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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새 세상은 내 마음 안에 생동하고 있는가?


몇 달 전 일이다. 소시민 자영업 형태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형편이라 부가가치세 신고 관계로 세무소에 들일 일이 있었다.

 

자리에 새로운 세무직원이 앉아있다. 보기에 50세를 넘어선 여성이다. 굉장히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볼펜을 잡고 있는 손이 약간 떨리는 듯 하다.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런데 동문서답이다. 내가 말하는 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만 계속한다. 언성이 높아진다. 세무직원의 불안은 더해가고 손을 더 떤다. 결국 나는 불친절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화가 났다. 나는 속으로 , 저런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을 자리에 앉혀났담.” 이렇게 생각하고 내 행동은 아마 이런 생각에 어울리게 거칠고 상대를 깔아뭉개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며칠 후 세무소에서 편지가 왔다. 몇 월 몇 일까지 이런저런 문제를 해명하라는 것이었다. 나를 상담하던 그 세무직원이 뭔가를 잘못 이해하고 엉뚱하게 보고한 모양이었다. 화가 더 치밀었다. 그 직원이 반쯤 죽여놓겠다는 생각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글은 마력이 있다. 내 모습을 보여주는, 내 모습을 반사하는 거울과 같은 마력이 있다. 그 직원을 깔아뭉개는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내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은 어느 누군가가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아도르노가 위로는 굽실거리고 밑으로는 짓밟는 소시민의 행동을 가장 약한 대상을 덮쳐 찢어 죽이는 맹수와 비교하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 세무직원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았다. 직업재교육을 받고 세무소로 온 것이 분명했다. 내가 너무 잘못했다. 소시민의 마음이 내 안에 있었다.

 

편지를 고쳐 잘못과 용서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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