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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번역

10대 말 아리따운 나이에 간호보조사로 독일에 온 짝지가 가끔 옛날 이야기를 한다. 허리를 구부리고 웃는다. 남도 어느 보건소에서 근무하다가 독일로 오게 되었다. 아이 복이 많았던 시대, 가족계획이 중요하다며 시골 동네 공동 우물터를 찾아 다니면서 아낙네들에게 콘돔을 나눠주다가 독일에 오게 되었다.

„처녀는 잘 모른당께“
„뭘 몰라요. 날짜 계산해서 조심하면 되잖아요.“
„글쎄, 아가씨는 잘 모른당께. 남자를 모른당께.“

암튼, 이러다가 독일에 오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독일 사람과 똑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자녀를 둔 간호사들은 자녀수당 등 독일 간호사들보다 급여가 훨씬 더 높았다.

어젠 당시 독일말 구사때문에 한바탕 웃었다. 종종 웃는다.

음주운전하다가 음주단속에 걸리면

„Polizei Onkel, ein Auge zu ja?“

한번 눈감아 주라는 이야기를 직역해서 표현한 것이다. 독일 경찰이 아마 어리둥절해서 눈감아 주었을 것이다.

„Doktor, eine Maus, hoch und runter Bein, und ganz sauer.“

의사 선생님, 다리에 쥐가 나고 시큰거려요란 말이다. 왠 놈의 생쥐가(Maus) 다리를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 다리에 왜 신맛(sauer)이 나는지 아마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처방이야 제대로 했겠지.

독일 간호사들이 쉬는 시간에 수다를 떨고 있으면 뭔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 듣지 못해서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뭘 할지 몰라 하다가 환자실에서 벨을 누르면 구세주 만난듯이 얼른 일어나 달려가기 일수였다.

„Schwester, ich brauche eine Pfanne.“

저 환자 왜 저러지. 후라이팬이 왜 필요하지. 병동에서 환자가 왜 후라이팬이 필요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에라 모르것다하면서 부엌에서 후라이팬을 들고 갖다주었다.

„Schwester, nicht diese Pfanne.“

이런 후라이팬이 아니다? 다른 종류의 후라이팬이 있단 말인가? 어떻게 생긴 거지?

종잡을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수간호사에게 가서 말한다. Pfanne(후라이팬)을 갖다 달라 해서 후라이팬을 갖다 주었더니 그게 아니래요.

병원에서 쓰는 납작한 요광을 보여주면서 이것도 „Pfanne“라고 설명.

번역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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