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의 폭발 굉음도 없고,
테러리즘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에 관한 내용을 담은 영화가 있다.
말레이지아의 감독 우밍진(Woo Ming Jin)은 2002년도 발리에서 있었던 폭탄 테러 사건을 바라보면서, 이 영화 [월요일 아침의 천국 / Monday Morning Glory ]을 만들었다고 한다.
감독이 밝히는 이 영화는 '테러리즘이 아닌 테러리스트에 대한 영화'이며,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빈곤하고 실업 상태에 놓인 말레이지아 청년이 선택한 직업에 관한 영화이다.
처음엔 낚시터를 운영하는 두 형제가 청년 두 사람을 일터에 채용한 줄 알았는데,
왠지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고 서로 심각하게 대화 나누고 하는 폼이 영 심상치 않다.
어느덧 제조된 폭탄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나누더니 두 청년이 오토바이로 폭탄을 운반하다가 터져버리고, 결국 한 청년 A(이름 까먹었다-_-;;)만 살아남는다.
장면이 바뀌어 그들은 이미 경찰에 붙잡혀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포박된 채 사건 재현을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살아남은 한 청년 A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경찰청장 비슷한 사람은 연신 폭탄테러범 생포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사건 재현의 순서에 따라 화면은 과거를 오고가며
실제 낚시터의 두 형제와 그들 조직의 지도자, 청년 A와 새로 채용된 또 하나의 청년이 행했던 폭탄 제조, 테러 장소 물색, 예비 연습 등의 장면들을 보여준다.
간간이 낚시터 두 형제와 지도자가 있을 때는 이번 투쟁의 의의를 언뜻언뜻 언급하고 청년들의 의지를 확인한다.
하지만 청년들끼리 있을 때는 이번 일의 위험성과 이번에 벌 수 있는 돈, 어디에 쓸까에 대한 대화가 오고간다.
결국 영화의 마지막 즈음이 되어 청년 A는 그들이 테러 목표로 정한 미국인이 많이 있을 것 같은 나이트클럽 화장실 변기에 폭탄 가방을 놓고 잠시 세면대에서 얼굴을 씼으면서 심하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킨다.
그리고 화장실을 나오려는 순간, 클럽 손님 중 하나가 그에게 가방을 놓고 갔다면서 다시 건네준다.
잠시 후 낚시터 두 형제가 클럽에서 나오고 등뒤로 들리는 폭발음,
그리고 청년 A의 애인이 청년A가 일한다고 데리고 온 적 있는 낚시터에서 물끄러미 물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스친다.
우밍진 감독은 처음엔 폭발 장면을 넣어볼까 고민을 했다가 예산도 없고 오히려 극을 이끌어가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을 듯 싶어서 폭발 장면 전혀 없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 폭탄을 실고 가는 오토바이에서 한 명의 사망자가 나올 때에도 일어난 당시의 폭발은 자르고 그 이후 길가에 내팽겨쳐진 청년 A와 얼굴에 붕대를 덕지덕지 붙인 청년 A의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보기에도 테러리즘보다는 테러리스트에게 초점을 맞춰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지를 잘 드러낸 방식같다.
한편 이 영화는 내가 알고 있던 테러리스트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깼다. 간혹 중동에서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자살폭탄테러를 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마음으로 와닿지는 않았는데, 실제 생활고와 실업을 맞이하면서 직업처럼 선택하는 청년 A를 보니 그야말로 '실감이 난다'.
부가적으로 말레이지아 경찰이 테러리스트를 다루는 관행일지도 모르는 행위에 대해서도 언뜻 엿볼 수 있었다.
테러범으로 붙잡힌 낚시터 두 형제와 폭탄제조자, 지도자 등은 이번 테러의 정당성에 대해 끊임없이 역설한다. 그 와중에 경찰은 지도자를 풀어주고, 다음 날 지도자는 강가의 사체로 발견된다. 언론에 '도주'라고 표현된 이번 사건 이후로 낚시터 두 형제는 테러에 대해 자신들의 죄로 규정짓는 기자회견을 갖게 된다.
그냥 일반인과 하등 다를 것 없는 테러리스트의 삶과 생각에 대한 고찰.
테러리스트에게 테러는 이념의 실현, 체제의 저항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내지는 누군가에게는 - 타인과 자신의 목숨을 담보했음에도 불구하고 - 밥벌이의 수단이요, 삶의 한 꼭지이다.
왠지 자본주의와 미제국주의에 맞서는 테러리즘이
자본주의 사회의 빈곤과 실업의 심화를 통해서
목숨조차도 걸고 흥정할 만큼 나락으로 떨어진 현실을 통해서
기존과는 좀 다른, 새로운 자본주의 모순의 도출로써 작동하고 있는 듯 하다.
체제의 저항이었을 테러는 체제의 모순을 통해 점차 체제 내에 속한 일상의 하나로 재생산되고 있다.
* 사진출처 : PIFF (http://www.pif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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