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하루

from 토론토 2013/11/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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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사느냐, 고 만날 묻는다.

속으로 묻고 결코 답하지 않는 질문.

 

 

 

2004년에 '돌속에갇힌말' (이상하게 이 제목은 띄어쓰기를 안하게 된다) 을 내놓은 지, 곧 10년이 된다.'불타는 필름의 연대기'가 있긴 하지만 여러 동료들과 같이 이어붙인 작업이라 이력에 올리기는 난감하다.

 

그 10년, 어떤 친구는 아이 셋을 낳았고, 어떤 친구는 세상이 알아주는 상을 받았고, 어떤 친구는...

 

부모와 형제자매라는 혈연가족의 울타리로부터 떠나오면, 남편이나 아이라는 이름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면, 삶이 한주먹 정도는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생존의 굴레는 더 몸뚱이를 조이고 삶을 이어가기란 예전보다 훨씬 무겁다.

 

다큐멘터리에 관한 몇 가지 새소식을 들으면, 반갑다가 곧 외롭다. 글을 쓸 사람이었지, 영화가 아니라, 하고 작게 속삭여보기도 한다. 펜 하나 들고 책상 앞에 앉아 혼자 쓰는 글도, 이제는 어깨와 손목과 골반이 틀어져 엄두를 내기 어렵다.

 

사람으로 사느냐, 무엇이 너를 사람답게 하느냐.

겨울이 오면 속으로 묻다가 삼키는 그 말, 페이스북에서 이철수 판화가가 짚어주셨네.

 

2013/11/21 13:46 2013/11/21 13:46

기러기

from 음악 2013/11/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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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범님의 명복을 빕니다.

 

 

 

2013/11/04 10:53 2013/11/04 10:53

같이 웃자

from 음악 2013/10/16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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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어두워.

자주 보는 어른들 중 하나라도 '그건 안돼, 하지마, 못해, 더러워...' 하고 계속 부정적인 말을 하고 있거나, 묻는 말에 대답 대신 야단만 치거나, 상상력을 제한하는 잔소리를 계속한다면, 누군가 계속 때리거나 위협하는 것만큼이나 견디기 어렵다. 언제 봐도 표정이 밝지 않다. 아주 오랜만에 잠시 만나는 자리라도, 어떤 아이가 알만한 이유로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 한번 활짝 웃고 싶다. 간지럼을 태워서라도 크게 웃겨주고 싶다. 실없이 웃다가 잠시라도 그늘을 벗어나길 바란다. 오래 묵은 그 실망이나 억압이나 저항감이 자기 내면을 상하게 하는 쪽으로 쏠리면 어쩌나. 평생을 두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어딘가를 향해 조금씩 배출되면 어떡하나. 옥상에서 병아리를 떨어뜨리면서 재미있어 하거나, 약한 친구를 괴롭히게 될까봐 조바심이 난다. 그 조바심을 섣불리 드러내지 않으려고 또 조심한다. 작은 눈을 들여다보다가 내가 가진 그늘이 반짝, 볕에 드러나는 그 순간.

 

 

 

2013/10/16 02:18 2013/10/16 02:18

장필순 - 눈부신 세상

from 음악 2013/10/16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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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기 전 내가 보는 세상은 늘 비에 젖어 있었다.

서울에서도 비는 잦았다.

몇 년을 살아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이 도시에서는

비가 오는지 볕이 좋은지 하늘을 올려다 볼 틈도 없네.

세상은 눈이 부신가.

 

 

2013/10/16 01:48 2013/10/16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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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아버지 떠난 날.

벌써 11년.

 

유언이 있었는지, 무엇이었는지

유산이라는 게 있었는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부모님이 해마다 얼마를 벌었는지, 사업을 정리한 후에 과연 어떻게 살았는지도

자세히 들은 바가 없다

생신이나 명절에 송금도 하고 병원비를 보태기도 했지만 그걸로 도움이 되긴 했을까

연명하는 것에 관해, 밥 한 끼를 어떻게 장만하는지에 관해

혈연가족 구성원들과 말하지 못한 것이 너무 많구나

그런 대화조차 편하게 나룰 겨를도 없이

그게 얼마나 어색한 일인지 알아챌 새도 없이 그렇게

아버지 어머니는 늘 알아서 잘 하셨으니 지금도 잘 하실거라 한걸음 물러서서

그렇게 무책임하게 살아간다

 

2013/10/07 00:12 2013/10/07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