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이 가을 날
추수로 모두들 풍년의 만월을 기다리는 농심과 다르게
비가 주르룩 내리네요.
가을 날 하늘 높고
하늘길 청명하여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건만
비가 온 대지를 감싼다.
의로운 이들이 이 비를 보며
그래도 지친몸 추스리며
하루하루를 걷는 모습에
함께하지 못함이 미안스럽다.
오늘도 이 컴퓨터 모니터에 비친 세상을 통해
그/녀들의 활동을 훔쳐보며...
히루의 무료함과 하루의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먼 바람불어 투쟁하는 동지들
모인다면 이도 미안하여 함께하기 위해
보따리 챙겨 간다.
오늘도 안산에 이주노동자 일이 있어 가는데
그 가는 길에 그곳 인근 이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투쟁하고 현장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동지들
있는 곳 잠시 몸 의탁하고 올련다.
이 가을날 상상하고 생각한 하늘은 보이지 않고
하늘은 온통 회색구름이다.
마음 속 햇볕을 꺼내봐야 겠다.
투쟁하는 동지들 곁에 가서...
그냥 이런 잡스러운 생각이 밀려온다.
고전시간에 배웠던 한시도 떠오르네.... 이 비오는 날
이화는 월백하고
이화는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제
일지춘심이 자규(두견새)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못드러하노라
비오는날 뜬금없는 시조가 생각난다. ㅋㅋ
시로 마감
비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비
낯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