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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밥 먹기

사는 게 워낙 정신이 없어져서

소소한 일상을 적어두는 것조차 게을리했다.

 

구태여 말하자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내가 맡은 일이 좀 늘었다. 한미FTA저지공공서비스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 한미FTA저지연맹대책위원회 담당 임원, 공공연대(공공연맹, 공무원노조, 전교조, 교수노조, 대학노조, 보건의료노조) 담당 임원, 공공운수 4조직(공공연맹, 화물통준위, 민주버스노조, 민주택시노조) 통합추진위 집행위원... 회의도 늘었고, 덩달아 일도 늘었다.

 

일이 늘어난다고 낙서 따위 게을리한적 없다. 그런데, 서울 대전을 오가며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아깝다고 노트북 하나 장만한 게 화근이었다. 회의자료며 각종 자료집이며 개인적인 메모등을 모두 노트북에다가 모으고, 틈틈이 파일관리하고 업데이트하고 그러다보니 기차에서 자는 시간까지 빼앗겨 버렸다. 집에 가서 밤늦은 시간에 컴퓨터 앞에서 할일을 오며가며 노트북 앞에서 해치우니까, 블로그에 접속하는 시간도 아주 짧아, 그야말로 남들이 올린 글을 읽어치우기에 급급하다. 일상이 삭막하게 변해 버렸다.

 

암튼 그렇다. 보고 싶은 사람들 있어도 감히 연락하지 못하고 술마시고 싶은 일 있어도 애써 눙치고 만다.

 

그러면서 혼자서라도 잠깐의 여유를 찾는 방법을 하나 마련했다.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닌데,

혼자서 밥먹기이다.

 

맨날 일정에 쫓겨서 사람들과 식당에 허겁지겁 몰려가다 보면

이게 밥을 먹는 건지 식도를 부풀여서 강제로 쑤셔넣는 것인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틈도 없고 

집회며, 회의며, 약속이며,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먼저 먹은 사람이 먼저 일어나서 휑 하니 가버리면

참 난감하고 허전하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혼자서 밥을 먹는다.

동지들이 우르르 몰려 밥먹으러 갈 때는

느긋하게 블로깅을 즐기다가

식당이 얼추 비어있을 시간에 가서는,

식당 아주머니랑 사는 얘기도 주고 받고

아저씨가 하나씩 더 챙겨주는 밑반찬의 숨은 맛도 찾아보고

급하게 살다 놓치고 가는 것들을 떠올리고 추억하면서

밥 먹는 시간이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은 것이다.

 

사무실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어디 회의나 출장가는 길에

밥때를 놓쳤다고 간편식으로 때우지 않고

꼭 식당을 찾아 1시간쯤의 애써 확보한 여유를 누리곤 한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자주 그럴 수도 없지만

꽤 괜찮은 시간이라고 감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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