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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선생님.

새로운 선생님은 첫인상부터 참 좋았다.

얼굴선도 동글거리고 작고 귀엽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단단한 기운이 정말로 듬직했다.

 

첫날은 그냥 두시간을 같이 보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한가지 장난감으로 분쟁이 있을 듯 하면 같은 장난감을 구해와 나눠주셨다. 우선은 분쟁이 나질 않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참 고마웠다.

미루한테는 욕구를 들어내는 기질이 있는데 좀 호전적이다. 그래서 항상 걱정이 한 바가지다. 난....흨.

 

그러다 둘째날은 두시간 동안 미루가 어린이집에 있고 난 밖에서 기달렸다.

미루 반응은 그냥 인사잘하고 잘 지냈다는 거. 선생님이 아기가 처음 온 아이 같지 않게 잘 지냈다고...기저귀도 잘 갈고...민망했을텐데 기저귀 갈자고 했더니 잘 따라줬다는 거다.

 

그러다 셋째날은 내가 강의가 있는 날이라 상구백이 같이 갔다.

선생님 왈 아이가 반장 기질이 있다고 --;;  다른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안돼, 하지마"하면서 붙잡아 온다는 거다. 허걱...그리고 놀이감도 다 정리하고..우린 미루가 좀 날나리였으면 싶은데...아닌가 보다. 그 이야기를 선생님한테 했더니 선생님 왈, 아이들 기질은 부모가 어떻게 키우느냐와는 상관 없은 부분도 있다고 하셨다. 받아들이라고...그렇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웠다.

 

그러다 냇째날은 미루가 내가 나갔다 온다니까 강하게 부정하면서 안된다고 울었다. 선생님왈 "안우는게 이상한거지. 그래 힘들지. 아직 선생님도 낯설고. 그래도 엄마가 미루 점심 먹고 양치질하면 온데 그때까지 선생님이랑 놀자." 하신다. 그리고는 막 우는 미루를 데리고 날 배웅하면서 계단까지 와서는 엄마 가는 거 보자고 미루를 달랜다. 그러니 또 미루가 울면서도 나 가는 것을 보려고 창문을 내다본다.

 

그리고 오늘 아침, 미루는 저번주와 다르게 옷 입는 것을 싫어했다. 어린이집에 가서 엄마랑 헤어지는 것이 싫은가 했더니..겨우 차 카시트에 앉혔더니 이전 어린이집 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가기 싫단다. 아...이 녀석이 이전 어린이집에 가는 줄 알고 옷을 안입으려고 했구나..아이의 기억력이란...미루를 데리고 새 어린이집에 갔는데..미루랑 기질이 비슷한 다른 아이가 뭔가를 계속 헝클어트리니까 그게 싫었는지 막 머라하면서 밀기 시작했다. 아흨...내가 제일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선생님 왈..."이렇게 욕구를 드러내는 게 더 건강한 거에요. 그래야 아이한테 친구를 밀면 안돼라는 걸 가르치지요. 그냥 욕구를 드러내지 않고 참는 아이들이 더 위험할 수도 있어요. 욕구를 드러내는 건 나쁜게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참 고맙다. 육아중에서 나한테 제일 힘든 일이 미루가 또래 아이들이랑 놀다 밀치거나 때리는 일이다. 뭔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는 건 아닌데 그러니 참 힘들다. 물론 스트레스 꺼리가 있는 지 확인은 해봐야겠지만...여튼 호전적인 기질이고 욕구를 드러내는 기질이란 것은 알았는데 그것 때문에 분쟁이 나는 것을 감당하기 참 힘들었다는 거지. 그런데...그걸 기회로 아이한테 뭔가를 가르칠 수 있단 생각은 못했다. 그냥 하지 못하게 해야지 그 생각만 했고 반복되는 상황이 넘 스트레스였다...그런데 이젠 좀 덜 스트레스 받으며 아이를 살필 수 있게 된듯 그런 상황이 오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아이에게 편안히 그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을 듯...아휴..편안하다.

 

새로운 어린이집에 적응하면서 힘든 아아의 마음을 인정해주고 다독여 줘서 고마운데...나의 억압과 스트레스까지 토닥여주는 샘...그저 고마워서 손이라도 덥석 잡고 싶다. 고마워요. 선생님. 오늘은 넘 오버일꺼 같아 그냥 왔는데 미루가 다 적응하고 잘 지낼때 그말을 꼭 하고 싶다. 고마워요. 덕분에 제가 자라네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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