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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야!

[노동운동 혁신하자!]

슬픈 자화상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관련 노동법을 개악시킨 추미애의원이 3자야합안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며 두 노총을 차례로 방문한 적이 있었다. 들은 이야기로는 민주노총 사무총국이 마치 구세주를 맞이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추미애는 야합안과 다를 바 없는 중재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소위 진보진영 내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렇게 기대했던 추미애 의원이 그토록 비열한 방법으로 개악안을 통과시켰을 때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상황이 급박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지만 보수야당 추미애 의원의 본질적 한계를 모르지는 않았을 터인데 그 길지 않은 시간에 비춰진 우리의 자화상은 너무 슬프다.

3년 전에도, 6년 전에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계급적 단결과 투쟁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보다는 허울뿐인 노사정 협상에 매달리다 여러 차례 뒤통수를 맞아왔다. 국가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수탈의 모순을 숨긴 채 노동자들을 경쟁구도에 몰아넣고 자신들의 부와 기득권을 유지했던 자본의 전략은 관철되고 있다. 반면, 자본에 맞선 민주노총의 대응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고 총노동의 투쟁전선 구축은 고사하고 치열했던 쌍용차투쟁이나, 철도투쟁처럼 자본과 정권의 공격으로 십자포화를 막고 있는 투쟁도 엄호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투쟁보다는 교섭을, 국민과 함께하는 운동을 통해서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를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확인된 것이다.
이번에도 ‘노조법 개악안 통과 시 총파업’이라는 대의원대회 결정은 집행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미집행에 대한 해명조차 없다. 다만 시행까지는 시일이 있으니 준비해서 투쟁하겠다는 변명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조직의 최고 결정이 그렇게 무시당하는 일이 벌어져도 어느 단위하나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하는 곳이 없다.
87년 이후 노동자 투쟁의 구심이요, 계급적 단결의 상징이던 민주노총이 어느새 대적전선은 고사하고 자신의 내부조직운용도 어려워진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번뿐 인가. 아니다. ‘총파업 남발 지향’, ‘준비된 총파업으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선포한 6년, 민주노총은 이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기에 6년을 관통했던 민주노총 내의 노선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얼마 전에 개그프로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이나 잘못한 일들을 막 이야기하다가 ‘그게 나야’를 고백해서 웃음을 자아냈던 코너가 있었다.
하나 같이 혁신을 외치며 진행하는 민주노총선거에서 혹은 이명박정권의 무자비한 공세에 밀려서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 운동진영 내에서 ‘그게 너야, 너 때문이야’가 아니라 ‘그게 나야, 나 때문이야’라고 말 할 수만 있어도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 할 수 있으리니.
 

이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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