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속에 갇힌 말>에 관한 자료를 모두 입력했다
밀린 방학숙제를 개학 전날밤에 간신히 마치고
아침을 기다리는 학생같다
1년동안 영화제 출품을 통한 상영으로 관객을 만났었고
이제 다른 방식으로 상영회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 9월에 성공회대학 사회과학부에서 기획한 '열린영화제'에서
상영 예정이었다가 예산부족으로 연기되었고
구로타임즈와 대전 모 대학에서 상영회를 준비하다가
KBS 방영취소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의 압력으로 연기되었다
방영취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독협에서 두 차례 대책위원회가 열렸고
사무국장이 KBS제작진과 면담을 주선하려고 노력했으나 무산되었다
이후 한독협에서 소개한 김 모 변호사를 만나서
KBS독립영화관의 방영취소 결정에 대한 소송을 의논했으나
소송결과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들었고
나는 법적 대응을 포기했다
이런 식의 선례를 남기면
다른 감독들이나 후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어떻게든 사과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루한 소모전을 겪고 싶지 않았고
6월 9일 이후 7월말에 이르는 동안
이미 지쳐버렸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너무 쉽게 포기했다고 자책한다
굳이 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제3자의 중재를 통해서 조정을 거치거나
당사자들이 만나서 결론을 맺었어야 했다
아마 나는 이 일에 대해 두고 두고 후회할 것이다
인디다큐페스티발 기간에
KBS독립영화관 제작진 중 한사람을 얼핏 봤지만
그는 연신 시선을 피하다가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사람은 또 있었다
오래전 MBC에서 같이 일했던 그 사람
방송국에 처음 들어가 어리버리하는 바람에
두 달 만에 어이없이 해고되긴 했지만
독립영화를 보러왔다는 이유만으로 반가웠는데
끝내 내 시선을 피했던 그 사람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 뭐가 두려운가요?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수없이 되뇌었다
- 너는 그 때 도대체 뭐가 두려웠던 거지?
무엇때문에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물러섰던 거지?
혼자라서?
노조원도 아니고 그럴듯한 단체에 소속된 것도 아니라서?
그게 아니잖아,
이기고 싶은데
이겨야 하는데
이길 수도 있는데
그런데 자신이 없어서, 질 게 뻔하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그냥 접어버린 거 아니야?
그래, 내가 졌다
두 번이나 졌다
하지만 다음에는 결코 조용히 물러나지 않겠다
그런 마음에서 며칠동안 자료정리, 그리고 다시 나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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