1월 1일에 유로화의 공식적인 도입과 함께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스는 2000년에 국민투표가 통과되어 2001년 1월 1일에 가입했으며 동전과 지폐는 2002년 1월 1일부터 통용되었다. 에스토니아는 2011년 1월 1일에 가입함으로써 현재 17개 국가, 약 3억 3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로존에 속해 있다.
유로존 출범은 유럽권역을 단일 통화(유로)로 만드는 것으로 달러화에 대당하는 기축통화로까지의 원대한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즈음에는 기축통화 자리까지 넘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위기확산으로 2년도 채 되지 않아 쑥 들어가 버렸다.
그리스는 2001년 유로화를 도입하면서 초기에는 실직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유럽 내 상대적 빈국이었던 그리스는 유로화의 도입으로 금리가 낮아지고 그리스의 통화가치가 절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저축률은 하락하고, 설비투자 및 주택을 중심으로 한 건설투자가 급증하였다. 국내저축과 투자 간의 불균형은 부동산 열풍을 만들어 낸다. 이는 결국 거품경제에 일조한다.
산업구조에 있어 서비스업, 특히 관광업의 비중이 높은데, 관광업은 2008년 미국발 위기로 인한 세계경제 위축으로 인해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한편 지하경제의 (소득신고 없이 이뤄지는 비공식 경제활동, 가장 큰 폐해는 탈세임)비중이 GDP 25%로 조세건전성이 좋지 못하다.
그나마 변동 환율제를 통한 조정국면도 가능하지 못했다. 유로존에 가입되어 환율은 고정될 수밖에 없다. 환율이 고정되고 물가는 상승하니 대외경쟁력은 악화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처럼 달러를 마구 찍어낼 수 도 없다. 달러처럼 유로는 기축통화로 기능할 수도 없어, 과잉된 화폐 발행으로 부담을 다른 국가에 전가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킬 수도 없다. 그리스의 경제규모가 작다고 하여도 이미 하나의 통화권으로 깊숙이 얽힌 각국은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장밋빛 유로존이 어느새 잿빛 유로존으로 치닫게 되었다.

 

디폴트인데 디폴트라 할 수도 없고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의 162%에 달하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4월에 1100억 유로, 올해 6월 1000억 유로를 유럽연합과 IMF 등에 요청하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6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상태이며, 이미 1000억 유로의 빚을 탕감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가부채는 아직 2500억 유로정도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지원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빚을 얻어 빚을 갚는 형국이 되었고, 그 끝을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 상태(특정 국가가 외국에서 빌려온 돈을 계약된 상환기간 안에 갚지 못해 부도에 이르는 상황)임에도 누구도 디폴트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측면이 아니라 정치적 측면이다.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전체에 퍼질 감당할 수 없는 연쇄효과로 세계경제가 파국에 치달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상황은 이전에 모라토리엄(한 국가가 경제·정치적인 이유로 외국에서 빌려온 차관에 대해 일시적으로 상환을 연기하는 것)을 선언한 러시아나 브라질, 칠레 등 남미국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측면에서 더욱 곤혹스럽다. 위 국가 들은 그나마 천연자원을 풍부히 가지고 있으나, 그리스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위기
 

글로벌 경영, 단일통화, 국경없는 경제를 외치며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자본주의 세계화는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덫이 되었다. 그리스의 위기는 그리스 국민의 나태에서 근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 위기, 달러의 대량 유통, 유로존의 단일 통화 및 고정환율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자본주의 세계체제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단지 유럽의 1번 선수가 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그리스가 2번, 3번으로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태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구조적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리스 노동자 민중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빚을 갚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 총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의 말처럼 “그들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그런 방법으로는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하게 될 것이며, 부자는 더 부유하게 될 뿐이다.” “도움은 사양하겠다. 당신들이 나를 ‘구제’하기를 바라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가 노동자 민중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다.
              
김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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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2호>이제 눈을 감아도 자본의 뼛속까지 다 볼 수 있다 유성지회 대량부당징계에 맞선 투쟁 시작!

