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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여행과 성숙의 대가

어슐러 K. 르 귄 읽기 2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의 한국어판과 영어 판. 이 단편집의 첫 작품 ‘셈레이의 목걸이’는 헤인 에큐먼 시리즈를 탄생시킨 짧은 전설이다. 표지 그림은 셈레이가 살던 은하 제8지역, No. 62 : 포말하우트 II의 바람말과 셈레이로 추정된다. 이 행성은 나중에 다음 작품에서 그 제목인 ‘로케넌의 세계’란 이름을 얻는다.



다르게 흐르는 시간
책을 펴면 당신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다른 환경의 행성을 본다. 거기는 공전과 자전의 주기가 지구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한동안 시차적응기가 필요하다. 작가가 시차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줄 때도 있지만, 미지를 탐험할 때 안내자에게 너무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시간 개념이 다르면 생각도 분명히 다를 것이란 걸 추리할 수 있다. 단지 관찰의 목적만으로 여행할 거면 그 정도만 유념해도 되겠지만, 다른 행성의 주민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그들 방식으로 생각하는 연습도 필요할 것이다. 권리의식이나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라면 이 모험에서 재미보다는 짜증을 더 많이 느낄 것이다. 르 귄의 문장은 그리 쉽게 재미를 선사하진 않는다. 대신 다른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학습시켜 준다.
 
단순한 서사, 깊은 사색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자신도 모르고 독자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적과 대결하기 위해(로케넌의 세계), 생존을 위해(유배 행성), 자아를 찾아(환영의 도시), 연맹을 맺기 위해(어둠의 왼손), 위기를 극복하려고(빼앗긴 자들) 떠난다. 이들의 여행은 대단히 고단하다. 자신이 모르는 곳을 여행하기 때문이다. 그 여행을 읽는 독자도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만큼 고단하다.
그런데 이 여행은 의외로 단순하다. 외계인과 결투하거나 괴물에게 쫓기거나 하는 스펙터클한 모험이 펼쳐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 여행이 흥미진진한 것은 모르는 환경을 익히며 알아가는 지적인 과정의 모험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자아와 여행 속의 자아가 서로 대립하는 모험이다. 이전의 자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것을 잃고, 여행 속의 자아는 뭔가를 얻어간다. 주인공의 여행은 주인공을 서서히 변화시킨다. 그것을 읽는 독자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는 만큼 독자도 주인공과 같은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그저 관찰만 해도 상관은 없다. 어떤 소설이나 다 마찬가지 아니냐고 물으면 물론 그렇다. 그러나 다른 어떤 소설들과 차이는 그 깊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소통의 방법 찾기
독자는 여행이 시작되고 주인공과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거나, 스스로 주인공이 되었다면, 이제 새로운 동반자와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의 단계로 넘어간다. 주인공과 여행의 동반자는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왔다. 말은 통하지만 그 생각이 통한다고 볼 순 없다. 시차적응기 같은 한동안의 적응기가 필요하다. 그 시간이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다. 대화로는 어려워 텔레파시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텔레파시 또한 그들이 살아온 문화를 극복하진 못한다. 그래서 르 귄은 침묵을 권한다. 상대의 말을 들으려면 일단 침묵하라고 한다. 그런데 둘 다 침묵하면 어떻게 들을까? 참 답답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여행은 계속된다. 표정과 손짓 발짓에서 상대를 차츰 알아간다. 오랜 침묵 끝에 서로의 대화는 그 전의 대화보다 좀 더 깊은 공감대를 만든다. 작은 공감대가 형성되면 이제 좀 더 빠른 진전을 경험한다. 이 소중한 경험은 큰 기쁨을 느끼게 만든다. 독자와 주인공과 동반자는 서서히 소통의 방법을 찾는다. 이 정도 되면 긴 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맺음 할 것인지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책을 놓을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
한편 각 편은 르 귄이 저작한 순서대로 보일듯 말듯 한 희미한 끈으로 연결되어있지만, 각 편은 모두 독립적이다. 그래서 어느 편으로 읽기를 시작해도 상관은 없지만, 로케넌의 세계에서 배운 여행의 기술은 유배 행성의 여행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유배행성에서 배운 여행 기술은 환영의 도시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그런 식이기 때문에 저작 순으로 읽으면 여행을 따라 잡는데 힘이 적게 들고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성숙의 대가
이제 여행의 마지막 단계다. 로케넌은 적으로부터 행성을 지킨다. 유배자들은 멸족을 면하고, 젊은 왕자와 인류는 적의 지배에서 해방된다. 에큐멘의 대사는 겨울 행성과 연맹을 체결한다. 쌍둥이 행성의 물리학자는 두 행성의 유대를 형성하고 사랑하는 동반자에게 돌아간다. 좋은 결말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아주 큰 희생을 치렀거나, 희생을 감당해야 한다. 적이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여행에서 동반자와 진정한 소통을 통해 이룬 유대의 힘이다.
로케넌은 낯선 행성의 여행에서 얻은 텔레파시 능력에 힘입어, 그리고 빛보다 빠른 통신기 앤서블로 에큐멘 본부에 사격지원을 요청하자 곧바로 빛보다 빠른 무기가 적들의 기지를 파괴한다. 본부에서 그 행성으로 곧바로 빛의 속도로 나는 우주선이 하루 만에 그 행성으로 날아갔지만, 로케넌은 이미 죽은 지 몇 십 년이 흘렀고, 행성의 원주민들은 그곳을 로케넌의 세계라 불렀다. 빛의 속도로 나는 우주선이 있지만, 그보다 더 광대한 우주에서 한 인간의 시간은 너무나 짧다. 인류의 유대를 위해 에큐멘의 대사들은 자신의 짧은 시간을 기꺼이 희생한다. 참 까마득하고 아스라한 시간의 이야기다.
지금은 지구의 반대편에 불과 하루면 날아갈 수 있다. 불과 500년 전에는 수년간 목숨 걸고 항해했다. 인류는 그렇게 어렵게 다른 문화와 관계를 맺으며 변화해 왔다. 꼭 좋은 방향의 변화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변화는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헤인 에큐멘 시리즈의 기나긴 여행과 성숙의 대가는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에서 마법의 균형으로 표현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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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쌍용차 노동자들은 무죄다


