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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의 국가 전도사

[김영수의 세상뒤집기]

2009년 세밑과 2010년 새해 벽두에 국익을 주제로 하는 ‘난장판의 전도사’라는 희극이 공연됐다. 한 번은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또 한 번은 대한민국에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먹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2009년 세밑에서 정작 수고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 이익을 가로치려는 되놈 부대가 온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되놈들의 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었고 주류 언론은 그 졸병들이었다.
47조 원 규모인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초대형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를 헐값으로 수주하여 앞으로 발생하게 될 적자문제나 녹색지속성장에 반하는 원전건설문제를 차후에 말한다 치더라도, 중동의 한 난장에서 자본을 위해 의기양양하게 전도하고 설파하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모습이 연말의 TV화면을 꽉 채웠다. 카메라 앵글은 1박 2일 동안 이어지는 주연배우의 일거수일투족을 잡아 온 국민의 눈과 마음을 파고들었고, 마이크는 온 국민에게 승리를 가져다줘 국가의 운명이 바뀌는 역사적인 대사건인양 혹은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하는 대사건인양 전도사의 공로를 보도하는데 열을 올렸다. 국민들은 희극의 주연배우에 대해 정말 ‘CEO출신의 대통령답다’, 혹은 ‘국운과 국익을 위해 헌신하는 대통령’이라는 희극평론가들의 용비어천가를 들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용비어천가에 이건희 ‘특별’사면으로 화답한다. 유능한 한 사람이 국민 1만 명 이상을 먹여 살린단다! 개인적으로 이건희가 유능한 사람인지 무능한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아주 적은 지분을 가지고 삼성그룹을 지배하면서 온갖 불법만행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노동자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이건희,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위해서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이건희, 대를 이어 자본을 승계하기 위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는 이건희, 돈이 없고 가난한 소위 천재들을 장학금으로 매수하여 권력 망을 구축하고 있는 이건희. 혹시 이명박도 삼성그룹의 장학생이 아닌가? 이건희의 아버지인 고 이병철이 이명박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잘 알기 힘든 부분이지만, 한 국가의 대통령이 한 개인을 ‘특별’사면하는 대사건을 저질렀다. ‘난장판의 전도사’가 국가를 정말 그들만의 난장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의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란다. 이러한 권한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절차에 따라 권한을 행사한 것 자체를 가지고 문제시 할 경우, 우리는 너무 궁색하고 초라한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이 정말 독재적이고 권위주의적인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법과 제도를 근거로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들은 그 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반민주적, 비민주적인 법과 제도를 철저하게 사용하고 있을 뿐이고, 자유민주주체제의 전도사로 존재할 뿐이다. 아주 명민한 선교사 정권이다. 더군다나 국민도 이 체제의 선교대상으로 남기를 원한다. 이전의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노동자들이야말로 이 체제에 중독되어 있는 것 아닌가? 그들은 심지어 희극의 주연배우 팬클럽을 조직하기도 하였다. 국가의 경계가 소멸하지 않는 한,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200여 내외의 국가는 국익을 위해 서로 경쟁하거나 협력하면서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자본뿐만 아니라 국민 아니 노동자들이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가. 자본의 왕국을 유지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근본적 인식 전환 없이는 노동자들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든 동원될 뿐이다.  체제 중독을 벗어나지 않는 한 억울해도 하소연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의 난장과 희극을 기획하고 선도하는 자유민주주의를 넘어서거나 또는 국민이 그 국가를 언제든지 다시 구성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국가와 민족은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재구성되어 왔고 앞으로도 재구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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