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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게임’이 선거의 전부가 되다

단일화 ‘게임’이

선거의 전부가 되다

Posted 2009/05/06 07:33
진보정치를 넘어선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

‘뻘밭의 개싸움’으로 비친 단일화 협상
울산북구 재선거가 한창이다. 난항을 거듭하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단일화 논의는 선거를 6일 앞둔 23일에서야 최종 합의에 이르러 26일 밤늦게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로 단일화됐다. 하지만 두 당이 합의한 후보단일화 방식과 일정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야가 막판 총력전을 펼치는 주말까지도, 진보 양당은 본선 막바지에 상대 선수 앞에서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예선을 벌여야 했다. 
선거에 돌입한 후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고 나선 두 당의 후보들이 한나라당이 아니라 서로에게 집중 포화를 퍼붓는 꼴을 보면서 노동자들은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러다 점점 무관심해졌다. 노동자들 눈에는 두 당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금배지를 향한 ‘뻘밭의 개싸움’으로 비쳤다. “후보단일화 안하면 투표 안한다”는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졌다.
투표를 이틀 남기고 후보단일화가 확정됐지만 지난했던 단일화 과정으로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비록 선거에 이긴다고 하더라도 후유증은 남을 듯하다.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은 단일화 이슈에 가려지고
두 당이 이번 선거의 목표로 내걸었던 ‘이명박 정권 심판’은 후보단일화 이슈에 가려 전면에 부각되지 못했다. 현대차 감산에 따른 정규직, 비정규직,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감소와 고용불안, 울산 라파즈코리아 화물노동자들의 파업, 현대미포조선 현장활동가들에 대한 중징계, 교섭 위임에 반대하는 현대중공업 현장활동가들의 투쟁, 구청장의 교섭 해태에 맞선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쟁, 탈시설과 자립생활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들은 선거과정에서 두 당의 엎치락뒤치락하는 후보단일화 ‘게임’에 묻혀 제대로 이슈화되지 못했다.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29일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울산북구 재선거의 처음과 끝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단일화’ 이슈로 일관된 것은 ‘재미’도 없고 ‘문제’도 많다.

좌파 정치조직들의 책임을 묻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간 데는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 등 좌파 정치조직의 책임도 크다. ‘가치와 대안을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의 혁신’(사회당)이든, ‘가짜 노동자당이 아니라 진짜 노동자당의 건설’(사노련)이든,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총 정치방침의 폐지’(사노준)든 좌파 정치조직은 이번 울산 선거에 대해 노동자들을 향한 자신들의 입장을 제대로 제출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투쟁에 대한 적극적인 결합과 이슈화를 제대로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이제 좌파정치조직들은 진보정당들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사회주의 정치가 선거라는 곳에서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좌파 정치조직들은 의회정치를 향해 ‘야유’와 ‘조롱’을 퍼붓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대중을 향한 분명하고 구체적인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일화 게임’에 실망하고 분노한, 그래서 무관심해져 버린 노동자들을 다시 노동자정치의 주체로 만드는 일은 요원해질 것이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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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 진보정당, 이제 후보단일화에서 눈길을 떼자!

유감 진보정당,

이제 후보단일화에서 눈길을 떼자!

Posted 2009/04/21 17:28

노무현이 말했다. “하도 민망한 일이라 변명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나는 이 말을 노무현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또는 조승수와 김창현에게서 듣고 싶다. 정말이지 노동자 민중이 죽어나가고 있는 이 판국에 이른바 진보정당 또는 그 당의 주요 인사들이 펼치고 있는 정치력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나는 보고 싶다. 어느 누군가 기필코 당선되어 어떤 활동과 희망을 보여주려고 그토록 끈질기게 후보단일화에 매달렸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을. 나는 알고 싶다. 진보정당의 활동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인가를. 나는 듣고 싶지 않다. 그런 것들은 의회 다수당이 되어야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는 묻고자 한다. 어떻게 해야 의회 다수당이 될 수 있는가를. 나는 궁금하다. 의회 다수당이 되고 집권당이 돼서 당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가.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라든가, “의원 해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돌려주겠다. 당신들의 프로페셔널은 부르주아 정당의 그것에 비하면 그들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당신들이 말하는 프로페셔널의 기준과 잣대가 결국 제도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사회주의 정치활동 해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 어찌 사회주의 정치활동에서 나오는 활력과 기쁨을 그깟 의원 활동에 비하겠는가.

후보단일화는 이제 저들에게 맡기자. 그들이 알아서 하게 하자. 그것은 이제 더 이상 노동자 민중의 관심사가 될 수 없다. 그 어떤 기대나 실망도 하지 말자. 그럴 필요와 이유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거기에 눈길을 줘야 할 만큼 정세와 세상이 한가하지 않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정치활동 전 과정을 통해 두 당과 두 인사는 철저히 자신들의 이해와 명분에 따랐다. 이 점에서 그들은 이제 거추장한 아마추어 복장을 훨훨 벗어 던졌다. 부르주아 정당과 제도 정치를 향한 프로의 날개 짓을 맘껏 펼쳤다. 그렇게 가도록 이제 놓아 주자.

4월 4일 후보단일화 대표회담장을 나서는 노회찬(진보신당 대표), 강기갑(민주노동당 대표) 사진출처 울산노동뉴스


분리될 것이 분리되었을 뿐이며, 분리할 것을 분리할 뿐이다. 사실 너무 늦었다. 있어야 할 것, 왔어야 할 것이 지체되는 바람에, 바로 그 공백 때문에 그나마 지난 10년 간 저들의 존재감이 보였을 뿐이다. 아직도 많은 노동자 민중이 저들에게 기대는 것이 남아 있고, 아직은 그 기대감을 완전히 져버릴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사회주의 정당 건설과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미뤄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 일 때는 미처 몰랐다. 진보신당이 분리될 때만 해도 무언가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 후보단일화 과정을 통해 진면목이 드러났다. 노무현에게 실망하는 ‘민주세력’(?)의 심정보다 두 당에 느끼는 노동자 민중의 비애는 더욱 쓰라리다.
고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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