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버섯들깨죽 만들기

식물성의 저항 2006/05/08 22:51
개굴님의 [나만을 위한 저녁] 에 관련된 글.

나는 나만을 위한 상을 거의 매일 차린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사먹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 나오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가운데는 거의 내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없기 때문에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매일 한 끼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요즘처럼 속도에 길들여진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채식을 고집한다는 것은 삶의 태도를 바꾼다는 말이 된다.
 
차리다보면 그냥 냉장고에 담겨 있는 것들만 꺼내서 먹을 때도 있고, 채식라면을 끓여먹을 때도 있고, 빵을 먹을 때도 있지만 나름대로 근사하게 차려 먹을 때도 있다.
채식만 하다보면 고른 영양소를 섭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식단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식단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자기가 무엇을 먹는지 항상 관심을 가진다는 말인데, 그렇게 신경을 쓰다 보면 대기업이 이윤을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제조해낸 음식이나 비행기 타고 멀리서 화석연료 펑펑 써가며 수송 기간 동안 썩지 말라고 각종 화학물질로 범벅을 해놓은 식품은 자연히 멀리 하게 된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꼭 먹어야 하는 것들은 과일과 야채 말고도 두부와 두유 등 콩으로 만든 것과 미역, 다시마, 김 등 해조류 및 검은깨, 들깨 등 깨류와 버섯류 그리고 호두, 땅콩 등 견과류다.
이중 나는 지금까지 깨는 별로 먹지 않았다.
가끔 볶음밥을 만들 때 그 위에 뿌려 먹는 것 말고는 특별히 깨를 먹지 않았는데, 깨를 자주 먹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요리사 친구인 '개굴'이 일전에 아펙에 반대하러 부산에 내려갔을 때 들깨죽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 것이다.
그때 개굴은 우리들이 아펙반대행동을 하러 밖에 나간 사이 장을 봐놓고 있었다.
하루의 힘든 일과를 마치고 해운대 앞 숙소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개굴이 만든 버섯들깨죽이었다.
나는 그것을 먹고 힘을 다시 낼 수 있었다.
 
채식 버섯들깨죽 만드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기 때문에 누구든 만들 수 있다.
먼저 들깨가루를 산다.
이것은 보통 1kg 들이 한 봉지에 2천원 정도 한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포장되어 나오는 들깨가루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들깨를 사다가 직접 가루를 내는 것은 골치가 아프므로 나는 지금껏 그냥 중국산을 먹고 있다.
 
1. 물을 끓인다.
2. 물이 끓으면 들깨가루를 넣는다.
넣는 양은 자신이 여러번 만들다 보면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들깨가루를 많이 넣으면 들깨죽과 비슷하게 되고, 조금만 넣으면 들깨국처럼 묽게 되니까 농도는 알아서 기분에 따라 조절하면 될 것이다.
3. 다듬어 놓은 버섯을 넣는다.
해운대에서 개굴이 만들어준 들깨죽에는 새송이버섯이 있었는데, 나는 항상 표고버섯을 넣고 만든다.
어느 버섯이든 상관이 없겠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귀신버섯을 넣는 것도 좋겠다.
4. 불을 줄여서 약한 불에서 3분 정도 끓인다.
5. 소금으로 간을 하면 완성!
 
이렇게 만든 들깨죽은 몸에도 좋지만 맛도 좋고, 만들기도 편하고, 영양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반찬이 별로 없을 때 밥과 함께 먹어도 배도 부르고 좋다.
 
오늘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분들은 채식 버섯들깨죽 만들기에 도전해 보시라.
아래 사진은 보통 내가 차려 먹는 밥상이다.
밥과 오른쪽에 들깨죽이 있고, 김치와 김과 미역과 절인 마늘, 그리고 이날은 특별히 두릅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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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8 22:51 2006/05/0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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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굴 2006/05/08 23:03 Modify/Delete Reply

    일전에 탕끓일려고 들깨샀다가 망한적이 있는데, 이유는 슈퍼에서 사온 들깨가루에 쌀가루가 첨가되어 있었던것... 나중에 봉투를 확인해보니 들깨 60% / 쌀 40%라고 적혀있더군. 결국 탕이 죽이되어버렷던... 들깨살때 꼭 확인. 그리고 돕말대로 들깨는 집에서 한게 맛나 훨씬 고소하고 향기도 좋고.

  2. 여진 2006/05/09 14:04 Modify/Delete Reply

    그 유명한 돕밥..ㅋㅋ

  3. 안티고네 2006/05/09 21:08 Modify/Delete Reply

    오...좋은 레시피 감사^^* 전 들깨가루 넣고 끓인 시래기국 좋아라 하는데~^^ㅋㅋ

  4. 로리 2006/05/10 00:53 Modify/Delete Reply

    안 그래도 오늘 나물정식을 먹다가 들깨국은 어떻게 끓이는 걸까 궁금했는데, 마침 여기에 올려주셨군요! 내일 꼭 해 먹어봐야지. 답례로 나중에 돌나물과 달래로 만든 김치 레시피를 올려볼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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