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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광경

얼마 전에 미셀 투르니에의 외면 일기를 읽었다.

재미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고

근데 할아버지 유머 치고는 꽤나 좋아서

막 접어가면서 훗.

내 주변 상황들을 기록해 놓는 건 정말 재미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 제목이 매우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깅의 미니홈피에서 봤었다. ㅋㅋ 그 녀석도 이 책을 읽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후 그 게시판을 만들었더군 ㅎㅎ)

 

그래서 기록.

 

 

 



저녁 때가 돼서 바람이 미친듯이 부는데

삼각대 카메라 가방 내 가방까지 짊어지고 대학로 걷다.

근데 내 앞에 나타난 두 사람.

아로마 향초에 관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니 잠깐만 시간을 내달란다.

이 추운 날, 이 아이들도 참 안 되었군. 도와줘야짓.

되도 않는 오지랖으로 8가지 향초의 향을 다 맡아 보았다.

가장 좋은 향이 뭐냐고 묻기에

민트가 가장 좋아요, 라고 환히 웃으며 답해 주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날아온 대답은 '본인이 화기가 많아서 그래요. 몸이 원하는 걸 고르게 돼 있는 거죠. 그런 얘기 안 들어 보셨어요?' 였다.

엥?

'화기가 많은 사람은 그걸 잘 쓰면 정치하기도 좋고 사람들을 잘 모으는데

지금 본인은 화기가 너무 많이 드러나서 오히려 못 쓰고 있어요.

잘 쓰는 방법만 알면 아주 크게 될 분이세요'

에엥?

'제가 아까 멀리서 볼 때부터 화기가 너무 강해서 눈여겨 봤어요.

제가 음양오행을 공부하고 있는데..소ㅑㄹ 라소ㅑㄹ 라'

 

이런 젝일. 낚였군. 세상 모든 것이 발전하고 변화한다더니 그들도 세상에 발 맞추어 최신 트렌드라는 아로마 향초로 무장을 하고 나온 것이었다.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아니 뭐 도와달라는 건 아니구, 그냥 좋은 말씀이니까 듣고 가시라고..

죄송해요. 급하게 살게 있어서..;;

 

겨우 도망쳐 나왔다.

이제 아로마 파는 사람들마저 조심해야 하는 사회가 왔군.

 

오늘의 일

 

지하철.

간신히 앉아서 사람 구경

나올 때마다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하는데

라디오가 듣고 싶은 날은 버스를 타고

사람을 구경하고 싶은 날은 지하철을 탄다.

오늘은 재미난 풍경이 있었다. 후훗.

 

동대문 운동장 역에서 한 할머니 탑승.

굉장히 큰 검은 비닐 봉지를 질질 끌고 지하철을 활보하기 시작하셨다.

검은 봉지는 얼핏 보면 사람이 들어있는 것 같아 보여서

다들 관심 초 집중.

어떤 호기심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는 봉지를 들춰보려고도 하더라만 실패.

여하튼 그 할머닌 찬송가를 부르며 예수를 믿으라 아니하면 지옥을 외치셨다.

흠, 봉지 안에 든 게 뭘까 궁금하군,

하며 한가로운 생각을 하던 찰나.

 

내가 앉은 의자 다음 의자에 스님이 한 분 앉아계신 거 같았다.

여자 분으로 보였는데 약간 멀어서 잘 안 보임.

할머니가 그 스님에게 다가감.

스님은 들고 계시던 껌? 과자? 같은 걸 할머니에게 건네면서 뭐라고 얘기하심.

멀리서 보기엔 되게 다정해 보였는데 엿튼.

할머니는 그 때부터 다시 그걸 스님 손에 쥐어주시면서

하나님을 믿지 않아 이렇게 죄 받으신 거라며 큰 소리로 전도를 시작하셨다.

모든 사람들 완전 초 집중.

두 분이 한참 실랑이 하심.

가장 재밌었던 건

아까 검은 봉지를 들춰보려던, 내 앞에 앉아있던 한 아주머니는

계속 그 쪽을 주시하다가 얘기가 잘 안들리자 짜증이 났는지

자리를 지킬 것인가 얘기를 들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표정으로 잠시 있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그 쪽으로 다가가셨다.

ㅋㅋㅋ

아줌마 완전 귀여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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