지난 18일 77일간의 치열한 투쟁을 벌이다 구속된 쌍용차 노조 간부들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한상균 노조지부장 7년을 비롯해 노조 간부 21명에 대해 징역 2-5년을 각각 구형하고 이어 1월 20일 금속노조 간부 김혁 동지에게는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한상균 지부장 등에게 중형을 구형한 이유를 “법원의 구조조정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법을 위반하며 계획적이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혁 동지에게는 “반성의 기미가 없고 장기파업으로 이끈 장본인”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검찰의 중형 구형은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면모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일일이 반박하지 않더라도 쌍용차 사태에 가장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가장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자는 바로 이명박 정권과 자본이다. 특히 이번 구형으로 마지막까지 국가기구를 이용한 폭력을 자행한 셈이다.
77일 한국사회를 뒤 흔들었던 쌍용차 파업은 ‘해고는 살인’이라는 진실을 폭로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샀다. 또한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쇠파이프를 든 것보다 공장을 원천봉쇄해 음식물 반입조차 금지하면서 하늘에서는 최루액을, 밤이면 밤마다 평택 전역을 떠나갈 듯 질러대는 경찰들의 악다구니를, 공장 안 노동자들의 인명 피해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폭력적인 강제진압에 더 분노했다. 나아가 자본가들이 자행하는 파렴치한 도둑질도, 경영파탄의 책임도 은폐하면서 이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어떤가. 국가권력을 이용해 때로는 법을 활용하면서, 때로는 법 위에서 서서 휘두르고 있는 폭력은 그 어떤 행위보다 무자비하다.
작년 10월 취임한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공무원 노동자들의 민주노총 가입에 대해 ‘법을 고쳐서라도 정치활동을 금지 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은 말한다. ‘법을 위반한 폭력 행사’라고. 노동자들도 말해보자.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면서 살인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정권과 자본, 이를 엄호하고 있는 법률을 고쳐서라도 해고를 금지하겠다고.. 차이는 명백하다. 노동자들은 전체 노동자민중의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한 줌도 안 되는 저들은 자신들의 부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무죄다. 아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권력과 자본의 폭력성을 폭로시킨 이 사회의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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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마이더스의 손

