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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숨어 있는 민주대연합, ‘묻지마 통합’에 가둬진 진보정치

[대표칼럼]

진보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 현 시기 진보는 개혁을 주장하는 세력과 보수에 반대하는 세력을 뭉뚱그려 ‘진보’라고 통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진보의 범주에 자유주의 정치세력을 추종하는 시민단체를 비롯해 민주적인 대중조직은 물론이고 계급적 좌파까지도 이 범주에 넣고 ‘범진보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현재의 ‘진보’규정이 모호하고 자의적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전혀 과학적이지 않고 편의적 발상에 의해 규정되는 지금의 ‘진보’라는 개념에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진보개혁세력’이라는 용어가 생겨나 ‘진보’의 개념은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진보개혁세력은 자유주의 정치세력들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범진보’ 속에 이들을 포함시키고 싶은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진보개혁세력이라는 것은 ‘민주대연합’ 론을 전제하는 것으로 여전히 민주대 반민주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자유주의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한 치도 뛰어넘지 못하는, 그리하여 노동자민중운동을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이중대로 전락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진보’의 규정은 좀 더 분명해 져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의 ‘묻지마 대동단결’이 유행을 타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이 진보정당 및 진보단체 대표, 원로를 초청해 ‘진보정당세력 대단결·대통합과 2010년 승리를 위한’ 간담회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간담회는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상되었고 향후에도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노동자계급의 치열한 투쟁의 성과로 만들어진 진보정당들의 이념과 노선은 물론 이행경로와 전망에 대해 차이가 있다. 더욱이 복수의 정당이 현실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정치세력이 단일한 정당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될 수도 없다.
각 당에 속해있는 당원들은 자신들의 이념과 노선에 따라 조직을 선택했고 이는 자신의 전망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 차이들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전임자문제와 내년 지자체 선거를 들먹거리며 당의 해산과 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수정당들이 ‘권력’을 위해 ‘대의와 명분’으로 포장해 이합집산했던 신한국당 창당, 민주당과 자민련의 연합과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반MB’, ‘현장정서’를 ‘대의’인 것처럼 앞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적어도 ‘진보적’ 정당이려면 당대표에 의한, 상층의 합의에 의한 이합집산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을 권력의 주체로 세우는 운동이 돼야 한다. 그래서 만약 단일한 정치세력으로 결집되어야 한다면 첫째, 민주노총 스스로 정치조직과 대중조직과의 관계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둘째 각 당의 성격과 이념, 노선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가 확인해야 하며, 특히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경우 10년간 함께 활동하다 왜 분당되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그 근거를 찾아야 한다. 그 결과를 통해 ‘이념과 노선이 같다’고 확인되는 정당들이 있다면 해당 정당들은 당원들의 토론을 통해, 그 결과로 논의테이블을 구성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진행하는 현재의 일방적 통합논의는 각 당에 속해있는 당원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있다.
통합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합의 속에 진행됐던 ‘진보정당 대단결 TFT’는 민주노총의 일방적인 통합촉구 결의와 사업진행으로 이미 파행을 경험한 바 있다. 그 속에서 이른바 진보정치세력들간의 연대의 필요성조차 그 자리에서는 논의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의 행보는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FT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으로 말미암아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본질은 물론, 대중조직과 정치조직의 특성들이 부각되기 보다는 매몰되는 거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은 각 당의 태도가 좀 더 분명해 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동의하지도 않으면서 대중조직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양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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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 진보정당, 이제 후보단일화에서 눈길을 떼자!

유감 진보정당,

이제 후보단일화에서 눈길을 떼자!

Posted 2009/04/21 17:28

노무현이 말했다. “하도 민망한 일이라 변명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나는 이 말을 노무현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또는 조승수와 김창현에게서 듣고 싶다. 정말이지 노동자 민중이 죽어나가고 있는 이 판국에 이른바 진보정당 또는 그 당의 주요 인사들이 펼치고 있는 정치력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나는 보고 싶다. 어느 누군가 기필코 당선되어 어떤 활동과 희망을 보여주려고 그토록 끈질기게 후보단일화에 매달렸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을. 나는 알고 싶다. 진보정당의 활동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인가를. 나는 듣고 싶지 않다. 그런 것들은 의회 다수당이 되어야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는 묻고자 한다. 어떻게 해야 의회 다수당이 될 수 있는가를. 나는 궁금하다. 의회 다수당이 되고 집권당이 돼서 당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가.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라든가, “의원 해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돌려주겠다. 당신들의 프로페셔널은 부르주아 정당의 그것에 비하면 그들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당신들이 말하는 프로페셔널의 기준과 잣대가 결국 제도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사회주의 정치활동 해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 어찌 사회주의 정치활동에서 나오는 활력과 기쁨을 그깟 의원 활동에 비하겠는가.

후보단일화는 이제 저들에게 맡기자. 그들이 알아서 하게 하자. 그것은 이제 더 이상 노동자 민중의 관심사가 될 수 없다. 그 어떤 기대나 실망도 하지 말자. 그럴 필요와 이유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거기에 눈길을 줘야 할 만큼 정세와 세상이 한가하지 않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정치활동 전 과정을 통해 두 당과 두 인사는 철저히 자신들의 이해와 명분에 따랐다. 이 점에서 그들은 이제 거추장한 아마추어 복장을 훨훨 벗어 던졌다. 부르주아 정당과 제도 정치를 향한 프로의 날개 짓을 맘껏 펼쳤다. 그렇게 가도록 이제 놓아 주자.

4월 4일 후보단일화 대표회담장을 나서는 노회찬(진보신당 대표), 강기갑(민주노동당 대표) 사진출처 울산노동뉴스


분리될 것이 분리되었을 뿐이며, 분리할 것을 분리할 뿐이다. 사실 너무 늦었다. 있어야 할 것, 왔어야 할 것이 지체되는 바람에, 바로 그 공백 때문에 그나마 지난 10년 간 저들의 존재감이 보였을 뿐이다. 아직도 많은 노동자 민중이 저들에게 기대는 것이 남아 있고, 아직은 그 기대감을 완전히 져버릴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사회주의 정당 건설과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미뤄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 일 때는 미처 몰랐다. 진보신당이 분리될 때만 해도 무언가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 후보단일화 과정을 통해 진면목이 드러났다. 노무현에게 실망하는 ‘민주세력’(?)의 심정보다 두 당에 느끼는 노동자 민중의 비애는 더욱 쓰라리다.
고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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