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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말은 참 낯설다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뭔가 더 적당한 이름이 없을까

 

어떤 사람들과 같이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영화를 보는 느낌과 영화에 대한 궁금증은 달라진다

<돌 속에 갇힌 말>을 여러 번 다시 봤는데

볼 때 마다 전혀 다른 입장(이었다면 좀 과장이고)에 처한 사람처럼

매번 관객이 되어서 화면을 바라본다

그리고 앞에 나가서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동안에도

머리속에서 자아가 나뉘어진다

관객이 된 내가 감독인 나에게 묻고 싶은 말이 생기는 것이다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처음 상영되었을 때

내가 나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건

'그래, 드디어 상영을 하게 되니까 어때?'였다

약간 우쭐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대답은...할 수 없었다

흥분과 당혹감과 긴장을 견디지 못해서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시간을 견디기만 했다

 

대전에서 상영할 때는

'왜, 하필, 영화로 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나?'였다

기나긴 글을, 그것도 아주 오래 전 이야기를, 그것도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누군가는 다치고 누군가는 감옥에 갇히고 누군가는 장애인이 되고

누군가는...죽었을 지도 모를 그 사건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건 자신없는 일이었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카메라를 들게 되면서 첫 작업은 그 이야기다, 라고 결심했고

결국 이렇게라도 완성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구로 구민회관, 원주, 그리고 이번주에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상영할 때

나는 묻고 싶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은 그게 가장 궁금하다

관객이 물어본 적도 있었는데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금禁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짧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고

좀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하면서 오랫동안 재충전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앞으로 계속 영화를 만들더라도

내가 관객이라는 것을

그리고 관객도 자기 삶의 감독이라는 것을

그들도 곧 영화감독이 될 수 있고 누구보다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겸손해야한다는 말이다

 

나는 종종 그걸 잊는다

 

2005/02/26 13:58 2005/02/26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