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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국동포 H아저씨의 귀향

  • 등록일
    2012/01/31 12:54
  • 수정일
    2012/01/31 12:54

어느 중국동포 H아저씨의 귀향

 

 

중국동포 H아저씨를 만나다.

 

1년이 넘게 건설현장의 체불임금으로 인하여 여러 상담소를 거쳤지만 번번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중국동포 H아저씨를 중국인 상점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중국동포 H아저씨가 한국에 온 이유

중국 만주 흑룡강성에서 H 아저씨가 한국으로 온 이유는 단 하나.

"꼭 한국에 가서 고향땅 흙을 내 무덤에 올려 달라"는 부모님의 유언 때문이었지요.

 

H아저씨의 아버지의 고향은 경남 밀양, 어머니의 고향은 경남 합천이었다고 합니다.

일제시대 때 H아저씨의 아버지는 일제 부역과 공물수탈에 더이상 먹고 살 거리가 없어서

간도땅으로 이주하였다고 했습니다.

그 동네 절반 이상이 일본인들 탄압을 피해 1918년 간도로 이주한 한국인이였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간도되찾기운동본부>

 

 

부모님의 유언에 따라 무작정 한국행을 결심했다는 중국동포아저씨.  

아버지가 고향을 그리워 했는데 고향에 찾아오지 못했다며 H아저씨는 눈시울을 붉히십니다.

중국에서 짐을 챙겨 고향에 돌아가려고 하였지만 북한에서 국경이 열리지 않아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와 어머니.

 

아버지의 고향에 찾아가 산에서 흙을 퍼다 중국 묘역에 뿌려주었다고 말하며 

그래도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마지막 유언을 들어주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아버님의 유언에 따라 찾아온 고국은 H아저씨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매일 쑤시는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아내의 지병을 걱정하며 열심히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였다고 합니다.

 

아버지 유언으로 찾아온 고국은 어느 새 아내의 치료비를 벌기 위한 일로 변해 있엇습니다.

6개월의 치료로 3년간 번 돈을 모두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더더욱 문제는 아저씨가 다녔던 회사가 공사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공사가 중단되면서

일거리가 없어지고, 체불임금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작년 2월, 3월, 4월, 5월 밀린 임금 610만원....

그리고 이 와중에 중국으로 돌아간 아내는 귀국하여 치료를 받았지만

작년 4월 15일 중국에서 사망을 하였다고 합니다.


아내의 죽음에도 체불임금을 받지 못해 떠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리는 H아저씨. 

 

그 후로 1년이 넘게 걸린 체불임금상담...

한국에서 법을 몰라 물어물어 간곳에서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빨리 돈 받아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내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자식들에게는 돈을 받으면 곧 돌아갈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하고,

다녔던 현장소장에게 애원을 하며, 밀린 체불임금을 줄 것을 요청하였다고 합니다. 

 

소장이 곧 준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소장은 이내 연락이 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고용노동부에서 이곳 저곳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였다고 합니다. 

 

H아저씨는 하루 빨리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못받으면 돈이 없어 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친한 친구들에게 빌린 돈도 대략 200만원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를 꽉물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 부인 곁으로 갈 생각까지 가졌다고 말씀하시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는 H아저씨와 고용노동부에 함께 동행하여 근로감독관과 면담을 했습니다.

H아저씨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체불임금으로 겪었던 이야기를 근로감독관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근로감독관도 H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이 사건에 대하여 꼭 받을 수 있도록 처리해주겠다며

아저씨를 진심으로 위로해주었습니다.

H아저씨에게 커피를 대접하며 좋은 소식을 기다리라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H아저씨는 근로감독관에게 한국에 와서 이렇게 고마운 말은 처음 듣는다며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말과 인사를 했습니다.

 

                                 

 

먼 타향살이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몰라서 당하고, 천대로 인해 마음이 미어지는 낮선공간을 찾는 이들.... 

상념과 마음의 고통을 간직한 사람들이 비단 H아저씨 뿐이겠나하는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

 
 
 드디어 중국으로 갑니다.

 

얼마전 H아저씨가 밝은 얼굴로 왔습니다.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며 돈이 입금되었다며

드디어 치루지 못한 아내의 장례식을 치룰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드디어 이제 가족에게 돌아간다고 인사차 방문하였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십니다.

  

오늘 아저씨의 웃음속에서

한국에 찾아온 중국동포 삶의 단면을 느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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