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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한잔을 하다.

  • 등록일
    2005/03/15 21:56
  • 수정일
    2005/03/15 21:56
언제 술 이야기를 끝낼지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 좋은 술자리 였던 것 만은 틀림없다. 술 약속을 하였지만 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술을 피하던 터라.. 술약속을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나보다 인생을 먼저 산 대선배 아니 아저씨와 술을 마셨다. 지금 59세의 나이를 먹은 분... 그러나 늘 웃음을 잃지 않은 한솔이 아빠, 제일이 아빠라 부르는 우리 다솜공동체와 함께하는 아저씨 한분과 간만에 교회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당도할 남촌 순대집에서 술을 먹었다.


노동운동에 대해 이해는 못하지만, 우리 다솜교회 담임목사님이신 오목사님과 총회 파견목사이신 장목사님이 하시는 일이라면 모든지 오른 일이라 생각하시는 분이다. 때론 입장이 달라 의견충돌을 할때가 간혹 있지만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금방 이해가 간다고 오늘 오목사님도 아니 장목사님도 아닌 나에게 고백성사를 한다. 음 술기운에 이런 이야기를 듣는 나로서는 당혹함이 들지만.... 그래도 좋은 아저씨를 얻는 느낌이다. 과거 국민학교때 읽었던 큰나무의 보은 같은 것과 맞물리고 키다리아저씨가 생각난다. 한 소녀를 위해 묵묵히 늘 지켜보면서 그 성장과정을 지키면서 커간 아저씨...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에게 사랑은 준 것만이 아니다. 키다리 아저씨도 세상을 맑게 살 수 있는 보은을 받은 대상이다. 아이에게 무한정 사랑을 주었다기보다는 아이들의 맑음과 창의력에 아저씨 또한 유년과 세상의 혼탁함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오늘 그런 만남이었다. 투박한 대화.... 내 시선은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텔레비젼 화면에 고정되었지만 귀 만큼은 텔레비젼에게 내주기 싫었다. 그래서 귀는 쫑긋하고, 아저씨 이야기를 들었다. 살아가면서 느낀 이야기가 레코드 가사처럼 쉼없이 나온다. 난 무엇하나 기억할 것 없다. 한 인간의 역사를 듣기에 난 부족한게 많은 인간이다. 장목사님과 오목사님이 들을 이야기이다. 난 이런 이야기를 들을만한 인식도 마음도 가슴도 없는 그냥 사람에 불과하다. 그런데 넘쳐나는 이야기.... 기분은 좋았다. 나를 그렇게 믿어준다는 것이,,,, 이런저런 이야기가 계속된다. 아 참 나도 이런 따스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따스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늘 나만을 위해 내가 추구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달려온 삶... 그러나 그 삶은 나를 되려 옥죄여 온다. 인과응보이지... 뭐 다른 말이 필요있겠어.... 흐흐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무언가 가슴이 뭉클 함이 든다. 맞아 민중의 삶이 이런거지... 거대담론도 거대 욕망도 거대 포부도 없어... 단지 삶이 버거워 허우적일뿐이야... 그렇지만 무언가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죄의식에 사로잡혀 사는 이들... 조금 배부르면 나부터 찾는 그런 류의 사람과는 좀 다른 느낌... 그게 내가 같이 얼굴을 보고 인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맞아 그런 사람들이 있었지... 난 왜 그동안 보지 못한거야... 그건 내가 마음이 번데기보다 못한 가슴을 가졌기 때문이야라고 내 가슴한편에서는 대답을 한다. 맞어 너 늘 새 가슴이었잖아 맞아 맞아 그래도 새 가슴에게 이런 좋은 사람이 생겼잖아 좋은 아저씨도 생겼잖아... 나 그래서 기분좋다 난 대답을 하였다. 모처럼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프라이버시라 들은 내용은 귀에 들어오자 마자 삭제... 기억해도 쓰지 않으련다. 그분이 고마우신 목사님에게 직접 해야 할 말을 산더미 처럼 풀어놓았기에... 난 그냥 방관자가 될련다. 혼나도 뭐 프라이버시로 일관해여지... 폐속 깊이부터 시작되는 막걸리 트름 참 기분좋게 느껴진다. 간만에 느끼는 청량음료 같은 트름... 배는 더부룩하지만 기분많은 만땅이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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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 등록일
    2005/03/15 01:10
  • 수정일
    2005/03/15 01:10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고등학교 국어생활 / 한국교육미디어) 에 대하여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


사람은 강한 것 같아도 실상은 약한 존재다. 힘차고 당당하고 굳건한 면을 가지고 있어도 돌아서서 혼자가 되었을 때는 참 약하기 그지없는 면이 있다는 것을 제일 잘 아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수없이 결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도 혼자서는 많이 흔들린다. 이 결정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갈등하고 괴로워한다. 꽃 한 송이가 피는 일도 그렇다. 어려서 아주 작을 때는 작은 대로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고 조금 더 컸을 때는 그 만큼의 크기로 흔들린다.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는 것이다.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젖으며 피는 것이다. 바람에 시달리고 비에 젖으며 시련 속에서 피는 것이다.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어 아름다운 꽃송이가 초라하게 변하고 외롭고 두렵고 비참한 모습이 되기도 하면서 꽃 한 송이가 피는 것이다. 사랑도 그렇다. 수없이 갈등하고 괴로워하고 흔들리면서 사랑의 길을 가는 것이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그저 순탄하게만 가는 사랑은 없다. ‘그만 두어 버릴까.’ ‘이쯤에서 돌아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 수없이 그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 길이 사랑의 길이다. 이 땅에 곧게만 찍히는 발자국은 없다. 모래 위를 걸어간 내 발자국을 되돌아 보라. 눈 위를 곧게 걸어갔다고 생각한 내 발자국을 돌아 보라. 그 발자국은 아무리 똑바로 걸었다고 생각해도 비뚤비뚤 흔들려 있다. 그게 우리 인생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늘 흔들리는 채로 있는 꽃은 없다는 것이다. 흔들리다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줄기를 위로 올린다는 것이다. 줄기를 위로 올릴 때는 돌아와 있을 때이다. 늘 젖은 채로 피어 있는 꽃은 없다. 그 빗줄기, 그 이슬방울을 제 삶의 양식으로 바꾸어 그것이 아름다운 빛깔을 만드는 힘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내 모습을 보고 자신을 탓하지 말고 이게 솔직한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나 흔들리는 채로 있지는 말자. 수없이 제 자리로 돌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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