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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KAIST 정문의 육중한 돌기둥 꼭대기에 매미가 날아와서 맴-맴-매앰~~ 하고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자동차 소리보다 더 크고 (오늘은 틀지 않았지만) CD카세트의 최대 볼륨보다도 더 크게 울었습니다.
우는 매미는 수컷입니다. 매미가 우는 이유는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더 우렁차고 더 크게 울수록 암컷이 많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도시의 매미는 소음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골에 사는 같은 종의 매미보다 더 강한 소리로 웁니다.
나무 그늘도 없는 뜨거운 돌기둥 위에서 매미가 짝짓기에 성공하나 보려고 되풀이해서 올려다봅니다. 매미는 한자리에서 5분 이상 울지 않습니다. 2-3분 정도 울다가 암컷이 오지 않으면 자리를 바꾸어 다시 웁니다. 이런 행동은 짝짓기를 할 때까지 되풀이된다고 합니다.
매일같이 출근투쟁을 하다가 보면 모든 사물과 사건이 투쟁과 결부되어 보입니다. 이 시간에 하필이면 매미가 저 뜨거운 돌기둥 위에 와서 울고 있을까, 하고 갸우뚱하다가, 그렇구나, 매미도 출근투쟁에 같이 하고 싶은 것이야, 하고 혼자 싱긋 웃으면서 독백처럼 내뱉습니다.
연구소 정문과 후문에서 시작하여, 중앙과학관 앞 4거리와 장대동 하이마트 앞 4거리를 옮겨 다니다가, KAIST 앞에서 출근투쟁을 고정적으로 해온 것이 6월 23일부터였습니다. 교과부 앞 1인 시위를 포함해서 우리도 매미(의 짝짓기)처럼 (강제통합 중단이라는) 결말이 날 때까지 옮겨 다니면서 우는(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 우는 것과 투쟁하는 것을 나란히 써놓으니 ‘투쟁’이 ‘투정’으로 읽히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절대로 아니라는 것, 아시지요?!!)
매미는 성충으로서의 수명은 짧지만 생각보다 훨씬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곤충입니다. 산이나 들과 같이 공기 좋은 곳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매연까지 견디며 살 수 있습니다. 특히 유충의 경우엔 땅 속에 오염물질이 스며들어도 웬만하면 죽지 않고 오랜 시간을 버티면서 성충으로 우화하는 때를 기다리며 성장합니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7년까지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땅 속에서 기다리는 매미의 생존과 짝짓기를 위한 투쟁은, 모든 자연이 그러하듯이, 인간을 경건하고 겸허하게 합니다. 오래도록 쉴새없이 이어지는 투쟁의 과정에서 가끔은 뜬금없는 상상력이 발동하고 장난스런 얘기가 오가더라도, 출근투쟁을 통해서 쑥쑥 성장하는 내 영혼의 소리를 듣습니다.
구름 사이로 뜨거운 햇살이 눈부셨던 아침에, 오현우, 김형렬, 이성우, 정선경, 박미진, 이재상, 김건래, 김은아, 김두영, 전국체, 김정아, 김정희, 이종우, 박두상, 성주희, 한영칠, 이강현, 조정숙, 김지훈, 이문수, 김세동(KAIST노조), 정상철("), 이경진(본부) 동지들이 매미의 울음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강제통합 저지투쟁의 승리를 염원하며 출근투쟁에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동지들이 우뚝 딛고 있는 그 발 모습들을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2008. 7. 30)
1인시위 후기: 민원(民願)과 민원(民怨)이 엇갈리는 곳(생공투 속보 61호 기고)
매주 화요일은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1인 시위가 있는 날. 어제, 시설과 김창진 조합원과 함께 정부청사로 갔다. 당초 1인 시위를 맡았던 동지가 사정이 생겨서 급하게 대신할 사람을 찾았는데, 김창진 조합원은 바쁜 일이 있는데도 기꺼이 응해주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 일과 급한 일을 마다않고 자청하는 김창진 조합원이 늘 고맙다.
정부중앙청사에서는 차는 정문을 이용하고 사람들은 후문으로 드나든다. 후문 출입구 옆에는 민원실이 있다. 민원실 앞은 하루에도 몇 번씩 집회가 열린다. 어제 우리가 택시에서 내리자 처음 만난 것도 민원실 앞 인도를 가득 매운 집회였다.