300여명 싹쓸이 부당징계
 

8월 22일 현장복귀 직후 유성자본은 전 조합원 싹쓸이 징계를 강행했다. 약속불이행, 폭력교사, 비열하고 파렴치한 유성자본이 한 치의 뉘우침도 없이 책임을 지회와 조합원에게 떠 넘겼다. 단체협약에 정한 노사동수 징계위원회는 정해진 징계결과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또한 자본은 지회의 전 조합원 징계를 강행하는 와중에 어용노조와의 임금인상 교섭을 시작했다. 징계국면에서 지회 조합원의 이탈유도, 어용노조의 사업장 내 위상 제고를 통한 지회 무력화 등 수많은 의도가 깔려진 술책이었다.
이 상징적 대조를 보이는 두 국면, 즉 ‘전 조합원 싹쓸이 징계’와 ‘어용노조와의 임금교섭’이 갖는 궁극적 의미는 자본이 노조의 행동을 심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은 ‘야간노동철폐’를 위한 노사간 합의이행이라는 투쟁의 동기보다, ‘폭력성’, ‘불복종’, ‘무질서’를 더 크게 부각시키고 확대·왜곡했다. 이렇게 부풀려진 것들로 다시 ‘공포’를 만들었다. 여기서 심약한 어용노조의 창시자들은 착시현상을 일으키며 자본이 만든 공포를 퍼다 날랐다. 자본은 상과 벌로써 그 대가를 주며, 마치 공정한 모습인양 유세를 한다.

 

법과 권력위에서 우뚝 선 유성자본 그러나 반드시 무너진다!
 

이제 유성기업이라는 사업장에 ‘법’은 없다. 오직 ‘유성자본법’만 존재한다. 지회나 조합원들이 법을 잘 지키더라도 유성자본법에 어긋나면 심판과 벌의 대상이 된다. 법에 정한 정상적 노조활동(교섭, 협의, 절차를 갖춘 쟁의행위 등)으로는 유성자본법을 넘어설 수 없다. 농담이 아니라 우리가 지난 5개월이 넘도록 두 눈으로 확인해 온 사실이다. 가끔이겠지만 자본이 손을 내밀며 교섭에 임하더라도 그건 지회나 조합원의 행동이 유시영법을 착실히 따랐다고 판단할 때뿐이다.
자본에 의한 길들이기다. 대량부당징계 대응투쟁이 중요한 이유다. 해고, 출근정지를 정직이나 견책으로 낮추고 3개월이 지나 현장에 복귀하는 것으로 이 국면은 끝나지 않는다. 대량부당징계의 법적 결과가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싸우느냐, 자본의 싹쓸이 징계의 의도를 어떻게 폭로하고 분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대량부당징계 대응투쟁의 방향은 자본이 원하는 것의 반대로 하면 된다. 자본이 만든 ‘공포’에 떨지 않고 더 큰 공포로 되돌려줄 때, 정문을 막는다면 정문을 뚫을 때, 얄팍한 이간질로 접근해 온다면 공개공간에서 대중적으로 폭로할 때 저들은 두려워한다. 길들여지지 않아야 ‘유성자본법’, ‘유시영법’을 없앨 수 있다.

 

이길 수 있는 태세는 갖춰졌다!
 

6개월의 투쟁,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투쟁의 시간이 즐거운 사람은 없다. 모두가 힘들다. ‘그래도 유성지회’니까 이만큼 왔으며, 어려운 시기에 지도부를 자임한 동지들도 있다. 조합원들은 눈빛만 봐도 생각을 알아차릴 정도로 끈끈하다.
투쟁의 명분은 ‘법’이나 ‘순응’, ‘적당한 투쟁과 타협’에서 찾아지지 않는다. 저들이 치는 만큼 제대로 치고 나가는 투쟁을 전개할 때 명분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자본이 비타협적인 만큼 비타협적일 때 투쟁은 승리의 한 점을 찍을 수 있다. 소나기를 피한다고 해서 질퍽거리는 진흙탕 길까지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6개월을 싸워 버텨낸 현장의 조합원들 가슴속열망은 이 싸움에서 유성자본을 제대로 이기는 것이다. 그 시작은 대량부당징계를 백지화시키는 것이다.

 

장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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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2호>스티브 잡스와 안철수, 노동착취를 하지 않는 자본가? 그런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56세로 죽은 스티브 잡스는 천재라 칭송받았고,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난 뒤에 다시 애플로 복귀해서 대단한 성공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입지전적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죽음에 세계적인 추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것은 그냥 보고있기 힘들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아이폰을 만들던 수많은 노동자들의 자살 때문이고, 하나는 잡스와 묘하게 교차되고 있는 안철수에 대한 한국 대중의 환호 때문이다.

 
폭스콘 자살 노동자들의 원혼이 스티브 잡스를 노려보고 있다.

