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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농성장에서 영화를 상영하자, 는 생각은

얼핏 떠오른 아이디어였지만

막상 전화를 하고

여기 저기 연락을 시작하면서

생각에 살이 붙었다

 

 

 


내 영화가 상영되지 않아도 좋았다

농성하는 분들이 보고싶은 영화를 꼽아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독립영화가 지금껏

현장에 찾아가서

농성이나 파업에 참여하는 상영형식을 보여준 적이 있었나? 궁금해졌다

 

개인의 노력은 여러 번 있었다

김미례 감독의 '노동자다 아니다'도 명동성당 농성장에서 상영되었고

장애인 이동권을 다룬 영화 '버스를 타자'도 어느 농성장에서 상영되었다고 들었다

주현숙 감독의 '계속된다'도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말하는 여러 장소에서

상영되었다

그러나 독립영화협회의 적극적인 의지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영화제가 아닌 기간에

여러 영화를 시리즈로 상영하는 일,

영화제가 열리는 극장이 아닌 곳에서

여러 감독을 참여하도록 권하는 프로그램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춥고

상영조건이 열악한 농성장에서

체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관객들이 모이기 힘들다고 해도

찾아가서 영화를 틀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고

단 하루라도 현장에 동참하는 일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정확한 이유는 나도 알 수가 없다

삶이보이는창에서 소개해준 김경란이라는 분과

처음 통화를 할 때는 서로 고마워했었다

그 후에

국보법철폐 국민연대의 김재윤이라는 분

독립영화협회의 김화범이라는 분과 통화하면서

성탄절을 전후한 주말이나

연말 즈음으로 날짜까지 좁혀가다가

'죄송하지만 여러 여건상 이번에는 할 수 없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농성장 외부에서 집회를 조직해야하는 일정이 계속 잡혀서

사람들을 모아서 상영을 하기가 힘들어졌고

아무래도 그 곳에서 영화를 튼다는 건 여러 모로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방법이 없지는 않은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걸까

묘한 합의 후에 막후 신경전과 여론조작에 열을 올리는

여당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분위기를 흐려놓았기 때문일까

알 수 없다

 

농성의 취지와 의지가 부디 관철되기를

농성에 참여한 분들이 더 이상 건강이 악화되지 않기를

 

 

2005/01/03 16:49 2005/01/03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