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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혁명과 나토

나토의 리비아 개입이 ‘진보진영’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혼란의 저변에는 나토의 실체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몇 가지 문제를 스케치 해보고자 한다.

 

1. 동서냉전의 종말로 나토의 존재근거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토는 버젓이 살아있고 유럽과 미국의 주요개입기구로 변신하였다. 하지만 나토는 발칸반도개입에서의 문제(유고전관련 유엔안보리의 비토, 결과 나토의 유고전 개입은 국제법상 불법),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의 개입에서의 [정당성/합법성]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했다. 나토의 이런 문제점 의식과 2005년 유엔이 “responsibility to protect”조항을 체결하게 된 배경간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재조명해야 할 것 같다.

 

2. [진보진영보다] 나토가 더 훨씬 변증법적으로 아랍혁명을 대하고 있다. 변증법의 문제는 어떻게 세상을 변증법적으로 해석하는데 있지 않다. 세상을 변증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또 다른 형이상학을 만드는 것이고, 전통 형이상학보다 더 관념적인 것이 된다. 변증법의 핵심은 변화무쌍한 세상일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가에 있다(Wolfgang Haug, 실천적인 변증법을 위하여(Für praktische Dialektik). 이런 맥락에서 나토는 그간 개입을 위한 매끈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바둑에 비교하자면 다양한 포진으로(푸코의 디스포지티브) 진보진영이 마치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허우적거리게 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담론이 나토의 디스포지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나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나토는 아랍혁명이 EU의 위기로 발전하지 않게 면밀하고 정밀하게, 개별적인 개입양태가 서로 모순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일사불란하게 개입하고 있다.

 

아랍주재 EU 가입국의 외무부, 정보부, 각종 학술단체들이 아랍에서의 상황개진을 그저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수한 보고, 분석, 조정, 조율 등이 필경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개입시나리오를 준비하였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독일의 안보리에서의 기권관련 EU내 균열을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이런 균열은 보다 방대한 EU의 개입시나리오를 가능하게 한다. 리비아 개입 초기에는 독일이 미, 영, 불 군사회의에서 제외되었지만, 다시 메르켈 총리를 보란 듯이 3국 군사회의에 참여시키고 있다(참조. 독일 제일경제신문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의 분석 „메르겔의전략이적중할수있는이유“)

 

3. 유엔과 나토가 마련한 „Responsibility to protect“란 선물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트로이의 목마일까? 이 목마에서 뛰쳐나오는 것은 무엇일까? 목마를 선물로 주고 간 그리스군을 믿을 수 없었던 라오콘은 „그리스사람은 그들이 선물을 들고 올지라도 두렵다 (timeo danaos et dona ferentes; 베르길리우스의 에네이스2권; 이 문장은 „바로 선물을 들고 오기 때문에 그리스사람들이 두렵다“로 번역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요는 그 다음 라오콘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트로이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했는가에 있다. „인권“이란 성스러운 선물에 허둥대는 „진보진영“의 모습이 트로이사람들의 행동에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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