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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청부리기

또 다시 헤매고 있다.

한 번 길을 잃기 시작하면 모든게 한없이 한없이 엉뚱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처음에 시작하려고 했던 목표도 잊어버리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간다.

한참을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가 길을 잃은 걸 깨닫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고 다시 커피를 마시는 일을 반복한다.

 

어젯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학로 근처, 내가 좋아하던 술집이 사라진 걸 봤다.

한 때 내 마음을 아리게 했던 그 집 간판은 이미 떼어져 포스터들만 즐비하게 붙어있었다.

괜히 마음이 시큰거렸다.

특별한 추억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 곳은.

미치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때, 거길 처음 갔다.

단지 간판 때문이었다. '이 몹쓸 그립은 사람아'

함께 있던 친구와 난, 그 간판을 보고 그리운 사람을 더 그리워하러 그 곳에서 술을 마셨다.

웬 여자애 둘이 들어오더니 조곤조곤 얘기하며 소주 세 병을 뚝딱 비우고 웃으며 안녕히 계세요, 인사하고 나가서 너희를 잊을 수가 없다는 주인 아저씨의 말을 친구는 아직도 자랑스레 하고 다녔다.

그 땐 그랬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며 술을 마셨고 매일 똑같은 얘기로 안주거릴 대신했다.

생각해보면 참 재미없는 시기고, 우습고 유치한데

나나 그 친구나 아직도 그렇게 산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술집에 찾아간 지 오래되었는데도 그 곳이 사라진 게 마음이 아팠다.

어쩐지 내 시간의 일부가 뭉텅 잘라진 느낌이 들었다.

 

쓸데없는 일들에 자꾸 신경을 쓰고 있으니

계속 길을 잃어버린다.

재밌게 일하고, 또 잘 하고 싶기도 한데

작은 투덜거림이 스물스물 기어올라 나를 장악해버리기도 한다.

그럼 방법이 없다.

다시 또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고 커피를 마시는 수 밖에.

아. 가끔 지뢰찾기가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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