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가끔

가끔은

물처럼 흘러가고 싶은 때가 있다.

밀가루처럼 허공에 풀어져 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문득 맞이하는

진한 흙냄새로 세상에 스미고 싶은 때가 있다.

 

그래서였을까,

아무도 이해하지 않았을텐데

지난 주말

1박 2일로 술만 퍼부어댔다.

 

밤에 급히 마시고 취한 술에 이어

아침에 길을 나서다가 다시 술을 퍼부어 또 취하고

거기에 또 술을 더했으니

그게 어디 사람의 모습이었겠나.

 

참 드물게 생긴 인간의 모습을 하고는

술 취한 나를 내가 찍어두었더라.

 

한두 잔의 술이야 일상이라 치고

오늘 여러 동지들 만나서 술을 마셨다.

 

남들 마시는 양만큼만 마시면

남들 마시는 속도만큼만 마시면

밤 지새고 남들 다 취하고 쓰러져도 이렇게 평온할텐데

 

지난 세월

난 참 주제 넘게 급히 많이 마셨구나.

 

생각해보니

이즈음 어디서쯤이라도

나는 하염없이 그냥 흐르고 풀어지고 스미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끔 그랬기는 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