 

작년 폭스콘 공장에서는 12명의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폭스콘 공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기본급 16만원(최저임금)을 받으면서 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렸고, 20평방미터 정도의 기숙사에 10명의 노동자가 공동생활을 했다.
세계의 관심이 폭스콘 공장으로 쏠리자, 잡스는 노동자들의 자살에 대해서 어의없는 변명을 하였다. 그 변명은 “폭스콘의 자살률은 중국 평균 자살률보다 낮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률이 일반인의 발병율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그러나 자살한 노동자들 중 특히 한 명은 애플 아이폰의 신제품 샘플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었다. 애플의 마케팅은 철저한 비밀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스티브 잡스의 신제품 발표회까지 신제품에 대한 비밀이 지켜져야 하고, 그래야만 스티브 잡스의 발표회가 더욱 인기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스티브 잡스의 그 유명한 발표회는 비밀유지를 위한 가혹한 노무관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이 가혹한 노동착취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것은 반드시 폭로되어야 한다.

 

노동착취 하지 않는 자본가? 안철수
 

얼마 전 조사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스티브 잡스와 안철수가 꼽혔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환상은 많은 부분에서 안철수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나를 착취하지 않고 고용해줄 창의력 있는 자본가, 안철수’가 그러한 기대이다. 혹은 ‘나도 그리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안철수처럼 폼나게 희망을 이야기하며 자본가로서 살 수 있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스티브 잡스도 폭스콘 노동자들이 자살로서 저항하지 않았다면, 평균 자살률을 운운하며 발뺌하는 지경에까지 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폼나게 신제품 발표회를 하며 청춘콘서트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잡스와 마찬가지로 안철수연구소의 무수히 많은 엔지니어들이 야근을 거부한다거나 안철수가 쓴 책의 독후감을 써오라는 명령을 거부할 때 안철수는 스티브 잡스처럼 코너에 몰리게 될 것이다.

 

자본의 마술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란 말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마술적 사고에 빠져서 치료를 거부했다는 것 때문에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쉽게 말해 마술적 사고란 다이어트하고 있는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에 “오늘은 착한 일을 했으니 살이 안찔거야”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것처럼 나중에는 낭패를 볼 수 있는 비논리적 사고를 말한다.
바로 스티브 잡스, 안철수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노동자민중에게 마술적 사고를 부른다. 당장은 좀 더 깨끗한 것처럼 보이는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통해 뭔가 나아질 것 같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노동을 착취하지 않는 자본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안철수에 대한 지지가 스스로 만들어야 할 투쟁과 삶을 대신해주지 못한다.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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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2호>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1년 정규직화 투쟁은 계속된다

<편집자 주>1년 전, 2011년 11월 15일은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 동지들의 25일간의 총파업투쟁을 시작한 날이다. 총파업투쟁 후 대법원 승소자인 최병승은 수배됐고, 고법 승소자 김준규는 구속되었다. 100여명의 해고되었고, 1000여명의 조합원 징계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라는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 투쟁은 중단 없이 이어지고 있다. 투쟁 1년을 맞아 투쟁의 시발점이 된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인 최병승 동지의 서면 인터뷰를 싣는다.

 

1. 수배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몸과 맘도 많이 지쳐 힘들 텐데 건강은 어떠한지? 무엇보다 함께 투쟁한 조합원들을 만나 소주한잔 기울이며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논의하고 싶을 텐데, 아쉽지만 지면으로라도 인사 바란다.

 

벌써 수배생활을 시작한지 11개월이 되었다. 많은 동지들의 보살핌으로 잘 지내고 있다. 25일 파업 이후 지회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뿐이다. 지면을 빌어 조합원 동지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해고된 동지들은 더 힘들고, 사측 탄압의 강도가 심해지는 현장조합원은 답답하고, 어려울 것이다.
사측은 힘든 조건과 상황을 조성해서 투쟁의 대오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이탈시키려 한다. 지금 포기하는 것은 사측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동지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장 동지들은 해고 동지들이 힘을 낼 수 있게 해고자 생계를 함께 책임지는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 그리고 해고자 동지들은 현장 동지들이 투쟁의 의지를 높일 수 있게 사측과의 투쟁을 강화해 갔으면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갔으면 한다.
 
