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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생명권, 보육권, 학습권은 사람답게 사는 권리입니다.

  • 등록일
    2012/01/31 12:49
  • 수정일
    2012/01/31 12:50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생명권, 보육권, 학습권은

사람답게 사는 권리입니다.

 

                                                                              
                                                              
 

미삐님(가명) 부부는 10년 이상 한국에서 살았고 오래전부터 우리 센터를 드나들었습니다. 부부가 다니던 공장이 어려워져서 임금을 못 받은 것이 약 3,000만원 정도 됩니다. 못받은 임금을 달라고 사장님을 찾아갔습니다. 영세한 공장 사장은 미삐 부부보다 더 형편이 어렵습니다. 부부는 사장님 댁에 돈을 받으러 갔지만 오히려 쌀을 사주고 왔습니다. 10년이 넘도록 마음씨 좋은 부부에게 아이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말 가까스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아기를 갖게 되어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아이엄마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7개월이 되었을 때 태반 하나로 쌍둥이가 들어있어서 1인분의 영양을 둘이서 나누어 먹기에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 임신중독증으로 불가피하게 서울의 현대아산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아이 둘을 인큐베이터에서 키우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수술비와 치료비 두 명의 아이들 치료비와 인큐베이터비용이 1억 원이 넘었습니다. 미삐 부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숫자였습니다. 현대아산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과 사회복지사실, 아름다운재단 교보다솜이,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아산복지재단, 법보신문 등이 후원하여 주었습니다. 마음씨 고운 부부에게 하늘로부터 선물이 내려온 것입니다. 한국사회가 이들 부부에게 진 빚을 두 아이들에게 갚은 것입니다. 진정 한국의 국력이 뻗어나가는 순간이었습니다.

 

 

 

마리아님(가명)은 필리핀 사람입니다. 마리아님은 1991년 관광비자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19년 정도 한국에서 산 셈입니다. 이주노동자가 되어 한국에서 필리핀 사람 남편을 만나 아들을 낳았습니다. 한국에서 아들을 키우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드니까 아이를 낳은 지 1달 만에 아이를 필리핀으로 보냈습니다. 아이가 한 달 후에 가면 엄마 아빠 중에 한 명이 데리고 가야 하고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한 달 안에 가면 엄마 아빠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데리고 갈 수 있고 벌금도 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한 달 안에 아들을 필리핀 여동생에게 보내서 자기 대신 키우게 하였습니다.

 

 

아이는 돌이나 생일날에도, 유치원 입학식도, 초등학교 입학식도, 중학교 입학식에도 엄마 아빠 없이 이모네 식구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어린 아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새록새록 잠드는 모습을, 아이가 장난치며 재롱떠는 모습 등 자라나는 과정을 오직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중학교에 다닙니다. 마리아는 아주 가끔 고향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그렇지만 고향에서 일자리가 없어 쉽게 갈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았으니 영주권을 준다면 자유롭게 고향에 한번 다녀올 수 있을 겁니다. 마리아님께 고향 갈 기회를 준다면 아들이 제발 다시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한사코 엄마의 치마꼬리를 붙잡을 수도 있습니다. 혹 고향에 눌러 앉아 살지도 모릅니다.    

 

 

 

 

비니(가명)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다솜어린이방에서 키운 아이입니다. 이주노동자인 엄마와 아빠가 한국에서 결혼하여 한국에서 낳아서 한국에서 지금껏 쭉~ 자랐습니다. 비니는 엄마 아빠와 함께 정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아빠는 2년 전에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반에게 잡혀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엄마랑 아이랑만 남았습니다. 비니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에게 학교에서 다치거나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또 불법이주노동자의 자녀로 역시 비자가 없기 때문에 정식으로 학교의 학생수에 들지 못하고 그냥 교장선생님의 허락으로 학교에 다니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랍비는 엄마하고 삽니다. 랍비 아빠는 한국에서 일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아빠가 일하던 공장 사장님은 랍비네에게 미안해했습니다. 랍비 엄마는 아빠가 일하던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랍비가 어렸을 때 다솜어린이방에 다녔습니다. 랍비는 까무잡잡하고 눈이 쑥 들어가고 쌍꺼풀 눈에 눈썹은 붙인 것처럼 길게 치켜 올라갔습니다. 참 예쁘게 생겼습니다. 된장국도 잘 먹고 미역국도 잘 먹고 김치도 잘 먹습니다. ‘불법’으로 살다가 갑자기 잡혀서 가게 되면 교육이 어정쩡할까봐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랍비 엄마는 ‘랍비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한국사람이라’고 주장합니다. 랍비가 커서 한국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기를 바랍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때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랍비 때문에 된장 쌈장 고추장 미역 등을 미리 택배로 보냈습니다.

 

미삐님의 쌍둥이 아이들의 생명권을 지킬 수 있어 우리 모두 기뻐합니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 마리아님의 아이에게도 보육권이 보장되었더라면 아이가 부모와 함께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삶을 누렸을 것입니다. 19년씩 한국사회에 살았던 마리아님에게 영주권을 허용했더라면 엄마로서 자신의 아이랑 만날 수 있을 텐데 참 아쉽습니다. 18년 이상 한국에서 생활한 비니의 아빠에게 영주권을 주었더라면 잡혀 가지 않았을텐데 비니는 한국정부가 자기아빠를 추방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비니나 랍비에게 학교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을 지고 학생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주어야 합니다. 비니나 랍비가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겉은 동남아시아 사람이지만 속은 된장국, 미역국, 김치를 잘 먹는 틀림없는 한국사람입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영주권을 허용한다면 대한민국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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