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혁명가들의 가르침뒤바뀐 현실 2007/03/19 01:41번역노동을 한참 하던 3월 15일 잠시 시간을 내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 있는 한미 FTA 저지 단식농성장에 가보았었다.
거의 2주일 가까이 쉬는 시간도 없이 지겹도록 일만 하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사실은 그냥 바람을 쐬러 나갔는데, 발걸음이 그쪽으로 가게 되었다.
단식 농성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날씨도 추운데,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단식을 하려면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들 뒤편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주르르 앉아계셨다.
자세히 보니 하나같이 낯익은 분들이 아니신가.
통일광장 선생님들이었다.
이분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대추리에 꼭 찾아와서 주민들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주는 발언을 하셨었다.
아무리 검문이 심해도 이 늙은 투사들은 반드시 촛불행사장으로 오셔서는 마이크를 잡고 미국군대의 야만성을 호되게 질타하고 통일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마을에 살고 있는 농민들이 얼마나 큰 일을 하고 있는지 농협창고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말씀들을 하셨었다.
바로 그분들이 또 이곳 광화문 차가운 바닥에 앉아 곡기를 끊고 계신다.
평생을 혁명을 위해 몸바쳐 일하고 수십 년 세월을 감옥에 갇혀 지내면서도 자신들의 신념을 잃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형형한 눈빛이며 비장한 결의며 불굴의 투지가 그대로 묻어나오고 있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릴 뿐이었다.
나이가 많고 적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그 장기수 선생님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나이가 들면 좋겠다고 느껴졌다.
숙연해져서, 그분들 앞에서 가만히 서있다가, 말 없이 다가가 그 할머니 할아버지 손들을 잡아드렸다.
대추리에서 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오히려 마을 사람들을 걱정하시면서, 힘을 내라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하셨다.
차갑고 메마른 손에 힘을 꽉 주시면서 내 손을 움켜쥐셨다.
노년의 혁명가들의 가르침은 그렇게 단순했지만 또한 바위보다도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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