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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가시길, 대통령 노무현

  • 등록일
    2009/05/24 13:00
  • 수정일
    2009/05/24 13:00

용산 철야 농성을 끝내고, 새벽 버스를 탔다.  한참 단잠에 빠져 있던 중이었다. 잠결에 들었다. 가슴 한 쪽이 쿵, 내려 앉더라.

처음에는 믿기지 않다가, 두 번째는 '결국 이렇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다음에는 '이명박이 이 개새끼 이번에는 못 빠져 나간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노무현 - 이 이름 석자, 참  애증 어린 이름이다.  우린 정말 정성들여 뽑았다. 최소한 전적인 지지는 아니더라도 비판적 지지나마 보내면서 말이다. 탄핵 때는 '노무현을 구한다기 보다, 저 오만한 기득권을 쥔 새끼들 물먹이기 위해서다'라며 썩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촛불을 들었고, 결국 그를 구해냈다. 그런데, 그렇게 구해냈더니만, 농민 한 사람과 노동자 둘을 죽였다. 평택을 통곡의 들판으로 만들었다. 정말 나쁜 새끼, 좆같은 놈현이 그랬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미운 놈, 미운 정이 더 무서운 가보다.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차후에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형식적 민주주의'가 그나마 제 틀을 서서히 갖춰 가고 있었고, 그 한 가운데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렇게 촛불 들어서 살리고, 미워도 보듬어 가며, 잘못해도 애써 넘겨 주면서 노무현을 마음 한 구석에서 믿어 주었던 인민들이 지금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파란만장한 생을 살다간 정치인'이겠지만, 인민들의 가슴 속에서는 그냥, '인간 노무현, 미운 구석이 박힌 놈, 그저 그런 대통령이지만 정은 가는 놈'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저렇게 광화문에 모였고, 또 부산과 봉하마을과 대구에 모였다. 공분이 하늘을 찌른다.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이 전대미문의 꿈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 청와대에, 검찰에, 또 여의도 당사와 종로 프레스 센타 근처에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대통령 같지 않았던 대통령, 그러기에 더 대통령다웠던 대통령 - 노무현 대통령, 편히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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