중고등학교 보건교사들이 집회를 하고 있었다. 2010년부터 중학교, 2012년부터 고등학교에 보건과목을 신설하고,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5·6학년의 체육수업에서 연간 34시간씩 할애하여 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교과부가 교육과정을 개정하려고 하는데, 그대로 하라는 것이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였다.
그러나 사정은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 보건과목과 경합을 벌일 수밖에 없는 가정·체육교사들이 반대하고, 한국체육단체총연합회 등 체육단체들이 체육활동을 줄이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어제 정부청사 후문에서는 이런 입장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
보건과목 설치를 요구하는 집회가 벌어지는 다른 한 쪽에서는 한국체육단체총연합회가 보건과목 신설을 반대하는 1인 시위와 선전전을 하고 있었고, 길 건너편에서는 체육교사이거나 체육전공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같은 내용의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부청사 후문 출입구 쪽에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담은 유인물들이 경쟁적으로 배포되고 있었다.
어제 내 역할은 선전물을 배포하는 것이었는데 조건이 여의치가 않았다. 보건과목 설치를 둘러싸고 찬성하고 반대하는 유인물이 경합을 벌이고 있으니 그 틈바구니에서 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어제 따라 전경들이 시비조로 사람들 통행을 막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밀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렇다고 망설이거나 주저할 수야 없지. 차분하게 한 장씩 준비한 선전물을 배포한다. 아무에게나 내밀면 외면받기 일쑤이다. 몰려나오는 사람들 중에서 나와 눈빛이 마주치는 사람에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 다음 순간 선전물을 건네주면서 ‘고맙습니다’ 하고 밝게 말한다. 무작위로 하는 것보다는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
아는 사람들이 보인다. KIST 연구원, KINS에서 파견된 연구원, 연합뉴스 기자 등 여러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연합뉴스 기자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니, 아직 안끝났어요?” 상황을 설명했더니 끄덕끄덕-
선전전이 과열되기도 했고, 공무원들도 휴가철인 탓인지, 평소에 40분 이내로 끝날 것이 1시간 이상 걸렸다. 선전물 없이 피켓팅만 했던 의료민영화 반대 시위 27일차,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통합 반대 시위, 공무원노조의 강제퇴출제 반대 시위 등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해온 1인 시위들인데, 선전전에 밀려 한쪽에 다소곳이 서 있기만 했다. 공무원노조가 경찰과 언쟁과 몸싸움을 벌이면서까지 한가운데를 차지한 것을 빼고는. 물론, 우리의 김창진 조합원은 1인 시위와 선전물 배포를 같이 하면서도 경험을 살려 가장 좋은 자리에 내내 버티고 있었다.
정부중앙청사가 ‘반대’,‘투쟁’,‘규탄’과 같은 국민의 원망과 원성(民怨)으로 넘치지 않고, 국민의 아이디어와 요구(民願)를 잘 반영하여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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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님 혼자 쌩뚱맞게시리ㅋㅋ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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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 칸이 남아서...선경꺼 올릴 껄 그랬나...ㅋㅋㅋ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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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많으시네요. 다음 주에 위문공연 꼭 갈게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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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마다(정확히는 새벽4-5시쯤) 집앞에 와서 울어대는 통해 잠을 깨곤합니다. 어찌나 크고 우렁차게 울어대는지... 일주일째 그러고 있습니다. ㅎㅎ 암튼 출근투쟁땜에 수고 많이 하시네요. 매미에 대해 자세한 정보도 알려주시고 감사^^낼 부터는 시끄럽더라도 참아야 겠네요. 근데 휴가는 가실 수 있나??? 좀 미안하네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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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이>> 기다릴께요...^^제르미날>> 그동네는 매미도 짝을 찾기 어려운가보죠?ㅎㅎㅎ.. 주말 문경 나들이 잘 하고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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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더운날 고생이 많으시네요. 제가 대전으로 이주합니다. 8월 마지막주부터는 확실하게 대전에서 기거할 예정입니다. 이주하고 한번 뵈어요. ^^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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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시는데,, 그런데 사진이 재미있어요 홍홍;;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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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 반가워라..주근무지가 어디래요?^^;;은하철도>> 님 블로그 사진은 다 재미있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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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웃긴가봐요 ㅎㅎ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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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흐, 재미있다니까요...글도 사진도 덧글도...^^;;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