[김영수의 세상뒤집기]

수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고 싶어 한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누구를 위해 살 것인가? 죽을 때까지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드물다. 어떤 것을 가지고 어떻게 살든, 돈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에선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신의 호주머니에 돈을 집어넣기가 참으로 어려운데도 아낌없이 돈을 바치는 곳이 있다. 서로 돈을 내려고 줄을 선다. 그것은 바로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대학이다. 대학은 마음만 먹으면 돌조차 황금으로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평생 끌어 모은 수 억 원의 김밥 할머니 돈이 대학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시쳇말로 ‘신의 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 부담률은 전체 대학교육의 비용 중에서 20% 정도로 OECD국가 중 최하위다. ‘신의 손’은 재단전입금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그저 등록금이라는 돌을 주물럭거리면서 어떻게 황금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뿐이다. 급기야 대학은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만들었다. 2015년부터 대학생 수가 줄기 시작해 향후 50년 안에 우리나라 대학생 수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하니, 대학의 재정대책은 조만간에 등록금 2,000만원 시대 혹은 3000만원 시대를 만들어 내면 그만이다.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지금은 약 8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대학등록금을 절반으로 내리겠다는 공약을 냈다. 투표권을 가진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값시대를 꿈꾸거나 혹은 10% 이상의 구조적이고 장기화된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CEO라는 환상에 빠져들어 이명박 후보를 상대적으로 많이 지지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그런 대학생들의 꿈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이명박 정권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대학의 자율적 사안인 등록금에 대해 상한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얼마 전,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자, 노무현 정권조차 실현하지 못했던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하려 했던 이명박 정권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대학생이 4년 동안 무려 4,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빚쟁이가 되는 것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었다. 아마도 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취업해서 돈을 벌어 갚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대학생들은 졸업 후에 실업과 빚의 고통을 동시에 겪어야 한다. 이런 고통의 늪에 누가 빠져들겠는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졸업을 계속 연기하는 것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행복일진대.
그들에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공부하면서 살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와 의무교육을 보장하고 있는 이상, 대학교육까지 의무교육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의무교육으로 하여 무상교육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대학 등록금을 1,000원으로 하면 어떨까! 멕시코시티에 있는 국립자치대학(UNAM)의 한 학기 등록금이 1페소(약 100원)였던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생들이 등록금만 무상이거나 싸다고 해서 대학생활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부모와 독립된 생활을 해야만 하는 생활인이다. 그들은 노동력을 갖추어 나가는 예비 노동자이다. 그들에겐 적지 않은 생활비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최저임금이나 생활임금을 받아가면서 살아갈 권리가 그들에게 있다. 대학생들이 임금을 받으면서 공부하는 사회, 취업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사회적 능력을 주체적으로 계발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바로 돈이 없어도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사회다.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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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요한 것은 ‘연합’이 아니라 운동의 복원

