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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라스트(Schlast)

슐라스트(Schlast)

 

어제 새로운 낱말 하나를 배웠다. <Schlast>.

 

“Reality Kills”란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시내구경을 하다가 배운 낱말이다.

 

계단엔 화창한 봄날 따스한 오후를 맞아 대학생들이 파충류처럼 햇빛을 쬐고 있었다. 그래, 파충류지, 이성의 빛을 받아야 하니까. 이성의 피가 흐르고 있는 우리완 좀 다르지. 암튼, 그 사이를 뚫고 막스 고르키 극장에 들어가 물어보니 오후 5시에 문을 연단다. 네원, 좀 빨리 열면 안돼나. 오후가 텅 비게 되었다. 짝지와 약속한 시간도 당 멀었고.

 

<노이에 바허/Neue Wache>에 들려 케테 콜비츠의<피에타>를 둘러보고 어슬렁 어슬렁 박물관 섬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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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신박물관>의 단장은 이미 다 끝나고 주변정리공사가 한참이다. 합각머리를 쳐다보고 기분이 잡쳤다. 폐허상태일 때에는 보지 못했던 글귀가 거기 박혀있다. <멍청한 사람이 아닌 이상 예술을 증오하지 않는다>. 우아한 지성에 있는 우쭐이랄까, 뭐 이런 것이 스친다. 즈그들끼리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라틴어로 박아 놓았다. 예술이 왜 증오의 대상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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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가몬 박물관 앞도 공사중이다. 일하는 노동자들이 저쪽 한 구석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다. 다가가서 인물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목구멍에서 러시아/동유럽의 소리가 나온다. 니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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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주의를빙두르면서돌로된몸들이꿈틀거렸다군데군데무리로밀집되어엎치락뒤치락서로얽혀있거나아니면산산조각이되어파편만남아있는몸들이었다몸통몸을받치려고뻗어내린팔일부가깨져나간엉덩이울퉁불퉁한덩어리등으로만남아있는파편에서몸의온전한형태를엿볼수있었다몸들은어떤형태든지항상정면대결의동작을취하고있었다몸을피하는순간적으로뒤로물러서는공격하는몸을쭉뻗거나혹은구부려방어하는동작이었다곳곳에는그런동작을알아볼수없는형태까지몸이지워진상태였다그러나아직홀연히남아있는한발짝전진하여버티고있는발홱돌려진등장딴지의윤곽등에의해서몸들은모두를하나로뒤덮는운동의일부를이루고있었다그것은거대한투쟁이었다거무칙칙한벽에서솟아오르는이투쟁은까마득한기억속으로완성된자기모습을더듬어나가다가다시무형의상태로침강하고있었다황량한땅바닥에서뭔가를움켜쥐려고쭉뻗어올린어깨와단절되어허허한공간에붕떠있는손깊이패인상처투성이에딱벌린입꽹한눈곱슬곱슬한수염이나붓거리는학대와혹사로일그러진얼굴폭풍에훌렁거리는망토의주름이모든것들이비바람에희석되어사라지기직전이었고본래의모습으로 돌아가기직전이었다금방부스러질것같은깨진조각들이었지만사사로운것들하나하나가모두자신의표현을간직하고있었고거기서전체를읽고알아낼수가있었다.“

 

페르가몬 신전에 배치된 하늘의 신과 땅의 신들과의 싸움에서 착취자와 직접생산자간의 투쟁을 읽어낸 페터 바이스의<저항의 미학>을 생각하다 박물관에 들어가지 않고 산보를 계속하기로 했다.

 

 

뻥 뚫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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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저렇게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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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독 공화국 궁궐)

 

이런 식으로 복구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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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근데 땅이 기억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슐라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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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Schloss>와<팔라스트 데어 레푸블릭/Palast der Republik>이 어울린 <슐라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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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에게 찬찬히 설명해주는 엄마의 말을 듣고 <슐라스트>가 뭔지 알게 되었다. 저 아이의 마음에 <슐라스트>의 꽃이 피기를 바라면서 짝지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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