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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게시판에 올린 글

통합대의원대회를 둘러싸고

회의에서도 공방이 있었지만

연맹 홈페이지(http://public.nodong.org)에도 여러 글이 올라왔다.

 

그 중에 박주석 동지와 날세동 동지의 글에 대해서는

내 의견을 올렸고

다시 두 동지의 답글이 금세 따라왔다.

 

잠도 오지 않고

통합대의원대회에 대한 걱정도 많고

이것저것 들추다가 박주석 동지에게 몇 마디 썼다.

 



 

어젯밤은 늦게 귀가하기도 했지만 제가 난데없는 배탈이 나서 그냥 드러누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은 민주노총 임원선거 대구경북지역 합동유세가 있었고, 저는 선관위원으로서 그 진행을 맡아야 했습니다. 결국 통합대의원대회가 열리는 날, 이 새벽에 집에 돌아와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다시 서울로 가야 하기에(저는 집이 대전입니다), 동지의 견해에 동의하는 부분은 구태여 맞장구치지 않고,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를 중심으로 몇 가지만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통합대대 무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 그대로 비대위를 맡고 있고, 그 비대위가 언제까지 갈지 전혀 알 수도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


물론, 비대위 구성은 여러 가지 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래 날세동 동지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나 박주석 동지가 예로 든 전력노조의 경우라면, 저는 직전 임원들이 비대위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서 분명히 반대합니다. 동지와 의견이 다르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번 비대위 구성의 배경은 4조직 통합이라는 목적과 성원부족으로 통합대의원대회가 유회되었다는 조건을 고려할 때, 통합논의를 추진해온 집행부가 마무리하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비대위는 (4조직의 합의와 연맹 대의원대회의 결정에 따라 추진되어온) 통합대의원대회를 성사시키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으며, 19일 통합대의원대회가 열리면 비대위는 소멸되게 됩니다. (12월 26일 통합대의원대회에서 통합 자체가 부결되었다면 연맹 비대위가 되었건 그 어떤 과도집행부이든 동지의 견해가 반영된 모습이 되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약에 19일 통합대의원대회가 또 무산되면 비대위는 통합될 때까지 계속 갈 것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미 1월 10일 연맹 대의원대회가 무산된 직후 열린 비대위에서도 잠시 토론이 되었지만, 19일 통합대의원대회가 무산되면 현재 4조직의 조건상 통합은 일단 물 건너 가게 되고 연맹은 즉각 임원선거에 돌입해야 합니다. 곧바로 임원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위한 중앙위원회가 소집될 것입니다. 따라서 19일 통합대의원대회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비대위 체제는 19일로 끝나고, 혹여 19일 통합대의원대회가 무산되더라도 중앙위원회가 소집되는 날까지 비대위 체제가 연장될 뿐입니다. 정기중앙위원회는 5일전에 공고해야 하고, 임시중앙위원회는 공고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니 비대위 체제로 1월을 넘기기는 어렵겠지요. 이쯤 되면 비대위가 언제까지 갈지 전혀 알 수 없는 건 아니지요? 


2. ‘공공연맹 규약에 보면 중앙위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소집공고 없이 구두연락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는데, 현재와 같은 비상상황에 활용하기 위해서 만들어 둔 규약’이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


위에서 이미 말씀드렸지만 임시중앙위는 공고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이지 구두연락으로 개최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1월 10일 임시대의원대회가 유회된 직후에 비대위에서는 중앙위를 소집해서 비대위 인준 건을 다루고 통합에 대한 토론도 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는데 19일 통합대의원대회를 눈앞에 두고 중앙위를 급하게 소집하는 것보다 통합대의원대회 조직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월 10일 임시대의원대회가 유회될 줄 미리 알았다면 차라리 중앙위원회를 소집하는 게 더 나았겠다 하는 생각이 지금 와서는 들기도 합니다만 사실 연말에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으면 집행부가 임기 만료 전에 먼저 중앙위를 소집했을 것입니다.