유령처럼 나타난 ‘5+4회담’이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대표하면서 민주당 양보론을 전제로 민주대연합론을 의도적·자의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민주대연합론의 핵심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권을 중간심판하고, 2012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최대다수연합을 구성하여 자중지란에 빠진 한나라당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목적이 달성되기 어려울 정도로 변수가 널려있다. 첫째, 현재 세종시 수정안 둘러싸고 싸움의 주역이 박근혜로 바뀐 지는 이미 오래며, 민주당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또한 세종시가 이번 지방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는 보장도 없다. 게임의 성패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선거가 중감심판의 성격을 갖는 것은 많지만 근소한 차이의 야권 승리는 2012 대선에서의 정권 획득을 담보할 수 없다. 물론 한나라당이 대패한다면 정권 획득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으로 휘두르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행태를 보면 3년은 너무 길다.
셋째, 이명박 정권의 지난 2년 동안 독선적 국정운영이 민주주의마저 후퇴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연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중심의 연합은 매우 곤란하다. 이명박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단순비교하면 노무현 정권이 낫지만 그러한 것이 이유가 될 수 없다. 공안정국 강화, 언론 통제 그리고 정권의 일방향적 소통과 노동·사회운동의 탄압 등을 제외하면 과연 무엇이 다른지 이해하기 어렵다.
신자유주의를 강화해서 노동자 민중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면서도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노무현 정권과 그러한 정책을 계승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반민중적·반민주적인 이명박 정권은 동일한 선상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요,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하다.
여전히 민주당은 본질적으로 신자유주의 정당이며 개혁적 자유주의의 허구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무리 일부 진보세력이 민주당에게 좌경화와 탈패권주의를 요구한다고 해도 민주당은 진보진영을 교환가치가 아닌 사용가치로 여기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민주대연합에서 진보세력이 선거를 주도할 수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관망자로 전락할 것이다. 설령 기득권을 양보한다고 해도 그들을 신뢰할 수가 없으며 연합의 정당성도 없다. 이념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선거연합은 불가하며 오히려 그 과정에서 진보의 가치를 관철시킬 힘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민주대연합론은 명확히 부등가교환이자 불공정거래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민주대연합은 진보세력을 독자적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세력이 아니라 외곽세력으로 파악하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토사구팽 격이다. 지금의 위기는 반MB를 안 해서 온 것이 아니고 대동단결을 못해서 이명박이 독주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반MB의 선봉에 박근혜가 있지 않은가. 특히 국민참여당처럼 자연인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대중들의 한 조각 낭만을 판돈으로 다시 과거 노무현 시절로 돌아가자는 선동은 정말 추악하고 우매한 짓이다.
지금 진보세력에게 필요한 것은 운동의 복원이다. 운동이 죽어가고 있는데, 연합이 무슨 필요가 있나. 진보의 재구성, 가치의 재구성, 운동의 재구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진보세력의 정치적 역할은 지지도로만 환산되는 것이 아니다. 희망적인 대안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배성인(한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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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여성노동자의 눈물과 소망

[노동운동 혁신하자!]
“따뜻한 콩국 한 그릇이 너무 먹고 싶습니다”

김주익, 곽재규, 그리고…

지난 1월 19일 민주노총 부산본부 홈페이지에는 13일부터 한진중공업 공장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동지의 글이 올라왔다. 김진숙 동지, 그녀는 6년 전 김주익, 곽재규 열사 장례식에서 읽어 내려간 추모사로 많은 노동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녀는 이번 글에서 51년 자신의 삶과 20년 민주노조운동을 되돌아본다. “교육은 있어도 학습은 없는 운동, 회의는 있어도 토론은 없는 운동. 전지전능한 몇 사람이 방침을 내오고 조합원들에게 지침이 내려올 뿐”이라며 현실을 개탄한다. 그녀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발표를 앞두고 이미 공장에서 쫓겨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이야기한다. “그 아저씨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그녀의 글에는 1천 명에 달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만 있지 않다. 아니 그녀의 글은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 그저 이미 쫓겨난 노동자들과 쫓겨날 것이 두려운 노동자들의 불안한 눈빛이 함께 그려질 뿐이다.

