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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8
    날씨(6)
    손을 내밀어 우리

날씨

 

날씨가 추우면 살맛이 난다.

30대 초반까지는 이렇게 말하면서 살았다.

 

이게 철없는 말이라는 걸 30대 후반에 와서야 알았다.

추위가 공포의 대상이며

그러므로 곧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드는

무수한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한

영하의 맑은 날씨에 바람 속을 거닐면서

아, 날씨 좋다, 하고 말하는 것은

지독한 사치에 불과할 뿐이다.

 

오늘 아침,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걸었다. 그러나...

 

플라타너스의 울긋불긋한 잎새를 밟으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어쩌다 빨간 단풍잎이 발에 채이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마음이 설레고 뜨거워지는 것은

나이, 시대, 경제 따위와 관계는 없다.

사춘기 이후 30년 넘게 이어온

이 호사스러운 마음의 사치에 대해서는

애써 변명하지 않으련다.

아, 날씨 좋다,

아, 걸을만하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 그냥 내 안에다가 담으면 될 거 아닌가?

 

그러니, 벗이여, 좀 봐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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