3. ‘양경규 전 위원장은 통합대대 이전에 모 동지를 만나 통합연맹의 위원장을 합의추대하고, 그 대가로(?) 정파 간 부위원장을 할당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이들의 담합에 그냥 끌려 다니는 들러리가 될 뿐’이라는 말씀에 대해


노동조합을 어렵게 처음 만들거나 이번처럼 조직이 통합을 하는 경우 조직이 더러 불안정한 상태를 거치게 되고, 일시적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려운 일도 생기곤 합니다. (노조 만들고 위원장까지 선출했는데 나중에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이 위원장 선거가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 다시 선거하자고 하는 것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일정한 과도기간을 설정하고 그 과도기간에 한하여 합의 추대하는 방식이 널리 쓰여 왔습니다. 이렇게 합의 추대하는 경우 조직 건설 또는 통합의 주체들이 사업의 연속성과 조직구성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안배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방식은 구성원(조합원, 대의원)들의 동의 여부를 투표로 묻는 것이 일반적이며, 집행부에 입후보할 수 있는 피선거권을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만일 과도기간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길거나 정상적인 임기의 집행부를 선출하면서 이러한 방식을 적용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3-4개월 정도의 과도기간을 책임질 집행부를 합의 추대하거나 안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물론 통합대의원대회에서는 이러한 과정과 배경이 대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되고 대의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될 것입니다. 동지가 그것을 담합이라고 규정하고, 동지가 원칙적이라고 판단하는 다른 방식을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그것 또한 대의원들을 충분히 설득해야 할 것이고, 대의원들이 동지의 제안에 동의한다면 저도 마땅히 그 방식에 따를 것입니다.


4. 덧붙여


저는 연맹에서 2년간 일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단위노조에서 알지 못했던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한테 가르침을 준 사람들은 주로 투쟁하는 현장의 노동자들이거나 연맹을 비롯한 조직과 단체의 상근활동가들이었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받는 배움과 깨달음은 동지도 잘 아실 테니 두말하지 않겠습니다. 한 달에 상근비로 30만원을 받고 따로 부업을 해서 생활비를 조달하면서 밤낮으로 헌신적으로 일하는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60만원을 받으면서 그래도 4대 보험이 되는 곳이니 사정이 좀 낫다고 웃어주던 동지들이 있습니다. 연맹의 상근활동가들은 그러한 조직에 비해서 급여나 처우가 상대적으로 좀 낫다고 해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같이 일해 보면 그들이 우리(노동운동)에게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일일이 예로 들 수 없을 만치 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제가 작년 4월말에 발전노조 위원장 이취임식에 가서 이런 요지의 연설을 주제넘게 한 적이 있습니다. “현장의 조합원들을 만날 때 조합원들의 얘기가 새록새록 늘 새롭고 조합원의 말뿐만 아니라 표정과 목소리가 친근하게 느껴지고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이어진다면, 조합원들의 불만 가득한 얘기를 들으면서 그 얘기들을 갖고 뭔가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싶어진다면, 그 동지는 아직 쓸 만한 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조합원들의 얘기를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조합원들이 어렵사리 한마디 꺼낼 때마다 그 말을 가로채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더 급한 듯하고, 아, 이 조합원들이 노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조합원들의 얘기가 늘 듣던 식상한 것들이며, 이미 나는 그 얘기들을 다 파악하고 있으므로 따로 고민할 것도 없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면, 그 동지는 미안하지만, 낡고 경직되어 떠나야 할 때가 된 관료화된 간부라고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감히 동지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늘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해온 동지가 연맹이든 그 어떤 상급단체든 또 다른 현장에 있는 동지들과 부대끼면서 일을 한번 해보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동지의 현장에서의 고민과 동지가 비판하고 있는 이른바 관료들의 고민이 그야말로 적대적 모순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 연맹이나 민주노총과 같은 상급단체 자체가 노동자들에게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느끼곤 하는데, 제 짧은 생각으로는 상급단체의 그런 권력이라는 것도 동지가 전력노조 같은 데서 뼈저리게 경험했을 완고한 노조 권력에 비하면 얼마나 알량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동지의 경험과 통찰력이 상급단체와 현장을 잘 이어줄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쓰다 보니 또 길어졌습니다. 날이 밝으면 통합대의원대회가 있는 날입니다. 제가 동지와 같은 대의원이라면 대대 현장에서 주거니 받거니 토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진행을 해야 할 처지라서 미리 하고픈 말을 주절주절 써 올립니다. 통합대의원대회 이후에도 이와 관련된 토론이 이어진다면 제가 어떤 곳에 있게 되더라도 그 토론에 함께 하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2007.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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