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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5

  • 등록일
    2009/04/05 10:33
  • 수정일
    2009/04/05 10:33

광주, 전남대 대학원 정독실, 오전 10시 22분. 아침 일찍 일어나 나섰다. 동문을 지나 교정을 가로질러 인문대까지 오는 길. 평화롭다. 멀리 새소리 들리고, 가까이 자목련이 새침하게 붉은 입술을 떨구고 서 있었다.

 

예전부터 쭉, 욕심 내던 게 있는데, 전남대에 와서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그거다. 연못이 있는 학교다. 서울 학교들과는 달리 건물들이 학교 부지에 여유롭게 서 있다. 위압적으로 솟아 있지도 않다. 무엇보다 여긴 518의 성지다. 교정을 걷다 보면 그날의 흔적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이번 해 들어 여러 번 왔지만,  인문대 앞에 새로 선 [교육지표 기념비]를 꼼꼼히 읽은 건 처음이다. 새삼 전남대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시대에 1978년 긴급조치 때의 교육민주화 선언을 기념하고 있는 사람들, 예사로운 건 아니다, 싶다.

 

 

이제는 아침밥을 먹지 않아도 그닥 배가 고프지 않다. 고구마 하나에 우유 한 잔.  그래도 진통제를 먹어서 그런지 속이 쓰리다.

 

오늘은 어디 커피숍에 가서 어머님, 아버님께 편지를 쓰고, 번역도 하고, 간행물들을 읽으며 보낼 것이다. 그리고, 강 선생님께 메일도 띄워야 할 것 같다. 그녀는 오후 4시쯤 집을 나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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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후문 앞, 커피숍 'Hollys', 오후 2시 52분. 이빨에 다시 통증이 온다. 아침에 삼킨 두 알의 진통제 효력이 다 한 거다. 너무 약에 의존하는 게 싫어 그냥 참고 있다. 어머님, 아버님께 편지를 쓰고자 했는데,, 영 무슨 말을 써야할 지 이번에는 감이 잘 안 온다. 저번 편지로 어머님과 가족들이 조금 동요한 것 같은데 ... . 하여간 아주 조심스럽게 하지만 자신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첫 번째 편지 이후로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가, 그리고 어떤 새로운 각오들이 생겼는가, 하는 것들 ... .다시 한 번 뵙고자 하는데 마음이 그저 수굿하여, 행동으로 잘 옮겨지지 않는다는 것 ... .

 

인문대에서 후문으로 오는 길에 가족들과 연인들이 삼삼 오오 교정에 핀  벚꽃 나무 아래에서 휴일 한때를 보내는 걸 봤다. 꽃잎들이 봄날의 고양이처럼 이리 저리 나풀거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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