2. 대법원 판결 후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 하라는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 투쟁의 과정과 의의를 평가한다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3지회의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는 한 공장의 요구가 아니였다. 금속노조의 요구였고, 따라서 15만 사업장의 요구였다. 즉, 대법원이 정한 근속 2년 이상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고, 현대자동차라는 한 사업장을 넘어서는 요구였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이 현대자동차 3지회의 투쟁으로 제한되었다.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의 투쟁은 대법원 판결 후 급하게 조직된 것이 아니다. 2010년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3지회가 처음으로 공동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판결이 났고, 이를 계기로 투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즉,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의 투쟁은 무려 6개월의 준비기간을 가졌던 것이다. 따라서 준비 없이 급하게 진행된 투쟁했다는 일련의 평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떠한 투쟁이든 투쟁이 시작되면 많은 변수들이 생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태도와 입장을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한다. 25일간의 투쟁 방향을 몇몇의 지도부가 아닌 조합원들이 만들어 갔다고 생각한다. 주요한 시기 조합원의 집단적인 토론을 통해 함께 결정해 나갔다. 이렇게 조합원들의 판단이 25일을 만들었다. 아쉬운 것은 지회 스스로가 점거파업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1공장을 넘어 타 공장의 생산을 멈추지 못한 것이다. 또한 2차 파업을 빠르게 조직하지 못한 결과 부당징계를 공세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여기에 지회의 조합비 횡령 문제까지 겹치면서 지도력이 위기가 발생했고 현장이 무너졌다. 따라서 투쟁을 선언해야할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간부들의 활동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회는 아직 1,280명의 조합원이 있다. 조합원이 함께 논의하고, 지회 비리 문제를 원칙에 맞게 처리하고, 통일된 투쟁 방향을 마련한다면 작년과 같은 투쟁을 다시 조직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또한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라는 요구를 지키는 이상 현대차비정규직의 투쟁은 전국적 요구로, 전국적 투쟁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동지들의 노력이 함께 진행되길 바란다.
   
3. 총파업 후 모진 탄압 속에서도 비지회의 투쟁이 멈추지 않고 있다. 출근투쟁과 퇴근 동영상 선전전 등 총회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조합원동지들과 연대 대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은?

 

사측은 집회참여, 항의방문, 선전전 등에 참여하면 다시 징계 운운하며, 조합원을 협박하고 있다. 이러한 사측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조금씩 투쟁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각 공장의 투쟁을 확인하고, 모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 발생된 두 번의 조합비 횡령 문제에 대한 명확한 보고와 후속처리 방안을 보고해서, 지도력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일차적으로 조합원이 많이 모여야 한다. 그리고 함께 고민해서 작은 실천이라도 결의해야 한다.
25일 파업 이후 많은 조합원이 투쟁 조끼를 착용했다. 사측의 탄압이 시작되면서 조끼를 벗었지만 언젠가 다시 입겠다며 사물함에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고이 간직했던 조끼를 이제 다시 입어보는 것부터 지회의 투쟁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도 어려우면 현실에서 가능한 결정을 통해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이 함께 할 수 있는 투쟁 방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지도부도 새롭게 뽑고, 투쟁 방향도 제출해서 한발 더 나아가는 투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 및 25일을 함께 한 연대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지금 상황이 많이 아쉽고, 실망스럽고, 걱정될 것이다. 그렇지만 다수의 조합원이 불법파견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있고 다시 투쟁을 결의하려 한다. 많은 동지들이 오셔서 지지해 주셨으면 한다. 또한 매주 진행되는 수요 집회에 한 달에 한번 이라도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 동지들의 연대가 조합원 동지들에게 많은 힘이 될 것이다. 항상 부탁만해서 죄송하고, 감사하다.

 

4.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사회주의에서나 가능하다”고 선동하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투쟁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자본의 핵심은 이윤창출이다. 그리고 자본의 이윤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통해 나온다. 이런 자본의 속성상 ‘비정규직’ 이라는 고용형태를 어떻게든 유지하려 한다. 따라서 비정규직 철폐는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업장, 사회 전체의 문제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경우 순이익의 2~3%만 투자하면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 자본은 그것도 아까워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도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지만 자본이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 한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 자본가의 영업 비밀을 공개하는 투쟁, 이를 바탕으로 공동으로 착취 받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의 투쟁을 통해 한 사업장에서, 지역으로 다시 전국으로 투쟁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만일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동지들이 다시 투쟁을 한다면 금속노조의 모든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공동의 파업을 제대로 조직해서 금속노조의 모든 사업장에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것부터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드는 투쟁의 시작일 것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경험, 96~97년 노동법개악분쇄 총파업의 경험을 가진 남한 노동운동의 저력은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모든 동지들이 함께 노력하자.

 

5. 총회 후 비정규직지회 정상화는 당면한 일이다. 비정규직지회 정상화를 위해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회 조합원이 언제나 자랑스럽다. 2005년 파업 이후 그 힘든 시기에도 조합원 동지들은 2006년 파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또 찾아온 힘든 시간을 참고 인내했다. 그리고 2010년 또다시 떨쳐 일어났다. 지금 많이 힘들지만 지난 역사를 보면 지금은 좀 더 좋은 조건에 있다. 그래서 또 다시 투쟁을 결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조합원들이 8대 요구(사내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원청 정규직화)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조금씩 조직력을 만드는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하나하나 축적된다면 반드시 우리의 목표를 쟁취할 것이다. 부족한 힘이나마 어떤 방식으로든지 동지들과 함께 하겠다. 먼 곳에서 항상 함께하지 못해 항상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동지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투쟁!

