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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민주주의 전선으로 MB를 이길 수 없다


시간을 끌어왔던 이명박 정부가 9월 3일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을 총리로 선임하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보수 야당들을 비롯해 진보정당들은 놀라움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들을 쏟아냈다. 특히 민주당은 과거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거론되었던 정 전총장의 기용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 대표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정운찬 전 총장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정운찬 총리가 불통 앞에 얼마나 목청을 높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논에 장미를 옮겨 심은 격인데, 꽃이 필지 의문이다”며 꼬집었다.
그동안 정 후보자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날려 왔던 민주당의 반응은 그렇다 치더라도, 진보정당의 반응은 정말 안타깝다. 구지 정 후보자를 치켜세우면서까지, MB와의 차별성을 꼭 드러내야 하는가. 또 마치 정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과 맞설 수 있는 그런 인물인양 어설픈 기대감을 보이는 발언은 쓸데없는 기대감만 불어넣을 수 있다.

MB정부의 기조변화는 없다
정운찬 후보자는 총리지명 이후 인터뷰를 통해 “저와 그분은 경제철학에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고 밝혔다. 이 명쾌한 한마디에 쓸데없는 기대감과 아쉬움이 떨쳐나가지 않는가. 실제로도 그는 철저한 시장주의자였고, 노동자민중의 입장이 아닌 자본(주의)의 논리를 옹호하는 학자였다.
정 후보자는 서울대총장 시절, “한국 대학도 다윈의 적자생존의 이론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대학의 시장화를 역설한 바 있다. 그는 3불정책(고교등급제 금지, 본고사 금지, 기여입학제 금지)을 반대했고, 국립대법인화를 추진했다. 서울대총장으로서 그가 보여준 교육시장화와 경쟁교육 예찬의 논리는 노무현 정부와도 이명박정부와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고소영 시즌2가 시작됐다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들의 개각은 논란의 여지없이 ‘명박’스럽다. 한마디로 ‘고소영’ 시즌2다. 실세로 불리던 윤진식(고려대), 박형준(고려대), 이동관(서울대), 강만수(서울대, 소망교회) 등이 화려하게 살아남았다.
윤진식 내정자는 노무현정부시절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부안에 핵폐기장을 강행하겠다고 했다가 산업자원부 장관에서 물러난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이 정책을 책임지는 정책실장으로 돌아왔다. 터무니없는 경제정책으로 경제위기를 가속화하고, 부자들을 위한 경제정책에만 혈안을 올린 강만수의 경제특보로의 화려한 부활은 또 어떠한가. 아무리 봐도 이명박 대통령과 소망교회 30년 지기의 힘이 강만수의 화려한 복귀의 이유이자 힘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진다.

반MB 투쟁을 모아낼 전선이 없다
개각과 함께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법안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4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43대 법안을 우선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여기에는 비정규법, 집시법(일명 마스크법), 사이버모욕죄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MB악법이라고 불리던 법들의 개악과 신설이 그대로 담겨 있다. 9월 정기국회 역시 촛불, 용산참사, 미디어법, 쌍용자동차 등에서 줄기차게 보여온 이명박 정부의 ‘강경대응’과 ‘불통’의 방식을 볼 때 피할 수 없는 또 한번의 충돌을 예견된다.
하지만 MB정부에 맞서는 전선은 취약하며, 소강상태다. 여전히 전사회적으로 반MB 정서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정서와 불만들을 모아낼 수 있는 구심축이 없다. 야4당을 중심으로 한 반MB연대가 느슨하게 지속되고 있지만, 본질적인 지향이 다른 상황에서 일부의 ‘선거연합’ 또는 ‘법안반대’ 일뿐  노동자민중이 기대할 것은 없다.
얼마 전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이명박 퇴진을 위한 진보민중진영 공동투쟁본부(가)”가 논의 중에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 투쟁을 통해 MB정부를 퇴진시킬 수 있는 힘을 모아가는 것이 절실한 시점에서 유의미한 제안이다.
하지만 현재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의 상황은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많이 무너져 있는 투쟁의 동력과 조직력을 극복하기 위한 발본적인 태도변화와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신자유주의 반대와 반자본의 요구 없이 어설픈 민주주의전선으로는 MB를 진정으로 이길 수 있는 힘을 구축하기 어렵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MB퇴진투쟁 본부의 사업계획을 빠르게 세우고 움직이자. 무엇보다 용산참사, 비정규직, 쌍용차 노동탄압 등 현재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민중의 구체적 과제를 갖고 아래로부터 투쟁을 조직하는 것에서 그 출발점을 찾자.
 

9월 1일 청와대에서 강만수 경제특보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정운찬을 향한 기대감과 실망?

한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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