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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영주 부석사와 봉환산 다녀왔다,

  • 등록일
    2019/11/26 13:28
  • 수정일
    2019/11/26 13:28

영주 부석사에 왔다.
간만에 부석사 봉황산이 보고 싶어 왔다. 핸드폰 카메라가 물먹어 기능이 정지되었다. 돈 들어가는 소리 들어간다. 풍기역에서 아침 인삼갈비탕 먹고 그 소백 백두대간 끝머리 오르니 좋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늠늠하고 빼어난 자태도 좋다. 가을 지나서 오니 낙엽들이 시들었다.
가을 부석사 봉황산 풍경 참좋은데 놓쳤다. 소백산 백패킹하던 때 고치령 샘터에서 물보충하고 밤하늘 별들을 지붕삼아 잠잤던 여름날들이 떠오른다.
환절기 감기로 골골하다. 산바람 쐬러왔다.
도시는 남한 땅은 노동개악으로 들끓고 있다. 그러나 투쟁도 산별노조 및 가맹별 따로국밥이다. 노동자투쟁은 하나라는 구호 처럼 연대와 동맹투쟁이 필요하겠다.
풍기역도 철도노조 파업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 1,000원 짜리 지폐 낳고 이 땅 총파업 투쟁 승리에 대한 염원을 두손 모아 합장 기도하고 봉황산에 올랐다.
소백산 자락 부석사를 품고 있는 봉황삼은 늘 넉넉한 산이다.
봄 들꽃보러 초암사에서 국망봉올라 늦은목이재-마당치-고치령-마구령- 봉황산 비박산행와야 겠다.

겨울 부석사

이문재

먼길 달려와 축시 읽고 나자
텅 빈 사과밭 문득 보인다, 붉은 것들을
익히고 난 나무, 나무들 사이로
젊어, 浮石寺 가는 길
신행하는 청춘의 이마에 터지는 빛 알갱이들
폭죽처럼, 시간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렇다면 예서 서야지, 서줘야지
배흘림기둥이 되어버린 중년들
축시 후렴은 까맣게 잊고, 숨이 차
당간지주에서 한 번 쉬고 안양루에 오르는데
아, 거기 삿갓이 먼저 와, 삶의
삶인 것의 거죽을 확, 벗겨내고
소백산 능선들을 보라, 오래 된 나무에
새겨놓았으니 한 번 보라, 한다
능선들의 파노라마를 향하여
한 배흘림기둥이 말한다
부석사는 저녁노을이 좋다, 아직
덜 나온 배흘림인 나는 천군만마로
저 트인 산록을 덮쳐올 눈보라도
괜찮을 것이라고 중얼, 중얼

젊어, 돌아앉은 무량한, 무량의 부처는
아직 뵙지를 못하고 답사만 무량, 중얼거리다가
어, 부처가 돌아앉았다면, 그렇다면
아, 세상도 돌아앉은 것, 나도 돌아서 있는 거라며
중얼, 중, 얼하다가
삿갓의 시력과 시야에만 마음 쓰는데
또 한 배흘림이 부처 앞으로 돌아간다
돌아앉은 부처 앞에 오체를 투지하는
한 생애를 옆모습이 보여서
젊어, 젊은 나는 민망스러웠다

안양루 지붕이 삿갓으로 보일 때쯤
돌아앉은 부처에게 나는, 다시 돌아앉으라고
세상을 정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중얼거리며
아무도 모르게 몸을 던져놓고, 돌아나온다

뜬다는 것은 높이가 아니다
浮石은 하나의, 그러나 분명한 틈일 뿐이라는
부석의 소리가 그때 들려왔다, 높이 뜨면
날아가는 것, 낮게 떠 오래 있어야 하는 법이라는
무거운 부석의 소리가

사과꽃 필 무렵, 다시 와서 보리라
저 不和의 가람을
부석의 불화
부처의 불화
당간지주와 배흘림기둥의 불화
무량수전과 절집들의 불화
사과꽃과 용맹정진과의 불화
삿갓과 나의 불화
나와 무수한 나의 불화
불화끼리의 불화, 불화, 불, 화, 저
이 모든 불화들이, 그런데
아, 佛畵
만다라가 아닐 것인가

이문재 시집 "마음의 오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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