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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친 후 어느날....
나의 방안에 설움이 충만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오고 가는 것이 직선으로 혹은 대각선으로 맞닥뜨리는 것 같은 속에서
나의 설움은 유유히 자기의 시간을 찾아갔다.
설움을 억류하는 야릇한 것만을 구태여 찾아서 헤매는 것은 우둔한 일인 줄 알면서
그것이 나의 생활이며 생명이며 정신이며 시대이며 밑바닥이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아아 그러나 지금 이 방안에는
오직 시간만이 있지 않으냐
계속 보기...
흐르는 시간 속에 이를테면 푸른 옷이 걸리고 그 위에
반짝이는 별같은 흰 단추가 달려 있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자꾸 뻐근하여만 가는 목을 돌려
시간과 함꼐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것
그것은 혹시 한 자루의 부채
--- 그러나 그것은 보일락 말락 나의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것---
하나의 가냘픈 물체에 도저히 고정될 수 없는
나의 눈이며 나의 정신이며
아 밤이 기다리는 고요한 사상(思想)마저
나는 초연히 이것을 시간 위에 얹고
어려운 몇 고비를 넘어가는 기술을 알고 있나니
누구의 생활도 아닌 이것은 확실한 나의 생활
마지막 설움마저 보낸 뒤
빈 방안에 나는 홀로이 머물러 앉아
어떠한 내용의 책을 열어보려 하는가
김수영 전집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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