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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넷 창립 8주년

紅知님의 [진보넷 8주년 생일파티] 에 관련된 글.

쓸쓸한 가을날,
진보넷 사무실로 가는 길은
가쁜한 오르막길이었다.

 

짐짓 육중하게 생긴 철문을 열자
사무실 바닥에 모여앉아
회의에 집중하고 있는 동지들이 보였고,
얼굴 발그레하게 그 곁을 지나
운영위원들이 자리잡은 곳으로 갔다.

1시간 가까이 늦었지만
회의자료는 막 1쪽을 넘어가고 있었다.

 

2006년 11월 16일 현재 회원 590명,
개설된 블로그 2128개,
일평균 페이지뷰 ***,***
메일링리스트 686개,
메타 블로그 사이트 -Plog 개발중
나열된 몇가지 수치만 보면 반갑고,
월수입을 초과하는 부채금액에 이르면 미안해진다.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입법운동,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대응,
의료정보화,
에이즈예방법 대응 공동행동,
정보운동포럼,
월간 네트워커 발행,
한껏 벌여놓은 일들을 보면
하나같이 나도 뛰어들어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얼마나 알까,
세상의 소중하고 소중한 일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밤샘의 노동과 숙명같은 신명으로
하나 하나 해치우고 있다는 것을.

 

갈곰탕과 갈비탕과 새싹비빔밥,
맛깔스런 깍두기, 상추무침, 갓김치, 표고볶음 따위,
거기에 딱 어울리는 파릇파릇 소주병,
생일잔치라기보다는
평소 먹는 밥상이었면 좋았을 조촐한 저녁식사,
그래도 한쪽 벽면을 스크린으로 하여
일년의 사업보고가 있었다.

 

연일 술과 일로 지친 몸,
이 날 하루 쉬어가자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참세상 식구들까지 포함하여
모르는 일꾼들이 부쩍 늘어났고
나는 궁금하고 친해지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한켠에서는
일터에서 늘 부대끼는 사람들 사이에
항용 있기 마련인 갈등과 불화가 느껴지지만
일년에 한두번 끼어드는 나로서는
그저 남의 일처럼 지나칠 밖에.

 

사랑하는 딸 지지의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간병에 여념없는 참세상 편집장이 뒤늦게 오고,
쉬고 있다던 지음도 헐레벌떡 오고,
인권운동사랑방에 빚을 지고 있다고 했던 행인은
아마 진보넷에도 그 못지 않은 부채감이 있는 듯
떡 한꾸러미 들고 달려왔다.

 

옛 얘기, 노동자대회와 전야제 얘기,
민주노총 얘기, 오지 못한 동지들 얘기,
동소심, 스밀라디, 채경,
새로 만난 동지들과 인사하기,

쥬느, 홍지, 여러번 만나고도 첨 만난듯 술 나누기,
소주와 맥주를 번갈아 마시며
2차는 2차답게 떠들썩했다.

이 자리 저 자리로 옮겨다니며
사는 얘기 일 얘기 끄덕끄덕 듣다보니
슬그머니 취한다, 아, 취했다.

 

막차는 모르는 체 보내고
자정도 보란 듯이 지나쳐 버리고
끝내
내 사랑하는, 나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가지 못하고
한적한 찜질방에서 드렁드렁 잤다.
그래도 철없이 좋았다.

 

진보넷 생일은 11월 14일이고,
어제는 그것을 기념하여
나같은 사람까지 포함해서 진보넷 식구들 밥과 술 한번
즐겁게 또는 마지못해 먹는 날이었다.
9주년, 10주년, 20주년,
해는 또 가고 오겠지만,
나같은 객들보다는
진보넷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람차게 알차게 기다려지는 날이 되면 좋겠다.

 

아침에, 술 덜 깬 눈과 몸으로
KTX를 타고 오면서 이 글을 썼다.

 

<덧붙임>

이 글을 보는 동무들아,
더도 덜도 말고
블로그 갯수의 절반쯤까지만 진보넷 회원이 늘어나면 좋겠다.
그만큼 참세상 회원도 늘었으면 좋겠다.
참세상 기자 동무들 말마따나
기자 서너명 더 늘면 좋겠다.

 

한달에 1만원쯤 기부할 수 있는 주머니라면
진보넷이든 참세상이든 회원으로 가입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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