 

선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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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2호>2011년 전국노동자대회 반자본투쟁의 기운을 모아내야 한다!

<편집자 주> 2011년 노동자대회가 11월 13일에 예정되어 있다. 이번 노동자대회는 장소를 서울로 할 것인가, 정리해고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한진중공업이 있는 부산으로 할 것인가의 논란도 있었으며, 노동자대회가 야권연대에 종속되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이러한 갑론을박 속에서 2011년 노동자대회의 의미와 과제, 그리고 노동자대회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노동해방선봉대를 제안하여 준비하고 있는 노동전선의 김태연 집행위원장 동지의 인터뷰를 싣는다.

 

1. 2011년 전국노동자대회를 맞아 노동전선에서 제안한 노동해방선봉대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전국노동자대회의 의미와 노동해방선봉대의 목표와 과제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2008년에 자본주의 금융위기가 터지자 각국 정부는 기업에 구제금융을 쏟아 부었지 않았나? 그리고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요했고. 그 결과가 무엇인가?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급기야 국가재정 부도라는 사태에 직면한 게 2011년의 세계자본주의 상황 아니겠는가? “월가를 점령하라”, “1%에 맞서 99%여 저항하라”는 투쟁이 확대되고 있다.
금년 전국노동자대회는 이런 상황에 적극 조응하는 투쟁이어야 한다. 노동자 대중의 요구는 더욱 급진화하고, 적극적인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대중적 인식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이제 그만”을 과감히 외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되어야 한다.
“2011 노동해방선봉대”는 반자본투쟁을 각 지역과 현장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적 투쟁전선의 확대강화에 복무할 것이다.

 

2. 노동자대회가 의례적 행사가 되어버렸단 비판도 많고, 이번은 특히 야권연대를 위한 판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며칠 전 ‘민중의힘’ 집행위원회에서 민주노총이 전국노동자대회 계획을 보고했다. 산별조직별 사전대회를 하고 시청광장에 모여 “1시간 정도 집회를 굵고 짧게 한다”는 보고였다. 보통 집회를 굵고 짧게 하다는 의미는 집회 후 가두시위를 한다는 것 아닌가? 그러냐고 물어 봤더니 아니라는 거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전국노동자대회열리는 11월 13일은 어떤 상황인가? 지금최대의 쟁점이 되고 있는 한미FTA 비준이 11월 10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될 상황이다. 넘어가든 강행 처리되든 싸워야 할 때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저지투쟁을 위해 전국노동자대회를 부산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한 결과 13일은 서울에서 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싸워야 한다. 최근 수년간 전국노동자대회에 수만 명의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형식적인 집회 후 해산해 버리는데 대한 원성이 높았다. 이 점은 민주노총 집행부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금년 전국노동자대회가 이렇게 기획된 데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2012년 총대선 승리결의”를 핵심슬로건으로 결정했고, 전국노동자대회는 투쟁대회가 아닌 총대선 승리결의대회로 치르겠다는 것이다. 전국노동자대회는 야권연대의 부속물쯤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자 11월 8일 민주노총 중집에서 노동자대회 투쟁기조를 재논의하겠다고 했다는데 결과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다. 그날 중집에서 또 다른 야권연대가 논의될 판이니 말이다. 노심조 등 이른바 통합연대가 국참당과 함께하는 진보정당통합을 결정하자 민주노총이 그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력과 선을 긋고 반자본 투쟁으로 나가야 할 판에 신자유주의정당과 통합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한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2011 노동해방선봉대는 진보정당운동의 우경화와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야권연대에 대한 분명한 반대와 새로운 방향정립을 염원한다. 변혁적 노동운동진영의 정치적 연대를 현장과 지역으로 호소하고 노동자계급정치 확대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3. 많은 노동자대회가 있었는데 노동자투쟁의 힘을 모아내고, 투쟁의 장을 열어냈던 역사가 있다면?