진심으로 비정규직의 현실이 아프다면
그녀는 또 말한다. 민주노총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을 정말로 바로 세우고 싶다면 그리고 진심으로 비정규직의 현실이 아프다면 결의 했던 그 자리에 눌러 앉으세요” 라며 선언이 아닌 실천을 강조한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투쟁하지 않는다면 수 만 번을 결의해도 소용없는 일일 뿐, 오히려 그 결의한 숫자와 세월만큼 민주노조운동의 한 숨도 깊어진다. 그녀는 그 세월을 함께 한 사람이기에 더 크게 좌절하고 아프다. 결국 지금은 ‘실천’의 문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새록새록 새겨야 하는 말이 됐다.
“잘난 사람은 많은데 노동자들은 왜 패배할까요?”라는 그녀의 어리석은 질문에, 노동자투쟁은 잘 사람들 때문에 승리하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도 동화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활동가들의 실천이, 간부대오의 성찰과 혁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소박한 소망
한진중공업, 박창수 열사를 비롯해 김주익, 곽재규 열사까지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 투쟁이 밀알이 되어 조선업종 전체에 불어오는 어용의 바람을 막아내고 있는지 모른다. 자본의 공격을 피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한진중공업 자본은 노동자들을 죽이겠다고 달려들고 있다. 그 거대한 공격 앞에 그녀는 혼자 서 있다. “엿새를 이러고 있어보니 김주익은,,,, 우리가 죽였습니다. 내가..” 라는 말 속에서 그녀의 흘렸을, 잴 수조차 없는 눈물이 떠오른다.
노동운동의 혁신, 정말 하지 않으면 이렇게 평생을 바쳐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선배노동자들의 삶을 부끄럽게 만들 것이다.
그녀의 글 속에 사실 해답이 있다. 이미 쫓겨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 정리해고를 앞두고 있는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투쟁하면 이길 수 있다’는 그 승리의 가능성을, 쌍용차 투쟁을 보며 숙연해졌던 활동가들이 제2의 쌍용차를 만들지 않겠다는 결의를, 현장에서부터 정리해고에 맞선 전체 노동자 파업을 조직해내는 것만이 20년 민주노조운동, 추락해 있는 민주노총을 되살리는 길이다.
“그럼에도 저는 따뜻한 콩국 한 그릇이 너무 먹고 싶습니다” 라는 그녀의 작은 소망이, 하지만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그러나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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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밥


점심시간 무렵이되면 문래동 철재상가에 바쁜 걸음이 있습니다. 쫓아 갈수 없는 잰걸음으로 일밥을 나르는 아주머니들이죠 이 골목 저 골목 바쁘시거든요 아저씨들은 장갑을 벗고 으자자자~~! 기지개를 폅니다. 기계소리도 잠시 잦아들고요 “다 먹자고 하는 일” 이라하지요 밥입니다 ! 어느덧 점심 시간이군요 나는 오늘은 무얼먹나? 복길네를 갈까... 장성식당을 갈까.. 하나식당을 갈까 ? 식사들 맛나게 하시고 기운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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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위한 새로운 조직체 건설사업 어디까지 왔나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추진위 건설을 위한 새로운 조직체 건설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노준과 사노련, 노투련 세 조직이 당 추진위 건설을 위한 좌파공동의 새로운 조직체 건설을 결의하면서, 지난 1월 9일 새로운 조직체 건설을 위한 중앙추진팀을 구성했다. 중앙추진팀은 세 조직에서 파견된 총 18인으로 구성돼, 새로운 조직체 건설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새로운 조직체 활동의 ‘정치적 기준’ 만들기
우선, 새로운 조직체를 출범시키기 위한 내용 준비사업이다. 내용 준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새로운 조직체 가입과 활동의 준거가 될 ‘정치적 기준’이다. 현재까지 중앙추진팀에서 합의한 것은 새로운 조직체가 건설할 당은 노동자(중심) 사회주의정당이라는 점이다. 즉 건설할 당은 진보정당류의 의회주의·수권주의 정당이나 무지개좌파연합당이 아니며, 반자본주의·사회주의혁명을 목표로 하는 정당임을 확인했다. 노동자국제주의와 세계혁명의 관점 아래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사상에 기초한 노동자권력(대체권력, 평의회)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는 당이어야 한다는 점도 합의됐다.
강령(이행요구 포함)에 입각한 정치투쟁을 조직하고, 노동조합과 현장조직으로 해소되지 않는 당의 독자적인 조직체계(현장분회)를 갖고 정치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동의의 지반이다. 새로운 조직체의 가입기준은 성원은 정치적 기준에 동의할 뿐 아니라 조직의 한 기구에 속해 활동해야 하며, 건설할 당은 당원이 당 활동의 주인이 되는 민주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는 점도 합의되었다.
그러나 쟁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생태·소수자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당 운동(노동운동)의 자기입장이 있어야 한다는 점, 이 문제의 해결이 단순히 계급모순의 철폐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 운동들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이 운동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을 사회주의운동의 재구성으로까지 포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남아있다.
지역정치활동에 대해서도 쟁점이 형성되어 있다. 현장정치활동과 다른 지역정치활동의 범주를 설정할 것인가, 각각의 위상과 관계는 무엇인가가 그것이다. 추진팀은 내용적 접근이 이루어진 부분은 새로운 조직체의 정치적 기준으로 정리해 제출하고 이견이 남겨진 부분은 토론과제로 남겨두면서 새로운 조직체 건설과정, 새로운 조직체 건설 이후의 활동을 통해 정리해 나갈 것이다.

