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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 그리고 악몽

1.

월요일은 늘 그런 편이지만 어제는 더욱 그랬다.

 

KTX가 연착을 해서 8시 15분쯤 사무실에 도착했고, 8시 30분으로 예정된 회의는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임원들 덕에 20분쯤 늦게 시작했다. 그나마 임원들끼리 사소한 이유로 언성이 높아져서 시작하자마자 10분쯤 정회했다.

 

그리고는 저녁 9시 30분까지, 밥먹는 시간과 화장실가는 시간을 빼고는 정신없이 바빴다. 바쁘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지만, 십수년전에 바쁜 물방울이 한가한 물방울보다는 보통의 물방울들을 잘 챙기더라는 옛 얘기를 들은 이후로, 나만 바쁜 것도 아니요 바쁜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늘 챙기고 있었으므로, 바쁜 것은 정말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10시 반에 서울역에서 대전역까지 가는 막차는 탈 줄로 알았다. 10시 반쯤 모모 본부장하고 새로운 동지를 채용하는 문제로 주거니 받거니 고민을 털어놓고 집행부의 입장을 설명하기 전까지는.

 

기차는 놓쳤고, 12시 고속버스가 막차이다. 대전에서는, 9시부터 한 동지를 보내는 환송회가 벌어지고 있었으나, 말로 때웠다.

 

택시를 타고 강남터미널로, 강남터미널에서 대전터미널로, 대전터미널에서 대전역으로, 대전역에 서 있던 내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길에 환송회를 파하고 귀가하는 동지들을 만났다. 악수하고, 덕담하고, 다음 약속을 기약없이 잡고...

 

2.

지난 주에 컴퓨터의 메인보드가 맛이 갔다.

 

메인보드를 갈려다 보니 하드를 그냥 맡기기도 불안하다.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가 하드디스크에 담겨 있느냔 말이다. 시간이 돈이다. 차라리 내가 하드디스크를 따로 관리하기로 했다.

 

즐겨찾기부터 시작해서, 식구들 넷이 저마다 익숙해진 사이트들을 챙기는 것이 만만치도 않고, 더군다나 필요한 프로그램을 일일이 설치하는 것도 일은 일이다. 새벽 3시쯤 끝났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신기하기도 하지, 내 과거의 모든 것들을 세세하게 기억해내는 꿈을 꾸었다. 꿈이라고 여겼던 사건조차도 기실 꿈에 지나지 않음을 비로소 알았다. 그런데, 꿈 속에서 사람들은, 심지어 나의 아내조차도, 나를 정신병자로 취급했다.

 

-아니, 이 복잡한 세상에서 과거 일을 일일이 기억하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

 

라고 그들은 한결같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기억하는 걸, 기억나는 걸, 나더러 어쩌라고?

 

꿈 속에서, 나는 참 대단하고 신기하다. 그대가 꿈꾸고 있는 것을, 나는 생시에 이루더라. 그런데 그게 정신차리고 보니 꿈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단 말이지-.

 

왜 악몽이라고 했냐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싸잡아서 악몽이라고 하는가 보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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