 

1988년 제1차 전국노동자대회를 빼 놓을 수가 없다.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떨쳐 일어선 노동자들이 혈서로 쓴 ‘노동해방’을 앞세우고 5만대오의 가두행진을 벌였다. 노동해방이라는 운동방향, 노동악법개정이라는 당면투쟁과제, 전국적 조직건설이라는 당면조직과제를 분명히 한 대회였다. 89년 전국노동자대회는 ‘전노협건설’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내걸고, 군사독재정권의 폭압적 탄압을 뚫고 사수한 대회다. 전국의 대중교통 출발장소가 봉쇄되었지만 1만 여 명이 서울모여 약 5천명이 전투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관악산을 넘어 대회장에 모였다. 서울대 정문에서 화염병까지 날아가는 격렬한 투쟁이 전개된 대회다. 2003년 전국노동자대회는 이른바 열사정국에서 개최되었다. 바로 지금 현재 투쟁하고 한진중공업에서 김주익, 곽재규 동지가 자본과 정권의 노조탄압에 항거해 목숨을 끊었고,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이용석 동지가 분신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노동자들은 분노로 부글부글했다. 2003년 11월 12일 전국노동자대회는 종로대로에서 노동자들의 화염병투쟁으로 발전하고 “열사를 살려내라”, “신자유주의 분쇄하고, 손배가압류 철폐하자”는 당면투쟁과제를 위한 실질적 대중투쟁으로 전개되었다.

 

4. 2011년 전국노동자대회를 비롯해서 앞으로 노동자 투쟁이 나아가야할 당면 과제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앞에서 얘기한 것 같은 선상이다. 2011년에 반자본 투쟁은 노동운동의 일반적 지향이 아니라 당면투쟁과제다.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처방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자본주의 착취방식에 대한 근본적 저항을 대중적으로 전개해야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저지투쟁도 중요하다. 다만, 5야당중심의 국회투쟁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촛불시민들이 모이고 있지 않나?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투쟁, 1%에 맞서는 99%의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저지투쟁의 승패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리해고 정책에 파열구를 내느냐 마느냐의 투쟁이 되고 있지 않나?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철폐와 민주노조탄압분쇄, 대학등록금폐지와 교육공공성강화를 묶어내어 대중투쟁의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 내야 한다.

 

선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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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해방선봉대 1일차 제주강정투쟁 도중 4명 강제 연행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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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해방선봉대 1일차 제주강정투쟁에서 동북아 군사 긴장 초래하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펼친 노동해방선봉대원 4명이 강제연행되었다. 강제연행된 동지들은 당일 저녁 동지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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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주차 사노위 주간초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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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1호>99% 세상을 가져라 OCCUPY WORLD

 

99% 세상을 가져라 OCCUPY WORLD


분노가 행동으로

지난 15일 세계 80여개국 1,5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졌다. 그 양상과 규모는 저마다 다르다 하더라도 가장 신속하고 열렬한 국제행동이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세계화의 폐해에 대한 인민의 멋진 세계적 화답이다.
불과 한 달 전 9월 17일 소수의 사람이 월가에 집결했을 때 국제 가십기사로 다루어졌던 ‘월가를 점령하라’시위가 한 달 사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분노가 국제적 행동으로 전화되기까지 짧은 시간인 것 같으나 그 휘발성은 이미 노정된 것이다. 2008년 증폭된 자본의 위기는 이미 유럽의 재정위기와 구조조정으로 인민을 위협하였고, 전 세계적 저항은 그리스, 스페인, 영국 등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국제 공동행동 제안 이전에도 길게는 몇 천 킬로를 걸어 ‘분노한 사람들’이 유럽 각지에서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브뤼셀로 향하고 있었다. 세계는 그야말로 체제에 대한 분노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세계적 저항은 자본주의와 대의민주제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으로 표출되고 있고, 분노의 화염은 좌충우돌하며 근본적 문제로 치닫고 있다.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의 균열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 등에서의 투쟁 등과 비교하면 미국의 투쟁이 세계적으로 신속히 확산되었는데, 그 이유는 그 운동적 성숙과 무관하게 미국이 차지하는 국제적 위상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기축통화와 세계적 수탈로 자국 인민의 불만을 무마하였던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국의 인민에게도 수탈의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가장 보수적인 미국 인민의 저항은 자본주의 역사적 승리 선언이 백일몽에 지나지 않음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심장인 미국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아래로부터 발화되고 있다. 현재의 저항 동력이 오바마의 정치농간에 포섭될 지, 아니면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나아갈지는 지금 국면에서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사회에서 금융자본을 비롯한 전체 실업, 주택, 의료 등의 사회문제가 쉽게 봉합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적어도 자본주의 균열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를 언급하지 않고서 불가능한 현실