조직 건설을 위한 지역주체 형성 
두 번째는 새로운 조직체 건설을 위한 지역주체 형성이다. 중앙추진팀이 주목하는 것은 새로운 조직체 건설의 주체는 세 조직의 성원뿐만 아니라 현 시기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선진활동가라는 점이다. 즉 새로운 조직체가 추진위 건설을 목표로 하는 만큼 세 조직에 속하지 않은 선진활동가들이 새로운 조직체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결합하느냐를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조직체 건설을 위한 지역모임과 지역추진팀을 구성해, 지역별 토론회(간담회)를 2월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지역별 토론회나 간담회를 통해 세 조직 성원들은 새로운 조직체 건설을 위한 지역차원의 공동사업을 적극 펼쳐나갈 것이며, 세 조직에 속하지 않은 활동가들이 새로운 조직체 건설에 함께 할 것을 적극 제안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세조직 성원 모두와 새로운 조직체 건설에 함께 할 활동가들이 새로운 조직체의 정치적 기준, 새로운 조직체의 위상과 역할, 성원의 자격과 임무를 토론하면서, 새로운 조직체를 건설의 주체로 서나갈 수 있는 과정을 조직할 것이다. 이를 기초로 새로운 조직체는 3월말~4월 중순에는 새로운 조직체 출범으로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 건설을 본격화할 것이다. 선진활동가들의 많은 관심과 지역별 토론회 참가, 새로운 조직체 가입 결의가 좌파공동의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을 위한 첫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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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자본주의다 17호

- 남경남의장과 2명의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을 석방하라!

정치   
- 그들만의 1박 2일, 2010년 새해를 열다
- 2010년 예산안 자세히 들여다보니
- 선거를 위한 진보대연합으로 MB를 이길 수 없다
- 어머머머

경제   
- OECD 통계로 본 한국 사회 노동자
- 숫자로 보는 경제

국제   
- 유럽 미국 대학생들 교육 시장화 정책 반대 투쟁에 나서다!

