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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

난데없는 비정규법안 처리 기도에 맞서

추위에 떨었던 거 빼고는 별로 한 일도 없지만

그래도 나중을 위해 되새겨 반성할 일은 있는 것,

바둑두는 이들이 복기를 하듯

파업지침의 추이를 간추려 그 미묘하고 간단치 않은 차이들 속에서

내 복잡했던 심경과 조직의 상태를 나중에라도 반추하고자 한다.

 

=23일 오후 여의도에서 우리 연맹의 비상 중집위를 끝내고 오후 8시쯤에 단위노조에 보낸 지침

 

[지침]2/24 08시부 전면총파업에 돌입한다.

 

2/23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비정규법안(정부안) 강행처리 기도에 맞서 공공연맹 모든 조합원은 2월 24일 08시부터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1. 2005년 1월 20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법안 정부안 강행처리시 총파업 돌입한다’는 결정에 따라 2월 24일 08시부터 공공연맹 전 조합원은 민주노총 위원장과 공공연맹 위원장 지침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한다.

2. 모든 단위노조는 24일 08시부터 파업을 선언하고, 각 지역별 민주노총 총파업 1일차 집회에 총력 집중한다.
- 수도권은 2월 24일 13시 국회 앞 집결

이 지침을 내보낼 당시에 이미 민주노총의 입장은 우리 연맹의 기조와 달랐는데, 그것은 24일 새벽 1시 반쯤에 민주노총 투쟁지침 5호에 명확히 나타났다.


=민주노총 투쟁지침 제5호

(2월 24일, 01시 10분 총력투쟁본부 대표자회의 결정사항) 


1. 전 조합원은 총파업 비상상황임을 인식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강행처리시에는 지침에 따라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비상태세를 유지한다.

2. 전간부는 철야농성을 유지하며, 전조합원이 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출근선전전과 함께 24일 오전중에 노조별 속보를 제작하여 배포한다.

3. 산하노조는 24일(목) 중식시간 등을 이용하여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 저지 및 권리보장입법 쟁취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4. 수도권은 13시 국회앞 집회를 개최하며, 각 지역은 지역본부별 특성에 맞게 규탄집회를 개최한다.

무조건 파업이냐, 강행처리되고 나면 파업이냐, 논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우리 연맹의 지침을 손질할 수밖에 없었다.

 

=24일 새벽 2시 반쯤에 나간 우리 연맹의 두번째 지침

 

[지침2] 강행처리시 즉각 총파업 돌입을 위한 비상태세 유지

 

1. 2/23 법안심사소위를 저지한 상태이므로, 2월 24일 08시 총파업돌입은 유보하되, 상황이 현실적으로 변화된 것은 없기에 투쟁지침은 유효하다.

2. 현재로서는 비정규법안 정부안 강행처리에 맞선 총파업 투쟁은 불가피하므로, 모든 단위노조는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강행처리시 즉각 총파업 돌입'을 결의하고, 전 조합원은 즉각적인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현장 대기한다.

3. 모든 단위노조는 2월 24일 오전 중에 비상 대의원대회나 총회 등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총파업을 결의한다.

4. 모든 단위노조는 오후 1시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총력으로 결합한다.
- 수도권은 2월 24일 13시 국회 앞 집결
- 각 지역은 민주노총 지역본부 지침에 따라 집회 결합

준비상황은 최악이었지만, 23일밤부터 24일 오후까지 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연맹 간부들의 발품팔기가 분주하게 이어졌고, 24일 오후 7시 30분에는 드디어 서울지하철노조에서도 강행통과시 파업을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숨가쁜 연락이 왔다. 하지만 어쩌누? 그보다 불과 30분 전에 법안 처리를 4월로 넘긴다는 발표가 있었으니. 오후 7시부터 발전노조 중앙위원회에서 무조건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고 역설하러 멀리 태안까지 갔던 연맹 위원장은 다소 맥이 빠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더군.

 

어쩌면, 민주노총 투본 대표자회의가 현명했는지 모르겠다. 마지못해 준비되지 않은 파업에 들어가서 또 이러쿵저러쿵 야단을 듣기 전에 일단 한고비를 넘겼으니.

 

그렇지만, 시험을 아무리 연기하면 뭐하나, 언제든 있는 실력은 그대로 드러날텐데, 어차피 닥쳤을때 피할 수 없는 싸움으로 생각하고 사생결단을 해야지. 두번씩이나 김빠진 싸움을 재연한 터라서, 4월 투쟁을 대비해서 준비라도 차근히 하면 좋겠지만 아예 모두들 넋놓고 있으면 어쩌지? 어쩌지? 1시간쯤 고심하다가 마지막 지침을 보냈다.

 

=24일 오후 8시쯤에 보낸 비상대기 해제 지침

 

[긴급지침]총파업 비상대기 해제!

 

총파업 비상대기 해제!
- 비정규법안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1. 오늘(24일) 오후 7시경 환경노동위 소속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비정규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오늘 새벽 민주노총과 연맹의 지침에 따라 시작했던 "총파업 돌입을 위한 비상대기"를 해제합니다.

2. 각 단위노조는 기 확정된 단위노조의 간담회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민주노총의 최종 지침이 확정 되는대로 팩스와 홈페이지를 통해서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3. 긴급한 상황에서 총력투쟁에 함께한 조합원과 간부 동지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국회에 남아있는 악법을 완전 폐기하고 비정규권리입법을 쟁취할 때까지 더 힘차게 투쟁합시다.


 

28일로 예정되었던 우리 연맹 정기대의원대회가 이번 일로 말미암아 3월 2일로 연기되었다. 오늘, 이른 아침에 서울역에서 위원장과 만나서 정기대의원대회에 4월 총파업투쟁에 관한 건을 급히 추가하기로 했다. 인쇄소에 연락해서 이미 전달된 회의자료 인쇄를 몇 시간 늦추어달라고 부탁했다. 두달도 안되는 그 기간 동안이라도 더 이상 후회없는 투쟁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

 

끝으로, 하나 덧붙인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게시된, 24일 20시 임원, 실장 회의 결과


1. 24일 저녁 국회투쟁 상황
- 18:10분 열린우리당에서 노동부장관 만나 당의 입장 전달.
- 18:30분 환노위원장실에 환노위원들 집결(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 18:55분 환노위원회의 입장 발표

2. 발표 내용
- 국회 환노위에 상정된 법안을 물리적인 방법에 의해서 심의하지 못한데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 현재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여야 상생의 정치가 우선하여야 한다는 판단을 하였다.
- 비정규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것은 무리하고 생각하며, 한나라당은 4월 처리를 약속하였고, 민주노동당은 4월 심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였다.
-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데 합의하였다.

3. 당면한 대책
- 환노위에서 2월 국회 강행처리를 저지하였으므로, 파업준비를 위한 비상대기는 해제한다.
- 25일 14시에 투본대표자회의를 개최하여 이후 투쟁방향을 논의한다.

발표내용으로 보자면, 민주노동당도 4월 심의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으므로, 오로지 노동자들의 투쟁에 맡길 수밖에 없겠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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