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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30
    출근투쟁 64일째 풍경(080730) - 매미(10)
    손을 내밀어 우리

출근투쟁 64일째 풍경(080730) - 매미

오늘 아침, KAIST 정문의 육중한 돌기둥 꼭대기에 매미가 날아와서 맴-맴-매앰~~ 하고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자동차 소리보다 더 크고 (오늘은 틀지 않았지만) CD카세트의 최대 볼륨보다도 더 크게 울었습니다.

우는 매미는 수컷입니다. 매미가 우는 이유는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더 우렁차고 더 크게 울수록 암컷이 많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도시의 매미는 소음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골에 사는 같은 종의 매미보다 더 강한 소리로 웁니다.

나무 그늘도 없는 뜨거운 돌기둥 위에서 매미가 짝짓기에 성공하나 보려고 되풀이해서 올려다봅니다. 매미는 한자리에서 5분 이상 울지 않습니다. 2-3분 정도 울다가 암컷이 오지 않으면 자리를 바꾸어 다시 웁니다. 이런 행동은 짝짓기를 할 때까지 되풀이된다고 합니다.

매일같이 출근투쟁을 하다가 보면 모든 사물과 사건이 투쟁과 결부되어 보입니다. 이 시간에 하필이면 매미가 저 뜨거운 돌기둥 위에 와서 울고 있을까, 하고 갸우뚱하다가, 그렇구나, 매미도 출근투쟁에 같이 하고 싶은 것이야, 하고 혼자 싱긋 웃으면서 독백처럼 내뱉습니다.

연구소 정문과 후문에서 시작하여, 중앙과학관 앞 4거리와 장대동 하이마트 앞 4거리를 옮겨 다니다가, KAIST 앞에서 출근투쟁을 고정적으로 해온 것이 6월 23일부터였습니다. 교과부 앞 1인 시위를 포함해서 우리도 매미(의 짝짓기)처럼 (강제통합 중단이라는) 결말이 날 때까지 옮겨 다니면서 우는(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 우는 것과 투쟁하는 것을 나란히 써놓으니 ‘투쟁’이 ‘투정’으로 읽히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절대로 아니라는 것, 아시지요?!!)

매미는 성충으로서의 수명은 짧지만 생각보다 훨씬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곤충입니다. 산이나 들과 같이 공기 좋은 곳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매연까지 견디며 살 수 있습니다. 특히 유충의 경우엔 땅 속에 오염물질이 스며들어도 웬만하면 죽지 않고 오랜 시간을 버티면서 성충으로 우화하는 때를 기다리며 성장합니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7년까지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땅 속에서 기다리는 매미의 생존과 짝짓기를 위한 투쟁은, 모든 자연이 그러하듯이, 인간을 경건하고 겸허하게 합니다. 오래도록 쉴새없이 이어지는 투쟁의 과정에서 가끔은 뜬금없는 상상력이 발동하고 장난스런 얘기가 오가더라도, 출근투쟁을 통해서 쑥쑥 성장하는 내 영혼의 소리를 듣습니다.

구름 사이로 뜨거운 햇살이 눈부셨던 아침에, 오현우, 김형렬, 이성우, 정선경, 박미진, 이재상, 김건래, 김은아, 김두영, 전국체, 김정아, 김정희, 이종우, 박두상, 성주희, 한영칠, 이강현, 조정숙, 김지훈, 이문수, 김세동(KAIST노조), 정상철("), 이경진(본부) 동지들이 매미의 울음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강제통합 저지투쟁의 승리를 염원하며 출근투쟁에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동지들이 우뚝 딛고 있는 그 발 모습들을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2008.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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