이슈   
- 민주노총 차기 집행부에 바란다
- 혼란을 거듭한 민주노총 후보논의, 혁신과 투쟁을 걸의하는 선거운동으로
- 민주노총, 잃어버린 정체성부터 찾아야

특집   
- 용산이 남긴 과제, 주거권 확보와 도시공간의 상회생태적 전환을 위한 운동으로 이어져야
- 용산투쟁의 순간들
- [인터뷰] 용산투쟁 1년,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

기획   
- 2010 정세전망과 사회주의 진영의 대응방향

지역   
- [서울] 살인적인 재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
- [충남] 새해에는 장기투쟁 동지들의 숙원을 풀어내자

문화   
- 소통에 대한 인간의 가능성

칼럼
- [논평] 세종시 찬반논란, 지역주의와 보수정치권의 이전투구로 전락
- [김영수의 세상뒤집기] 난장판의 국가 전도사
- 제 발등 찍는 미국의 대테러 대응 전략
- 노동운동 혁신하자_그게 나야!

사진   
- [포토에세이] 뒷모습

활동   
- 본격적인 사회주의 지역정치활동을 위한 그 출발
- 공동의 당 건설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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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남의장과 2명의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을 석방하라!



죽은자 산자 모두에게 멈춰버린 1년!
1월 9일, 서울역에서 5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용산참사 철거민 5분 열사의 장례식이 있었다. 열사들이 가시는 마지막 발걸음에 산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약속뿐이었다. 가난한 자들이 쫓겨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아버지와 동지들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구속된 동지들이 석방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용산참사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을 약속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용산 남일당으로 가는 길. 경찰은 추모행렬을 막고 인도로 가라며 마지막까지 억지를 부렸다. 눈이 내렸다. 용산까지 걸어가던 모든 행렬들은 생각했다. 지난 1년 서울역에서, 청계천에서, 시청에서, 청와대와 광화문에서 ‘용산참사해결’을 요구하며 투쟁했던 355일의 날들을.
참담한 남일당 앞에서 노제를 지내고 해가 다 진 뒤 마석모란공원으로 행했다. 어두운 밤, 하얀 눈이 쌓인 적막한 묘지공원에 5구의 시신이 모셔질 무덤자리가 덩그러니 비어있었다. “내가 그날 붙잡았어야 했는데. 아이고, 아이고” 1년을 쉼 없이, 지침 없이 투쟁해 왔던 유가족의 통곡소리, 그녀는 1년 전 1월19일 망루에 올라간 남편을 잡지 못한 한을 이제야 토해내고 있었다.

용산범대위 수배자 3인의 출두
삼우제를 지낸 11일 명동성당에서는 용산투쟁 과정에서 10개월 넘게 수배생활을 했던 남경남 전철연 의장, 이종회-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 3명의 자진출두에 앞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남경남 전철연 의장은 “살인진압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우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가둔다고 해도 살인개발을 막아내는 투쟁을 멈출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이종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살기 위해 망루를 쌓았다고 죽임을 당하는 나라,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외치고 가난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이 죄가 되는 나라”라며 “한 줌도 안되는 가진자들의 살인적인 재개발을 끝장내는 투쟁을 하자”고 주장했다.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은 “가난하지만 착한 사람들의 따뜻한 연대로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됐다”며 “다녀올 때까지 여러분들이 용산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로써 355일간의 치열했던 용산투쟁은 한 매듭을 지었다.

용산의 기적
장례위원이 8500명이 넘었다. 지난 1년 용산을 지켜온 힘은 유가족과 전철연과 범대위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참사 당일, 사건현장이라며 접근도 불허했다. 그곳에 우리 모두는 주저앉았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무언가가 생겨났다. 추모촛불이 켜지고, 뜨거운 물통이 서고, 농성장 마루가 만들어지고, 레아가 생겼다. 쌀도 부식도, 빵도, 떡도 줄지 않았고 날이 갈수록 더 맛있는 음식이, 정겨움이 서로 격려가 되어 용산을 가득 채웠다.
1년간 단 한차례도 ‘용산범대위’ 주최로 집회신고가 난 적이 없었다. 촛불의 이름으로, 비정규노동자, 빈민, 공투본 등 많은 단체와 투쟁단위의 이름으로 용산투쟁이 이어졌다. 신부님들의 매일미사와 단체순환일일집회, 일인시위, 단식농성, 전국순회추모제, 국민법정 등 안해본 투쟁이 없었고, 모든 투쟁은 사람들에게 격려를 받았다.