미국 시위가 세계로 번지는 한 달 사이 놀랍게도 주류 언론조차 자본주의의 위기를 논하고 있다. 물론 초점은 금융자본의 ‘좀 과한’ 탐욕이다. 이는 전체 자본주의는 충분히 교정될 수 있는데, 그동안 금융자본을 너무 풀어줬다는 정도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시중은행의 2조 원 가량 순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지 말고 사내 유보금으로 적립하자고, 정부와 한 목소리를 낸다. 이미 확산된 분노를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국한하려 한다. 자본주의를 언급하지 않고는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없는 상황에서 분노의 대상을 제한하려하하니 시중은행에서는 “영업성과가 나쁠 때는 나쁘다 타박하고, 많이 벌면 많이 번다고 타박한다”고 투덜거린다. 왜 나만 가지고 난리냐는 것이다. 문제를 모두 금융자본에게 떠넘기려는 자기모순이 그들 내의 이전투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찌되었든 상황은 바야흐로 방어하건 공격하건 누구든 자본주의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세상을 다 가져라

순식간에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점령하라”. 한국의 인민은 어디를 점령해야 하는가? 여의도에 가야하는 것인가? 아니다. 미국의 월 스트리트는 상징일 뿐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진원지로서 분노의 일차적 표적에 지나지 않는다. 월가를 넘어 각지로 점령의 표적은 확대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는 촛불항쟁과 희망버스 등으로 미국 인민의 투쟁과 다름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인민도 곧이어 깨닫게 되겠지만, 거리를 점거하는 것만으로는 ‘점령’의 이상을 성취할 수 없다. 인민이 취해야 할 곳은 따로 존재하는 일부분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철저히 작동되고 생생하게 발현되고 그래서 대다수 인민이 고통받는 바로 이 세상 전부다.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이미 우리의 점거의 구호이며, 더불어 “실업 없는 세상, 부채 없는 세상, 야간노동 없는 세상”은 점거의 구호가 되어야 한다. 거리만이 아니라 공장과 학교도 거점이 되어야 한다. 99% 인민이 점령해야 할 것은 1%가 점령한 세상이다. 1%의 세상이 자본주의이고 99%의 세상이 사회주의다.                 

김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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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1호>OCCUPY WALL STREET 현실과 나아갈 길은?

 

OCCUPY WALL STREET 현실과 나아갈 길은?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운동이 짧은 시간에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소규모의 캠페인은 9월 26일 경찰의 진압을 거치며 급속도로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한 10월 5일의 전국적 대규모 집회를 거쳐, 10월 15일에는 전 세계 1,500여개의 도시에서 공동행동 시위가 진행되었다.

 

악마가 있다면 주소지는 바로 월스트리트일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사정과 요구는 다양하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오직 1%의 부자만을 위하고 있다는 것과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 1%에 의해 착취당하는 압도적 다수, 바로 99%라는 것만이 시위대의 단일한 정체성이다. 그들이 폭로하려는 것은 금융자본주의의 탐욕이다. 또 리더가 없는 저항운동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주요한 타겟으로 삼고 있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일자리의 감소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는 학자금 대출, 그리고 의료비용의 급등이다. 

미국 실업률은 공식적으로 9%이며, 파트타임 노동자와 구직을 포기한 자들을 포함하면 16.5%에 달한다. 임금은 1년 전에 비하여 2% 삭감되었다. 2009년에 학자금대출을 상환했지만 2010년에는 상환할 능력이 되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사람들만 320,000명에 달한다. 이는 2009년에 비해 33% 증가된 수치이다. 가족건강보험의 1년 보험료는 올해 9%가 인상되어 처음으로 15,000 달러를 넘어섰다. 물론 16%의 인구는 아예 건강보험이 없기 때문에 9%의 인상을 걱정할 필요조차도 없다.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에 광범위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이처럼 광범위한 삶의 파탄 때문이다.

반면에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이며, 전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은 어느 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거대 민간은행들에게 막대한 금액의 구제 금융을 지원했으며, 2차에 걸친 양적 완화를 통해 투입된 유동성 자금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다. 미국의 금융자본은 이렇게 받은 돈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고, 미국의 경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대중의 직접행동

이전에 미국 노동조합 집회의 참가자는 거의 다 조합원들뿐이며, 와서 듣고 말하고 노조깃발을 흔들다가 몇 시간이 지나면 집에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나 이번에는 달랐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노동조합원들이 아니었다. 노조 티셔츠는 잘 보이지 않았고, 개인들이 집에서 만들어 온 피켓들이 훨씬 많이 보였다. 퇴근시간 이후 많은 참가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2,000여명의 시위대는 대중집회를 개최하여 월스트리트와 브로드웨이가 교차하는 지점까지 경찰 바리케이드를 뚫고 전진하기로 합의한다. 한 블록 밖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까지 행진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대오는 뉴욕 경찰의 진압에 의해 흩어졌고 작은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수십 명의 시위대가 연행되고 경찰의 탄압에 맞선 이 싸움은 이렇게 전국적인 점거 운동에 불을 붙이게 된다.

