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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고 김종배 동지가 유명을 달리한지 벌써 6년이다. 그 추모식에 갔다.

전에 없던 것이 생겼다. 열사-희생자 추모단체 연대회의에서 열사들의 사진과 약력을 소개한 동판을 제작해서 설치해 놓았더라.

고 김종배 동지의 묘소 뒷편에 고 최진욱 동지의 묘가 있다. 그는 2000년 사회보험노조의 투쟁과정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어제 그의 5주기 기념식이 있었다.

고 최진욱 동지에 대한 소개-

거기에서, 참 오랜만에, 김예준 동지와 딸 준경이를 만났다.

추모식이 끝날 무렵, 갑자기 후두둑 후두둑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사람들은 젖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에 깔판으로 하늘을 가리고 아이들을 대피시켰다.

김예준 동지가 하는 말, "야, 용재야, 빨리 간다고 종배가 화났잖아!"

모란공원을 벗어나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추모식 끝나고, 곧장 대학로에 있는 P2로 갔다. 일주일 후면 결혼하게 되는 이윤주 동지와 그의 예비 신랑 박양수 동지의 모습- 만난 지 석달 되었는데, 매사 둘이 너무 잘 맞는다고, 아주 난리다.

대천에서, 체신노동자 하계수련회가 있었다. 밤길을 부랴부랴 달려갔는데, 김진숙 동지가 화끈한 교육을 하고 난 직후라서, 내 얘기는 짧은 덕담으로 끝냈다.

 

이어서, 체신노조 현장 동지의 발제문을 들으면서,

또 체신노조 중앙간부의 신변잡담을 들으면서,

단 5분의 연설이라 할지라도

그 얘기를 듣는 동지들의 입장과 처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얘기하고 짧은 전망이라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한 어려운가를 생각하고

또 그런 측면에서 내 얘기들을 반추하고 반성했다.

이따금 짙은 안개를 더듬으며

어두운 길을 달려서 새벽 1시반쯤에 대전에 도착했다.

너무 배가 고파서(점심과 저녁을 제대로 먹지 못했음),

혼자서라도 순대국밥이나 먹자 싶어서 천복순대로 달려가는데,

리베라노조 앞에 몇몇 동지들이 늦도록 정담을 나누고 있다.

어제 잠깐 들렀다가 찍은 사진을 한장 소개...

 



국화 한 송이
가느다란 향 한 줄기
두 번의 큰 절

그 밖에는
아무 것도 바칠 것 없네

거푸 들이키는 술잔
남몰래 흘리는 눈물
허허로운 탄식과 회한이라니

그 밖에는 또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네

언제나
살아남은 것이 부끄러움이었고
모진 삶이 도리어 호사스러웠던 터라

검은 뿔테 안경 안에서
온화하게 빛나는 눈빛
조용히 다문 입술

그 영정 앞에
그 얼굴 아래

우리는 한낱
우리는 기껏
우리는 겨우
우리는 비로소
우리는 비로소 비로소...

(1999.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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