‘용산’이란 단어가 새어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정부는 1년 내내 우리를 괴롭혔다. 하지만 용산투쟁은 멈추지 않았고, 참사 1년을 앞두고 협상은 타결되었다.
협상이 타결되고 장례가 치러졌지만 아직 과제들이 있다. 저들의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남경남 의장을 비롯한 이종회,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은 구속됐다. 용산 4구역 철거민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구속자 석방, 살인적 재개발 중단을 위한 우리의 투쟁은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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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1박 2일, 2010년 새해를 열다

국회를 멈춰야 민주주의 시계가 제대로 간다

12월 31일 국회 본회의장, 야당 국회의원들과 김형오 국회의장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2009년의 마지막 날과 2010년 첫날을 예산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등이 강행처리 되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의 국회의원들이 한나라당의 강행처리에 ‘4대강 공사 절재 반대’의 피켓을 들고 “김형오는 사퇴하라” 등을 외치며 막아섰다. 하지만 “당신들 말이야 정신 좀 차려라. 부끄럽지도 않냐”며 “민주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비민주적인 행태를 하나”고 말하며 김형오 국회의장은 예정된 시나리오를 진행했다.
지난 미디어법 강행처리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여당과 야당 모두 강한 물리적 충돌은 비켜갔다. 이번 예산안과 노조법 등 날치기처리에 대해 여론의 관심도 뜨겁지 않다. MB 정부와 한나라당의 행태가 너무나 한결같아 별로 놀랍지도 않다. 물론 지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때처럼 이번에도 국회법 철자를 어겼느니 아니니 하면서 문제제기가 있지만, 통할 리 없다.
며칠 뒤 뻔뻔스럽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국정연설에서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며, “우리의 소중한 자유를 지키는 토대인 법질서를 확립하고 선진화해야 합니다. 노동법 개정을 계기로 선진 노사문화도 정착시켜야 합니다.”라고 정치선진화를 주장했다. 그나마 껍데기만 남은 민주주의마저 일방통치로 무시해버리는 MB의 정치선진화가 2010년에도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한 번 그들만의 거수기로 4대강 삽질예산 4조 9,083억 원을 포함한 2010년 정부예산 292조 8천억 원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직권상정으로 처리된 노조법 개정으로 복수노조는 2011년 7월로 시행이 미뤄졌고, 오는 7월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은 금지하고, 타임오프제를 적용하게 되었다.
지금 국회 상황을 놓고 소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다수당의 횡포, 대화와 타협의 부재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또 MB정권의 일방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견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강하다. 때문에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중요하며, MB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를 위한 반MB연대, 연합, 민주대연합, 진보통합(연합) 등의 논의가 부르주아 정치진영과 진보진영을 넘나들며 무성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의 선거에서 반MB/한나라당 후보들의 당선이 아니다. 과연 선거에서의 심판으로 MB정권의 독주를 막는 것이 가능한가. 그 어떤 정치세력도 MB의 대안세력으로 탄탄하게 서있지 못한 지금의 현실을 볼 때 그 자체의 문제를 떠나 실현 가능성조차 희박한 답안이다.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지금의 의회제도 그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지금의 의회제도 아래서 대화와 타협, 소수의견의 존중 같은 것은 제한적이거나 형식일 뿐이다. 균형과 타협의 정치는 그저 교과서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어떻게든 한번 선출되고 나면 어떤 결정을 하던 권력이 의원에게 독점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주의라는 미명아래 자신의 모든 정치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현재의 정치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의 요구가 필요하다.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 현재의 국회는 차라리 문을 닫는 게 좋다. 차라리 국회를 멈추라고 요구하는 것이 우리의 대안이다.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의 시계가 더 이상 의회에 인물을 바꿔 보내는 것으로 제대로 가길 바라는 기대를 이제는 버리자.

한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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