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부엉이를 보았다

꼬뮨 현장에서 2006/06/05 23:44

무화과님의 [위로] 에 관련된 글.

오늘도 긴 하루를 보냈다.

내 생애에서 가장 길게 느껴졌던 5월 4일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늘 역시 대추리에서 새카맣게 몰려든 경찰들과 대치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황새울 들녘에 구멍을 뚫던 시추기계를 무기력하게 바라보며, 경찰에 떠밀려 넘어지고 다친 주민분들을 보건소로 옮기며 긴긴 하루를 보냈다.

 

위로가 필요했다.

다른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 스스로 위로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평화공원에서 열린 643일차 촛불집회에 나가 노래를 불렀다.

기타를 치며 '올해도 농사짓자'를 부르고 '끝끝내 지킨다'를 불렀다.

낮에 소리를 질러서인지 높은 음이 나오지 않아서 노래는 한 음, 두 음 낮춰 불렀는데도 여전히 쉰소리가 나왔다.

 

노래를 부르고 내려와 촛불을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저 앞에 솔부엉이가 앉아있다고 보라고 소리쳤다.

주민들과 지킴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앞 솔부엉이 서식지 소나무 숲으로 모아졌다.

과연 그 앞 높은 가지 위에 조그만 솔부엉이 한 마리가 앉아있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대추리에 온 적은 꽤 되지만 실제로 내가 솔부엉이를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그 친구는 홀로 외로이 앉아있었다.

(얘도 짝이 없는 걸까?)

주민들의 시선은 그 친구에게 고정되었고, 촛불행사 사회를 보던 송태경 씨가 '노래를 부르니까 솔부엉이가 노래를 듣고 내려왔나보다'고 말했다.

 

내 노래를 듣고 솔부엉이가 나타나다니.

이것만으로 난 큰 위안을 얻었다.

솔부엉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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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5 23:44 2006/06/0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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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k 2006/06/06 11:37 Modify/Delete Reply

    어제 많은 일이 있었네...
    바쁘다는 핑계로 몸이 너무 멀리있구나...
    그런 생각에 맘이 안좋다...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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