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며 경찰의 잔혹한 폭력에 용감하게 맞서고 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사회적 문제만큼이나 집회시위의 권리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극복되어야 할 것들

시위대는 매일 총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목적의 실현에 집중된 민주주의를 집행하기보다 지리멸렬하게 진행되는 총회 그 자체에 속박당하기 시작했다. 시간 낭비라며 총회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며, 완전합의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소수 그룹이 동의해주지 않아 결정되지 못하는 사안들도 있다.

예를 들어, 위생팀이 휴지통 구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총회는 ‘공정무역’ 상품이라는 것이 확인되는 휴지통만 구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를 승인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위생팀은 우선 벼룩시장 사이트를 뒤지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핸드폰을 잃어버린 조직팀 활동가에게는 새 핸드폰 구입비용으로 200달러를 지급했다. 이번에는 ‘공정무역’ 핸드폰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리지 않았다. 시위대의 큰 자산이었던 총회가 자의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스스로 장애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는 운동은 공식적인 요구안을 내걸지 못하고 있다. 토론은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 시위대에 그러한 공식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이처럼 대중의 자발적인 결집에 의하여 시작된 운동은 정밀한 요구안에 근거하기보다는 조직적이고 대중적인 실천을 통해서 더욱 많은 성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천은 바로 시위대의 이름에만 달려 있는 ‘점령’이 아니라 실제로 점령하는 것이어야 함은 분명하다. 공식성은 투쟁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요청될 것이며, 대중의 지지로 부터 권위를 만들어갈 것이다.

지금의 국면에서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에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자계급이 합류하고,  금융뿐 아니라 자본주의의 근본적 문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미 청원을 넘어선 99%의 다수가 할 일은 1%의 독재자들을 몰아내는 것이다.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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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1호>바보야! 문제는 금융이 아니라 실물위기야

 

바보야! 문제는 금융이 아니라 실물위기야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비롯한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세계증시 폭락 등으로 세계 경제는 연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금 국내 경제의 상황도 세계 경제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작년 이명박 정부가 ‘2007-9년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제가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고 주장할 때만 해도 국내 시장은 그 주장의 옳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시작된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 증가, 주식폭락 등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국내 경제도 예외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대체로 30%에 이르는 외국인 투자 비중과 높은 단기 외채 비중 등으로 인해 항시 불안정성이 내재되어 있다. 물론 세계경제가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이러한 불안정성은 더 커질 것이다. 지난 8월 초 외국인 투자자가 10일 동안 5조 넘게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만을 봐도 이러한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밖에도 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저축은행 사태이다. 올 들어 저축은행 16곳이 구조조정 결과 영업정지를 받았다. 이 중 자산규모 업계 2위인 토마토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 11곳이 자산규모 상위 30위 이내였다. 피해규모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아직 또 다른 6곳의 저축은행의 생사가 확실하지 않다. 만약 추가적으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고, 이 사태가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로 이어질 경우, 위기가 제1금융권으로 옮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증가되고 있는 가계대출(올 상반기만 2조3천여억 원 증가)과 감독당국에 대한 예금주들의 불신, 전체 금고 1천464개 중 108개가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 등이 거론되며 위기설에 휩싸였다.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위기설과 관련해서 금융위원회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다음 단계로 우리가 시장안정을 위해 더욱 관심을 기울일 부분은 신협과 새마을금고”라는 발언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직후 지난 10월 5, 6일 이틀 동안 새마을금고에서 1조2천억 원 이상의 예금이 인출돼 뱅크런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낮추는 대안으로 금융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2007-9년 세계경제위기 때도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금융규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외쳤다. 현재 유럽연합(EU)에서도 투기성 자본거래를 제한하고자 ‘토빈세(금융거래세)’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고삐 풀렸던 금융자본들에게 다시 고삐를 매고자 하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이는 자칫 잘못하다가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 채 죽어가는 자본주의의 생명줄만 연장해주는 꼴이 된다. 왜냐면 대다수의 금융규제 강화론자 주장처럼 현재 세계경제의 위기는 단지 금융위기도 아니고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금융부문은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물에 있다. 즉, 자본들의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저하하여 수익성이 떨어지면 자본들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 금융부문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투기의 증가, 자산가격 거품 형성, 민가소비 감소, 가계대출 증가 등). 2007-9년 세계경제위기도 그렇고 지금의 위기도 그렇다. 단지 어디서 분출하느냐만 다를 뿐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주의를 철폐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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